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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나중에 두고두고 초연회전러들 무용담 될 듯ㅋㅋㅋ
여명 호도 불호도 있고 개선의 여지가 많을 수 밖에 없는데 기대치 낮았던 거 감안하더라도 워낙 뭉클한 첫공이었어서 귀차니즘 극복하고 아주 주관적인 후기 써봄. 이런 건 반쪽자리 자작이후 처음이네ㅋㅋ(호와 칭찬 많음 주의. 계자 아니니 의심은 4절)
무대석에서 보니 느낌상은 엘아센 객석막고 무대위에 객석 올렸을 때랑(더코러스 오이디푸스나 억척가) 느낌은 비슷한데 여명 무대가 길고 동선이 커서 여명이 더 무대가 큰 느낌
시야나 느낌상으로는 약간 남산에서 하는 극들 사블에서 볼때 느낌. 평소 연극 많이 보러 다니는 편이라 위화감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적응해서 봤음
근데 나비석은 무대의 먼지도 그대로 공유해서 해서 내내 먼지맛이 입안에 느껴지는 건 각오하고 호흡기 예민한 사람들이나 회전 돌 사람들은 자첫때 마스크 한번 준비해 가봐. 써야겠다 싶으면 써
무대석에서 보면 1층객석 끝까지랑 2층객석까지 엄청 가깝게 잘보이더라. 새삼 배우들이 객석이 얼마나 잘보이나 실감하게 돼서 좀 소름... 자리 많이 비면 배우들 얼마나 속상할까 싶기도 하고.(어젠 1층은 한 85%는 찬듯? 대부분 초대겠지만ㅠㅠ 2층은 많이 비고) 넘 가깝게보이니 디큡 정도도 진짜 작아보이더라
근데 진짜 한번쯤은 나비석 꼭 가봐
여명은 앙들이 수가 많고 전쟁, 민중항쟁 소재다 보니 군무가 꽤 되는데, 앙들이 객석을 향해서 파바바박! 내딛을때 무대측면 나비석에서 군중들이 나를 지나쳐서 앞으로 몰려가는 걸 보니까 그 에너지가 파도처럼 객석으로 쏟아지는 것처럼 보여서 정말 장관이었어.. 내 몸도 막 같이 앞으로 쏟아지는 느낌
무대장치 별로 없는 건 난 연극무대들에 익숙해서 딱히 아쉬운줄 몰랐는데, 가끔 뮤 특유의 무드가 필요한 장면들에서 저기 이런 장치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은 생각은 들었음 그리고 공간을 자유롭게 쓸 수가 없으니 연출적인 솜씨를 보여줄 수 없었다는 게 안타깝고
그런 환경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몰입도 쩌는 연기 보여준 세 주연배우들 정말 호불호를 뛰어넘는 프로배우들의 근성 제대로 보여줘서 관극이 너무 충만했음
지현배우 믿보배지만 좀 차가운 느낌이 있어서 딱 내 취향의 배우는 아니었는데 어제 정말 반했음... 신기했던 게 어제 지현배우 별거 안 해도 왜 그렇게 화려한 느낌이 들었지? 어쩌면 너무 대극장도 너무 소극장도 아닌 나비석 정도의 거리에서 보는 게 지현배우를 감상하기에 최적의 거리인지도
평소 단아한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수수한 차림일 때조차 미모와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대사가 감정을 넘 잘 살려서 뭔가 극의 척추(?) 같은 느낌이었음 엔딩때 눈밭에서 긴머리 휘날리는데 영화 베를린의 전지/현인 줄...
성커대치는 내 예상보다는 좀 덜 거칠고 더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대치였는데 초반부터 따뜻함이 느껴져서 좋았고 노래도 탄탄하더라 일부 장면에서는 조금 더강렬하고 거칠어져도 괜찮을 듯
테이는 내 이전 기억보다 노래도 연기도 넘 무르익어서 좀 놀람. 명성이나 짹에서 봤을 때 뭔가 나쁘진 않은데 좀 심심한 느낌이랄까 눈이 저렇게 큰데 그 눈에 감정이 저렇게 안 담기는 것도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배우였는데, 하림 역은 뭔가 허무함과 삶의 피로같은 게 묻어있고 감정을 크게 과장하지 않는데도 노래가 안정적이고 감정이 잘 드러나고, 연기도 서두르지 않는 느낌인데 상황을 잘 살림
게다가 이전보다 좀 후덕해진 편인데도 외모가 준수해서 역할에 편하게 어울렸음 이전엔 약간 아이돌이나 가수분위기였다면 지금은 배우얼굴로 보이더라. 하여튼 극의 여옥대치하림 삼각관계의 구축에는 테이하림의 공이 컸다는 느낌
조연들이랑 앙들 뭐야 너무 잘 함...다 주연이야
연장자배우분들이 별로 없는데 김진태 배우 유보영 배우 두 분이 극에 무게감과 안정감을 줘서 넘 좋았어. 김진태 배우는 배역 싱크로가 너무 좋았고, 연세가 있으셔선지 가창테크닉은 가끔 살짝 쓰릴했는데 (노래도 예상보다는 잘하심 원래 노래나 뮤 하시던 분인가 내가 몰라서..) 근데 기본적으로 발성이랑 목소리가 와........ 진짜 신기. 동굴목소리와 저음의 신세계를 봄. 법래옵도 거기 비하면 청순가련형 목소리일듯ㅋㅋ
유보영 배우는 아역과 함께 2막 4.3항쟁의 비극의 핵심인데 모성 아우라도 좋지만 딕션이 그냥 후보정 다 끝낸 오디오북 수준임ㅋ 서사의 핵심을 통과하는 결정적인 대사들을 치면서도 불필요한 드라마타이즈가 없고 담담하게 캐릭에 가장 어울리는 톤으로 쳐서 듣는 사람은 눈물이 더 났어ㅠㅠ
어제 개인적으로 제일 발견중의 발견은 조태일 배우였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쫘악 뚫고 나와서 귀에 꽂힌다 싶으면 조태일 배우였음ㅋㅋ (침도 많이 튀더라...) 악역이기도 했지만 정말 씬스틸 쩔었음 노래 파워풀한 건 약간 은언니도 생각나고 정극에 어울리는 탄탄한 연기나 외모는 지ㅎ준도 생각나는데 이전에 어디서 봤지, 하고 이전 필모 찾아보니 난 쿠거에서 봤었네... 맞아 그때도 남자배우가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그배우가 이배우구나 앞으론 차기작 챙겨볼 배우로 당장 북마크!
남앙들 중에 눈에 쏙 들어오는 앙이 있길래 다음 장면, 또 다음 장면에서 얼굴외우려고 노력했는데 실패함ㅋㅋ 왜냐하면 쏙 들어오는 앙이 장면마다 바뀌어ㅋ 정말 앙들 쩔어... 꽃남에서 보고 편견가졌던 선한국 배우도 연기도 좋고 외모나 피지컬이 아이돌형이더라 괜히 꽃남에 캐슷된 게 아니었어
여앙들도 다 실력이 너무 탄탄한데 그 자그마한 체구로 군무에서 앞쪽에 서는 배우(봉순?인가 했던 그배운가... 자둘하면 확인해봐야겠음)도 아이다 네헤브카 같은 역으로 보면 좋을 것같고, 중간에 잠깐 레드랫 같은 분위기로 무희들 무대있는데 그때 솔로한 여앙 누구셔 나 좀 반한 듯
덕질 오래하다보니 웬만큼 눈물코드 웃음코드 예측가능한 부분에서는 눈물도 웃음도 좀 게으른 편인데 여명은 배우들몰입도가 강해서 보는 사람 마음도 더 요동치게 되는 게 있는 것같음
앙들도 주연배우들도 이렇게 열악한 상태로 올라온 극의 존엄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결의 같은 게 느껴져서 뭔가 극 보면서 계속 좀 잔잔하게 울컥했어. 그러니 아이나 부모 관련 눈물코드있는 부분은 당연히 눈물 줄줄줄이고. 어제 아역이 실제 성커 아이였단 얘기들으니 그래서 성커 아빠연기 그렇게 절절했나 싶고
하여튼 배우들이 여기 극들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 그렇게 필사적으로 말을 거니 관객으로서도 팔짱끼고 보고 있을 수가 없고 뭔가 심정적으로 나도 또한 이 극의 일부분이 되어서 극을 지탱하는 것같은 느낌이었어. 철조망1, 의자1, 혹은 지나가는 사람1이 된 기분이랄까ㅋㅋ (전지적덕후시점) 나비석이라서 더 그런 느낌이들었던 것 같음 이런 상황에서 나비석 생각해낸 사람 아주 칭찬해
물론 열악한 여건이다보니 부족하고 아쉬운 건 많음. 배우들 연습은 상당히 잘 돼 있는데 엠알이랑은 약간 마가 뜨는 게 여기저기 느껴지고 2중창, 3중창 호흡이 부분부분 아쉬워서 그부분은 회차 거듭하면서 개선되어야할 부분인 것같고
나비석이 아닌 일반관객석에서의 관람은 또 다른 시각의 감상이 가능하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등짝미 심할 수 밖에 없고
배우들 중에 약간 노래나 연기의 출력이 부족한 배우도 있기는 있음 앞으로 나아질 것같아서 따로 얘기는 안 해도 될 것같고
서사는 너무 방대한 서사라 압축하기 쉽지 않았을테고 여러 효과 쓸 수 없는 상황인 거 생각하면 연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겠지. 미-소(공산) 대립 장면같은 건 의상이나 무대가 단촐해서 잘 살아나지 못한 게 아쉽지만 뭐 상황이 상황이니
좀 전개가 급해서 특히 주인공들의 감정에 관객이 충분히 젖어들어야 할 대목에서 그러지 못하고 휙휙 넘어가는 기분이 드는 건 아쉬움. 대치가 처음 여옥에게 찾아가서 건빵 남기는 신 대화는 조금더 조심스러움과 어색함이 살면 좋겠고, 여옥과 아버지의 서사는 조금더 애절했으면 좋겠고, 여옥과 대치의 재회 씬에서는 조금더 리듬에 긴장감을 주면 좋겠고, 마지막 엔딩에서는 약간만 더 배우도 관객도 울 시간을 주고 대사나 연기가 좀더 신파적이었어도 좋을 것같은데 대치가 좀 담백하게 최후를 맞아서 마무리가 좀 아쉬웠음
그래도 한 가지 긍정적인 건 난 작품 줄거리를 다 모르고 부분부분 하이라이트 장면만 알고 있는데도 이야기를 재미있게 따라갈 수 있었다는 거. 일단 위안소에서의 여옥-대치 에피소드들이나 여옥이 남원 대사 같은 것들이 이후에 몇번 더 메아리가 되는 것들인데 잘 표현이 되어서 좋았고, 여옥-하림 첫만남의 상황도 극적으로 봤을 때는 모르는 사람이 봐도 상당히 흥미로운 전개고. 원작 이야기 자체가 재밌음
넘버도 괜찮음 대충 때운다는 느낌의 넘버가 없고 상당히 공들여 쓴 음악 느낌이 나고, 난 1막은 대치 넘버, 2막은 하림 넘버가 특히 귀에 들어왔음 여옥도 꾸준히 좋고 워낙 지현배우가 잘 살리기도 하고. 이중창, 삼중창넘버도 나쁘지 않았는데 첫공은 호흡이 좀 아쉬웠음. 부분부분 엠알과 따로 가거나 중창 부분에서 안 맞는 듯한 호흡 해결되면 더 좋을 듯. 앙들 넘버도 좋고 가창도 좋음
제대로 준비해서 올라왔으면 전체적으로 영웅-아리랑-모래랑 이어지는 근현대사 소재 창작으로 잘 자리잡을 수 있을 것같은데 초연이 우여곡절이 많아서 연출적인 인상을 남길 수 없는 게 아쉽고, 기왕 올라왔으니 이번 초연동안 몇명의 관객이 보든 피드백 잘해서 다듬을 부분 잘 다듬어서 다음을 기약했으면 하고, 예그린이든 한뮤어든 시상식 관계자들은 여명도 작품 꼭 챙겨 보고 노미든 수상이든 공정하게 대상으로 삼길 바람(앙상블 상에 여명 노미 안 되면 나 진짜 빡칠듯)
열악한 상황에 대한 연민을 다 걷어내고 말할 수 있는 여명만의 경쟁력이 뭐냐고 물으면 이야기와 넘버, 그리고 배우들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화려하게 올라와도 이것 셋 중에 아무것도 알맹이가 없는 작품들도 많음. 그리고 초연의 절대적인 경쟁력은 ‘나비석’임ㅋㅋㅋ 덕후들은 꼭 한번씩 앉아보세요 나비석, 재밌습니다!
컷콜에선 배우들에게 웃는 얼굴로 환호해주려고 했는데 나비석에선 그게 안 되더라. 인사하는 배우들이랑 자꾸 눈이 마주치니 나도 같이 울게 돼서. 워낙 연기가 격하고 몸을 안 사려서 어제 남앙 중 하나 벌써 턱 다친 것 같던데 큰 부상이 아니길 바라고, 예정된 공연들은 다 잘 끝내고 부디 얼마가 됐든 페이도 지급되길 바랍니다(지켜본다...)
글이 길어 미안하고 어쨌든 여명 스킵하려다가 숑대치 추가캐슷 소식듣고 어차피 볼 거면 빨리 봐두자 싶어서 보러 간건데 뭔가 역사의 현장에 동참한 기분이었음 여명 배우들도 스탭들도 디큡도 관객들도 행운을 빕니다
댓글(17)
나도 이 후기 받는다. 조태일 배우 좋았어. 나오면서 이름 다시 찾아봤는데 원캐인데 믿보배라 다행이다 싶더라. 그리고 무대에서 객석 너무 잘보여서 앞으로 객석에서 졸지 말아야겠다 싶었음ㅋㅋ
디테일한 후기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