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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번 기사에서도 기자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번 기사에서 주로 쓸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겨울나라의 러블리즈2’와 비교, 나머지 하나는 이 글을 쓰는 기자 자신이다.
지난 기사와 비교했을 때 이번 글은 다소 사적인 이야기가 많이 함유될 예정이다. 이런 이야기를 보고 싶지 않은 독자께서는 그냥 뒤로 가기를 누르셔도 무방하다.
프레스가 오픈됐던 건 2월 15일 금요일. 이날은 하늘에서 눈이 내려 연세대 대강당 인근이 모두 하얀색 결정으로 뒤덮였다. 덕분에 ‘겨울나라의 러블리즈’라는 타이틀에 더 어울리는 풍경이 펼쳐졌다.
어려서부터 그다지 공부를 열심히 한 타입은 아니어서 연세대학교라는 장소가 자체가 그리 익숙하지 않았다. 심지어 길치다 보니 네이버 지도를 ‘전적으로 믿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지도 보면서도 헷갈릴까봐 걱정을 했었으니. 이번 콘서트는 일단 방문부터 일이었다.
하지만 연세대에 막상 도착하고 나서는 외려 안심했다. 왜냐면 바로 러블리너스의 기운을 강하게 뿜는(!) 남성진들이 어딘가로 계속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저 쪽이 연세대 대강당이구나”
과연 그곳에는 연세대 대강당과 ‘겨울나라의 러블리즈3’(이하 겨나럽3) 현수막이 있었다. 눈 덮인 연세대 대강당은 겨울나라의 성과 같은 느낌이 살짝 들었고, 그 안에 들어선 러블리너스들은 최정예 응원군단이었다.
#여유
‘겨울나라의 러블리즈2’(이하 겨나럽2)와 비교했을 때 이번 공연이 전과 확연히 차이가 났던 것은 바로 멤버들의 여유였다.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아티스트로서 러블리즈의 ‘그릇’이 커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겨나럽2’는 ‘종소리’(이번 ‘찾아가세요’ 활동 당시 네이버티비캐스트 역주행한 그 곡) 활동 이후에 바로 이어진 3일짜리 공연이었고, ‘겨나럽3’는 ‘찾아가세요’ 활동 이후에 이어진 공연이었다.
구체적인 스케쥴로 좀 비교를 해보겠다.11월부터 2월까지 이르는 타임 테이블을 봤을 때, ‘겨나럽2’는 활동 종료 시점 이후 한 달 뒤에 선보인 콘서트라고 할 수 있다. ‘겨나럽3’도 활동 종료 시점과는 약 한달 정도 차이가 나지만 이 사이에 일본 프로모션이 끼어있었다. 3일이었던 ‘겨나럽2’에 비해 이번 ‘겨나럽3’은 4일짜리. 어찌 보면 이번이 좀 더 미션이 하드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날 공연에서 러블리즈는 ‘여유’가 느껴졌다. 공연 도중 반 정도 프리스타일이 가미된 안무를 선보이거나, 노래 중에도 멤버들끼리 계속 터치하고 아이컨택을 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소위 ‘칼군무’로 유명한 러블리즈의 일반적인 무대에서는 잘 보기 힘든 프리함이었다.
‘겨나럽2’의 경우엔 무대 퀄리티는 훌륭했지만 정서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멤버들이 ‘힘들어 한다’는 게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당시 프레스 오픈일도 공연 마지막 일은 아니었는데, 그 때 멤버들이 쏟아낸 감정은 어지간한 걸그룹 막콘 급이었다. 그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를 온 몸으로 느꼈기에 장문의 ‘겨나럽2’ 후기 기사를 쓸 수 있긴 했지만, 보는 입장에서 안타까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티스트로서 ‘그릇’이 커진 것이다.
토크 실력도 많이 늘어서 진행도 잘한다. 러블리너스들과 잘 투닥(!) 거리기도 하고, 공연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호응유도도 잘했다. 이제 콘서트에서만큼은 MC(MC고란, MC크리스탈 이런 거 말고)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진행 실력을 가지게 됐다. 2014년에 데뷔한 팀으로서 ‘짬’을 보여준 셈.
특히 애교를 누군가 해야 할 것 같은 ‘각’이 나오면 모두 창과 방패로 변신해 치열한 토크 전쟁을 벌이는 모습이 볼만 했다. 그중 애교를 격렬히 거부하는 것으로 유명해 ‘단호박’이라 불렸던 베이비소울이 :“나는 귀여우니까 애교 안 해도 된다”는 멘트로 철벽을 치는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솔직히 이 장면 때문에라도 ‘겨나럽3’ 블루레이가 나와야 한다.
#완급조절
이번 ‘겨나럽3’은 ‘겨나럽2’에 비해 완급조절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겨나럽2’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공연이었다면, ‘겨나럽3’은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최선을 보여주려고 했던 콘서트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세트 활용에서부터 드러났다. ‘겨나럽2’는 천장에서 무대 장치가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고, 이동식 계단이 자리를 계속 바꾸거나 하는 모습을 공연 내내 볼 수 있었다. 공연 진행 중 계단 위치 변경을 몇 번이나 했는지 기억도 다 못할 정도였다. 외부인 입장에서 봐도 ‘무대를 하는 러블리즈나, 함께 호흡을 맞추는 스태프들이나 정말 고생했겠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는 중앙의 회전식 무대장치를 연출의 핵심으로 삼고, 조명 연출로 이를 보조하는 형태를 선보였다. ‘겨울나라’를 연출하고자 할 때 흰색 빔을 천장에 쏘는 연출 등은 개인적으로 꽤나 신선했다.(공연알못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4일짜리 공연이다 보니 한번 한 번에 힘을 크게 주는 것보단 세련된 테크닉으로 ‘가성비 높은 연출’을 보여주고자 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멤버들도 남은 일정들을 고려해 목 사용, 감정 사용을 다소 자제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온 힘과 진심을 다 쏟아냈던 ‘겨나럽2’와 비교했을 때 좀 더 프로페셔널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듯했다. 이런 완급조절을 기자는 매우 좋게 봤다. 4일짜리 공연을 무사히 운영하기 위해선 이런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을 무시한 오버클러킹의 끝은 오로지 번아웃 뿐이다.
아, 그렇다고 지금 2일차 공연의 퀄이 나빴다고 하는 건 아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리더 베이비소울의 멘트로 대신하겠다.
“내일도 남았고 내일모레도 남았으니. 좋은 무대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근데) 오늘 무대 퀄리티가 낮았다고 하는 건 아니다. 오늘은 오늘 나름대로 최고의 무대, 내일은 내일 나름대로 최고의 무대다”
#치열함
앞서 완급조절 이야기를 하긴 했으나, 러블리즈가 ‘치열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 건 아니다.(중요하니 두 번 강조한다) 오히려 4일이나 되는 공연을 모두 일정한 퀄리티로 뽑아내기 위해선 반드시 선행돼야할 미덕이다. 지금까지 밟아 온 일정이나 앞으로 예정된 일정(아시아투어)까지 생각하면 완급조절도 실력이다.
완급조절이 ‘최선을 다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사례가 있다.
지난 1월 16일 경에 러블리즈 진은 팀 인스타그램에 영상 하나를 게재했다.
영상과 함께 게재한 메시지는 아래와 같다.
[#JIN] 우리 귀여운 지애언니를 봐주세요 #제보합니다 #연습하다가 #지친그녀 #울지마요 #잘하고있다고말해주세요 #넌할수있어 #나는야 #제보녀
영상 속 지애는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싸매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은 러블리너스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에 네티즌들은... 아 이게 아니지. 여튼 이런 모습 하나만 단적으로 봐도 ‘성장한’ 러블리즈에게조차 이 공연이 만만치 않은 미션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미션을 4일 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좀 더 ‘프로페셔널’해진 것.
반대로 그럼 러블리너스는 어떨까. 현장에서 그리 우렁차게 응원하고, 때때로는 멤버들도 잘 놀린 그들은 아주 편안하고 즐거운 현실을 영위하다 그 자리에 갔을까. 그런 사람도 있었겠지만, 아닌 사람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그 잠깐 즐겁기 위해, 러블리너스 역시 어딘가에서 ‘현생’(현실 인생)을 살아야 한다. ‘현생’이 치열하고 힘들수록 겨울나라에서 안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커지는 게 아닐까. 그 잠깐의 안식을 위해 쓰는 돈, 들이는 노력, 확보하는 시간 그 무엇 하나 가볍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모르는 러블리즈가 아니기에 거듭 감사의 마음을 전했을 것이고.
모 커뮤니티에서 이번 콘서트를 ‘한 해를 버티게 만드는 힘’이라고 요약한 글을 봤는데, 아마 이보다 정확한 표현이 없지 않을까 싶다. 잠시 잠깐 즐거웠던 겨울나라를 지나 다시 치열한 일상으로 돌아온 러블리너스들. 그 일상 속에서 다시 찾아 올 겨울나라(혹은 여름콘서트 ‘어웨이즈 2’)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눈
앞서 예고 내지 경고(?)했던 대로 이제 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번 콘서트 속 멤버들에게 ‘눈’이란 설렘이었던 모양이다. 공연 시작하면서도 눈이 내린다는 이야기를 했고, 엔딩 때도 눈과 관련한 이야기를 했었다.
진은 “귀한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 눈이 와서 아침에 일어날 때 좀 설렜다”고 했고, 케이는 “아침에 일어났는데 창밖에 눈이 쌓여있더라. 좋은 일이 생길 거 같은 예감. 행복할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눈하면 러블리너스들이 생각이 났다. 뭐 하면 추억이 떠오르고. 하나씩 추억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좋다”고도 덧붙였다. 그 외 멤버들도 겨울나라의 주인으로서 눈이 내리는 모습에 꽤나 좋아했다.
하지만 기자에겐 딱히 눈을 매개로 떠올릴 낭만적인 기억이나 좋아해야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그냥 눈 내리는 거 좋아하는 러블리즈를 보고 흐뭇해하기만 했다.
눈에 다소 냉담한 이유가 눈하면 주로 떠오르는 게 군대에서 대삽으로 군용도로 치우던 시절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 하얀 색을 보고 떠오르는 게 (좀 생뚱맞게도) 흰머리여서 그런 것도 있다.
군대에서 눈 맞으며 눈 치우던 시절을 지나 사회로 다시 돌아왔을 때, 그 겨울은 기자의 머릿속은 새하얘졌고 머리에선 흰머리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앞길이 너무나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뭘 확실히 좋아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문과라 이공계 기술은 확실히 없는데, 문과로서 소양도 높지 않은(=문송합니다) 사면초가의 상황.
돌이켜 보면 뭐 하나 씩 간을 본 게 있기는 한데, 그게 남들하고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수준인지 알 수 없었다.
음, 아니다. ‘알고 있었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남들에 비해 확실히 못 미친다고. 입대 직전 시기에 국산 라이트 노벨이 태동하고 있어서 그때 좀 여기저기 기웃거리긴 했는데, 스타트도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글이 낙선한 것은 당연했다.
내 머릿속엔 든 게 없었고, 내 몸엔 실제의 경험이 없었으며, 내 심장에는 여러 사람의 (글, 만화 등으로 간접적으로 접한 가짜 감정이 아닌) 진짜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대 후에도 창작 쪽으로 가보려고 문피아, 조아라 등에서 글을 써보려 했는데 잘 안 됐다. 그냥 글 써서 밥 먹고 살고 싶다는 막연한 욕구가 있었을 뿐, 뭘 확실히 파고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걸 전할 것인지에 대한 그림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다독, 다상, 다작 이 세 가지 중 뭐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었다.
이러한 혼란, 불안, 막연함(+근데 노력도 안 해)은 궁극적으로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도대체 나란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나름 또렷하게 얻었다고 해도 다음 스텝이 존재한다. 내가 정의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할 정도가 되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하는 것이다.
앞서서 ‘겨나럽2’ 이야기를 자주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시는가. 감명 깊게 본 콘서트여서 그런 것도 있긴 한데 사실 ‘겨나럽1’ 취재를 못해서인 게 제일 크다. 러블리너스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콘서트 못간 러블이’였던 셈.
사실 ‘겨나럽1’ 시점에 기자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존재 내지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러니 ‘겨나럽1’ 일정을 알고 있었지만 취재를 하러 갈 수가 없었다. 무엇으로든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에 그 시점에도 눈, 겨울 이런 거에 낭만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은 알았는데, 내가 누구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답은 모르는 상황. 나름 어려운 문제를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답안지를 제출한 뒤에 마주하게 된 것도 결국은 낮은 자존감과 불안감이었다.
#러블리즈_라이즈
프레스 오픈일 이후 공연에서 눈물을 흘리는 멤버들이 있었다는 후기를 봤다. 이 과정에서 자존감과 관련한 이야기도 있었다고.
하지만 러블리즈는 이번 ‘겨울나라의 러블리즈3’을 통해 공연형 걸그룹으로서 자신을 완성했다.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에 비유하면 이번 공연이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해당한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도 원래는 ‘러블리즈 라이즈’였다.
‘생츄어리’ 발매 이후 본인들 노래로만 거의 90곡 가량 되는 레파토리를 보유하게 된 것, 콘서트에서 필요한 수준의 토크 진행+운영 능력을 갖춘 것, 그간 겪어보지 않았던 4일짜리 공연을 ‘다치지 않고’ 성공적으로 끝낸 것 등등에서 그들의 ‘완성’을 느꼈다. 그리고 아시아투어 소식을 들은 이후엔 이번 ‘겨나럽’이 그들의 완결이 아닌 새로운 시작(라이즈)를 의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공연형 걸그룹으로 자신들의 시작을 알린 ‘겨울나라의 러블리즈1’(배트맨 비긴즈)부터 공연형 걸그룹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안&혼돈 등이 나타난 ‘겨울나라의 러블리즈2’(다크나이트), 공연형 걸그룹으로서 완성과 새로운 미래를 암시(아시아투어)하는 ‘겨울나라의 러블리즈3’.(다크나이트 라이즈)까지. 굳이 이름 붙이자면 러블리즈의 겨울나라 트릴로지 정도 되려나.
유치한 비유라는 걸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실로 러블리너스 입장에서 러블리즈는 고담(현실 인생)에서 자신을 구해주는 배트맨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현재 그들은 ‘다크나이트 라이즈’ 속 고담시민들처럼 자신들의 배트맨을 돕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활약 중이다. 여타 팬덤에서도 격렬히 환영 중이라는 악플러 아이피 추적기(아추)와 V앱 악플 추적기(그날의 너)가 대표적인 활약이다.
#글래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만든 영화 ‘언브레이커블’ (Unbreakable, 2000)를 약 한달 전 정도에 봤다. 이 영화 이야기로 이번 글을 마무리 지을 건데, 19년 전 영화 스포일러하지 마라고 하실 분은 없다고 생각하고 글을 이어가겠다.
(어찌됐던) 슈퍼히어로 영화인 이 ‘언브레이커블’ 속 엘리야 프라이스(글래스)의 히어로물 주역으로서 특성은 몸이 굉장히 약하고 잘 부서진다는 것이다. 대단히 어처구니없는 특성이고 능력이라기 보단 패널티에 가깝다.
이 인물은 집착과 광기로 가득한 인물이지만 단 한 가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뭔가를 가슴에 품고 있다. 바로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냥 단순히 허약하디 허약한 몸뚱이를 가진 무수한 존재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사람인가. 아니면 누군가(히어로)의 대칭점이 되는 존재인가. 전자가 아닌 후자라면 자신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로 ‘납득’할 수 있었을 그가 찾아다닌 사람이 절대 몸이 부서지지 않는 남자 데이빗 던(브루스 윌리스)이었다.(생뚱맞지만 영화 도중 특정 장면에서 ‘다크나이트’ 조커의 “유 컴플리트미”가 문득 떠올랐다)
‘언브레이커블’은 몸이 부서지지 않는 히어로 데이빗 던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는 엘리야 프라이스의 ‘부서지지 않는 집념’을 의미하기도 하지 않을까.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좀 들었다.
입장, 하는 짓, 능력(엘리야는 머리라도 좋으니) 차이는 있지만 기자도 이 영화 속 인물 중에는 데이빗 던보단 엘리야에 가까운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돌학개론과 같은 글을 쓰는 것은 (데이빗 던과 같은 능력이 없는) 결핍된 존재로서 빛나는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관찰하고 글로 담아내고 싶다는 욕망의 실현이다.
나는 노력을 하지 않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
나는 열정이 없지만 열정적인 인간의 강한 에너지를 느끼고 싶다
나는 재능이 없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재능의 반짝임을 관찰하고 싶다.
나는 소통과 교감을 잘 못하지만 함께 호흡하고 즐기는 사람들의 훈훈함 속에 있고 싶다.
멤버들의 엔딩 멘트까지 끝나고 공연이 마무리되던 시점에 기자는 이런 사람으로서 자신의 존재가 좀 더 또렷하게 다가왔다. 결핍된 인간인 나의 대칭점에 위치하는 눈부신 존재를 관찰함으로써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답을 얻는다는 이야기. ‘얘가 도대체 뭔 소리를 하나’라 여기실 분이 적지 않으실 수도 있으나 이것이 기자가 ‘내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얻은 답이다. 나는 걸그룹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다만 그냥 좋아해선 타인에게 필요가 없으니 좀 더 잘 관찰하는 ‘눈’을 가지고 싶을 뿐. 아주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뭔가를 보는 눈 말이다. 제목에 있는 눈은 겨울나라의 러블리즈에 내린 하얀 눈(SNOW)도 의미했지만, 관찰하는 사람으로서 눈(EYE)도 의미한다.
공연이 완전히 종료된 이후(앵콜 공연까지 다 보고 나왔다), 홀로 연세대 교정을 거닐었다. 겨울나라와 점차 멀어지는 시간. 그 시간 동안에 러블리즈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겨울나라의 러블리즈’ 시리즈 덕분에 내가 누구인지 더 분명해졌으므로.
아마 개개인의 사연은 다를지언정 러블리너스들 중에도 상처 없이 ‘꽃길’(프레스 오픈 당일 유지애의 솔로 무대이기도 한)만 걷진 못한 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이번 기사는 러블리즈의 ‘리와인드’를 덧붙이고 완전히 마치도록 하겠다. ‘리와인드’는 러블리즈의 새 앨범 ‘생츄어리’의 수록곡이다. 이 노래는 새로운 세상에 첫걸음을 내딛는 모든 이들을 위한 노래로, 새로운 세상을 향한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그 순간을 공감하고 응원하는 곡이다.
어느새 이만큼 자란걸까
나는 그동안 잘한걸까
많은 기억들이 추억으로
바뀌는 과정일 뿐인데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항상 바라던 모습인데
나는 자꾸 설렘보다
왜 두려움이 큰 걸까
왠지 네가 멀어지는 것만 같아서
슬퍼진 것뿐이야
소중한 기억들도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일까
너무 두려워진다면 잠시 멈춰도 돼
소중한 그때로 다시 Rewind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찾을거야
널 첨 봤던 그날처럼 Rewind
왜 자꾸 주저하는 걸까 난
가끔 돌아가고 싶다고
많은 추억들이 남겨진
그때에 우리 자리로
왠지 네가 멀어지는 것만 같아서
슬퍼진 것뿐이야
소중한 기억들도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일까
너무 두려워진다면 잠시 멈춰도 돼
소중한 그때로 다시 Rewind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찾을거야
널 첨 봤던 그날처럼 Rewind
아무도 없는 텅 빈 방 안에서
가끔 들려오는 그 소리에 눈을 뜨면
너와 내가 꿈꾸던 그 시간 속에
널 다시 데리러 가
너무 두려워진다면 잠시 멈춰도 돼
소중한 그때로 다시 Rewind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찾을거야
널 첨 봤던 그날처럼 Rewind
러블리즈는 3월 17일 싱가포르 콘서트를 시작으로 24일 홍콩, 31일 대만까지 아시아 투어에 나서며 당분간 투어 준비에 매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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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8)
빛정범 갓정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글 너무 좋아ㅠ
후기추
이런게 기자고 칼럼이지
나두 거북왕러블이 따라갔더니 대강당 도착했는데ㅋㅋ 기사 첨부터 끝까지 완전 정독했네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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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이형은 참 러블이들 마음을 잘 대변해줘서 너무 좋음
우리 군단으로 승격했네... 최정예 응원군단 ㅋ
기자님이 쐐기를 박아주셨네. 돼블이들 일코못한다고 ㅋㅋㅋ
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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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이형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