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갤럼의 대전 바 여행 후기(2) (카페 그린리프) +303 [14]

어제 아도니스 다녀온 후기 념글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변변찮은 후기지만 아도니스 사장님, 그리고 주갤신사분들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아도니스를 다녀온 이후 근처의 하늘정원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아침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제공되는 컵라면, 주스, 우유로 떼우고 낮에 뭐할지를 고민하다 그린리프에 전화를 걸어서 대낮부터 술 마시러 가도 되냐고 여쭈어보았습니다. 사장님이 오전 11시부터 가능하다고 하셨고 외부음식도 된다고 하셔서 성심당에서 고로케, 부모님드릴 선물세트 하나 집은다음 바로 달려갔습니다.

성심당에서 산 빵인데 막 그렇게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그냥 무난무난하게 맛있었습니다.

힘들게 도착한 그린리프. 가게 내부 인테리어가 자연속의 쉼터를 연상시키는 편안한 분위기였는데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이점으로는 사진에 나온 작은 장식장에는 각종 피규어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바 테이블에서 작은 소리로 일본 애니메이션 노래들이 나옵니다. 천성이 덕후인 저에게는 이런 부분들도 나름의 매력포인트였지만 이런 곳인지 모르고 오신 인싸분들은 문 열고 들어오자마자 나가시기도 하더라군요.(자체입밴...) 오타쿠분들이 많이 모이는 저녁의 나이트파티같은 때만 아니라면야 노래가 마음에 안든다고 하면 바꿔주실테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킹반인분들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첫 잔은 자몽쥬스, 캐내디언위스키, 버번위스키가 들어간 마키(제 최애캐)였습니다. 마키쨩의 예쁜 머리카락 색깔, 그리고 자몽주스의 달달함과 함께 진빔이 들어가 마키쨩이 츤츤대는듯한, 진중하고 묵직하다기 보다는 날아다니는 맛이 났습니다. 무작정 단게 아니라 위스키의 뒷맛과 자몽의 씁쓸한 맛이 끝에서 살짝 올라오기 때문에 질리지 않고 계속 입이 가게 되는, 밸런스가 잘 잡힌 칵테일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곳 칵테일 이름들은 러브라이브, 아이마스,프리파라 같은 곳에서 따온 것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클래식 칵테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비틀고 캐릭터의 특색에 맞게 변형한 칵테일들입니다. 특색에 집착해서 이상한 맛이 나거나 하는 메뉴는 없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캐릭터를 알고 마시면 더 재미있긴 하지만 모르고 마시더라도 자체적으로 완성도 있는 칵테일들이니까요. 그리고 클래식 칵테일들도 재료가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해주십니다.

두번째 잔은 이곳의 김렛이 궁금해서 시켜봤습니다. 멀리서 왔다고 기본 기주인 고든스대신 징72를 사용해 만들어주셨는데 제가 기대한 쨍하고 새콤한 맛과는 거리가 있는, 적당히 상큼새콤달콤하면서 살짝은 부드러운 맛이었는데 이게 칵테일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훨씬 입에 잘 맞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기대랑은 조금 달랐지만 이것도 맛있게 마셨어요 ㅎㅎ

세 번째잔은 아이마스의 미키쨩이었습니다. 위스키 베이스 칵테일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걸로 달라고 해서 받은 미키쨩. 잭허니, 모건선장님, 하우스허니시럽이 들어갔습니다. 직접 만드셨다는 하우스허니시럽과 하우스리큐르를 슈터잔으로 반잔씩 시음하게 해주셨는데 달콤한 꿀의 맛과 상큼한 오렌지 향이 조화를 이루는 기분좋은 맛이었습니다. 미키쨩처럼 예쁘고, 달콤하면서 그녀의 자신감넘치고 활기찬 성격을 반영하듯이 진하고 화려한 맛이었습니다.

네번째 잔, 세일러문이라는 칵테일이 탄생했습니다. 제가 일본에서 오렌지를 토치로 구워서 넣은 올드패션드가 너무 맛있었는데 혹시 가능한지 여쭤봤는데 진짜 토치까지 써가며 해주셨습니다. 비터스가 없으셔서 대신 풍미를 내기위한 베르무트를 살짝 넣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서 신메뉴로 연구해봐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더니 제가 보는 앞에서 바로 기주로 진빔대신 잭다니엘을 쓰고 베르무트 대신 앨더플라워 리큐르를 넣은 버전으로 만들었습니다. 맛을 봤는데 더 여성적이고 부드러운 맛이 났으며 정식메뉴로 내도 손색이 없을 부드러운 맛이었습니다. 이 버전에는 확실히 잭나니엘(여자 있는 퇴폐바에선 무려 16만원이라구)이 어울리더라구요. 사장님이 두개 다 마셔도 된다고 하셔서 엄청 이득봤습니다. 제 올드패션드는 사라졌지만 세일러문이 남았으니 괜찮았습니다. 혹시라도 세일러문을 시키시게 된다면 저를 떠올려주세요 ㅋㅋ

제가 들고간 고로케(사장님이 데워주시고 식기도 내주셨습니다.)를 먹은 후 제가 안주없이 계속 술만 퍼마시니까 걱정이 되셨는지 베이크드빈과 치즈샌드과자를 그냥 주셨습니다. 사장님의 여고생쟝과도 같은 새심한 배려가 저한테는 크게 와닿았습니다.

다섯번째로 마신 미나린스키입니다. 러브라이브의 코토리가 작중 메이드카페에서 쓰던 가명이 미나린스키입니나. 코토리라는 이름이 다른 메뉴와 겹쳐서 이렇게 지었다고 하셨습니다. 일단 카페니까 커피를 잘 만들테니 커피가 들어간 칵테일을 부탁드려서 받았습니다. 코토리베이지의 색상을 잘 구현한게 인상깊었습니다. 커피, 깔루아, 베일리스, 헤이즐넛시럽과 꾸덕꾸덕한 휘핑크림이 들어간 커피맛 칵테일로 잘 만든 라떼한잔을 먹는 느낌이었습니다.

여기까지 마시고 몸 상태를 고려해 잠시 쉬다가 다시 주문을 넣었습니다.

6번째로 시킨 치하야(큿!)입니다. 보드카, 큐라소, 트리플섹, 레몬주스를 넣은 칵테일이며 쿨데레인 그녀의 성격처럼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 났습니다. 트라우마로 노래를 못부르게 된 치하야가 동료들의 응원으로 다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는 맛(사실 스트렙실 먹었다고 카더라).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발랄라이카의 변형으로 파란색이고 아주 조금 더 상큼달달한 발랄라이카같았습니다.

치하야이후 7번째로 럼플립을 시켰는데 제가 취해서 깜빡한건지 럼플립이 너무 맛있어서 몰두한건지 사진이 안남아있는게 정말 아쉽습니다. 바닐라아이스크림맛이 나는, 디저트같은 맛이었습니나. 럼은 캡틴모건선장님을 사용했는데 모건선장님 특유의 알콜부즈는 묻히고 향과 강한 단맛이 럼플립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줬습니다.

럼플립을 마실 때 선착순 서비스로 만원짜리 모스카토를 한잔씩 따라주셨는데 음료수같이 달달하고 상큼한게 입가심용으로 좋았습니다.

여기까지 마시고 술깰겸 잠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린리프 사장님이 얼음이 깨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쉐이킹하시는 아름다운 자태를 담아낸 그림입니다. 참고로 사장님은 현역 여고생이시라고 들었습니다.

대전 코믹월드인가 하는 만화행사에 참석하셨던 분들이 많이 오셔서 아이돌마스터 라이브영상을 틀어놓고 나이트파티를 진행했습니다. 사장님이 이렇게 주문 쉴틈없이 계속 들어온건 처음이라고 바빠하면서도 좋아하시더라구요. 7시 넘어서부터 진행됬고 이때부터는 일반인분들은 거부감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코스프레한 분들도 들어오고 킹블레이드나 야광봉 흔드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러니 저녁늦게 가실 분들은 사전에 전화하셔서 이에 대해 물어보는 걸 추천드리겠습니다. 물론 저는 오타쿠라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ㅎㅎ.

막잔으로 먹었던 아나스타샤. 팔각, 시나몬스틱, 라임웨지가 들어가서 향이 화려합니다. 시나몬과 라임은 제가 토치로 구워달라고 부탁드렸는데 좋아하는 계피향이 확 나서 더 맛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드카와 진저에일이 들어가서 그런지 모스코뮬느낌도 조금 났는데 러시아에서 온 아나스타샤쨩의 마더러시아같은 감성이 났습니다.

여기까지 마시고 시간이 늦어 저는 숙소로 갔습니다. 전반적으로 맛, 분위기 너무 만족스러웠고 사장님도 저랑 취향이 겹쳐서 좋았습니다. 칵테일 기법, 과일 사용, 얼음에 대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눴고 배운 점들이 많았습니답 다음에 또 대전에 가게된다면 반드시 들릴거같습니다.

대전의 명물 카페 그린리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