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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 19/02/24 13:27 | 추천 30 | 조회 426

ㅎㄱㄱ) 파가니니 해석 후기 - 우리 모두가 심판자 +139 [11]

디시인사이드 원문링크 https://m.dcinside.com/view.php?id=superidea&no=173740

부제 : 우리 모두가 심판자


극 파가니니에 대한 해석 후기야
배우 내용X 연출 내용 O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해석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장에 "라고 나는 생각해"가 생략되어 있음


내가 극을 기억하기 위해서 쓰는 글이라서 말투가 갤 특성과 다소 다른 거 이해 부탁해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꽤 많아서
막공 전까지 몇 번 더 쓸지도 모르겠다


파가니니, 소설 드래곤라자(....)


스포 있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한국 판타지소설의 고전 중에 고전, 드래곤라자에 이런 명대사가 있다


"나는 단수가 아니다"


문법적인 의미로 '나'는 1인칭이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나'가 있다.

'나'라는 인물은 누군가의 자식임과 동시에 형제이며
누군가에게는 유쾌한 친구이며
누군가에게는 믿음직한 동료이다.

이 모든 것이 '나' 라는 인물이기에

소설 드래곤라자에서 저주받은 자들은
주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조금씩 사라지면서 '나'을 잃어 간다.


모두에게서 '나의 기억' 이 사라졌을 때
한 인물은 세상에서 완벽하게 사라진다.

※ 동요 버전으로는 "이름은 하나지만 별명은 여러개" 라고 하겠다※




뮤지컬 파가니니에는 '니콜로 파가니니'가 나오지만

그것은 파가니니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타인이 바라본 파가니니다.


따라서 파가니니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겠다는 관객들의 목소리는
놀랍게도 이 극의 본질을 말하고 있다.


주(조)연들의 감정선을 따라가야 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주변인들이 주관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을 통해서
주인공을 추측해야 하기 때문에


파가니니는 단연코 기존 문화네극과 다른 구조를 택하고 있다.

긍정적인 의미와 약간의 염려를 담아서
내 본진 미친 건가 싶었다(.....)



여하튼,

객석에 앉아있는 나는 재판장의 배심원이자
19세기 유럽의 평범한 사람이 되어
쉼 없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니콜로 파가니니에 대해 판단을 해야 한다.


ㅡ 이따금 지인에게 받는 찌라시가
진실일지, 거짓일지 생각하는 현대의 나처럼



극은 시작부터 파가니니는
음악가라 주장하는 아들, 아킬레(증인 샬롯)와
악마라고 주장하는 사제, 루치오(증인 콜랭)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모습니다.


죽은 자는 스스로를 변론할 수 없다.


변론도 판단도 모두 남은 자들의 몫이다.


*

모두의 관점을 적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져
아킬레 관점에서만 풀어내자면


우리는 재판장의 배심원(맞겠지?)들의 태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1막

재판이 시작되었을 때는 전 유럽에 파가니니=악마라는 소문이 지배적인 시기다.

어린 아킬레가 종이 위에 적힌 글을 벌벌 떨면서 읽어도
배심원들은 그를 돌아보지 않는다.
배심원들의 검은색 두건은 그들의 닫힌 마음을 보여준다.



아킬레가 아버지의 연주는 사람을 홀리려던 것이 아니라
소외된 자들을 위로하려던 것이었다고 소리치며 호소해도 미동조차 없던 배심원들은


비겁한 자들을 향한 아킬레의 비난과
악마라 칭하는 루치오의 변론에만 맞춰 움직일 뿐이다.

* 아) 수십만 프랑을 청구하신 의사 선생님들도 계시는군요!
/ 의자에서 일어나 몸을 숙이는 앙들

* 루) (헐. 급 대사 기억 안 남. 여하튼 파가니니는 나쁘다)
/ 의자로 큰 소리를 내며 아킬레를 위협하는 앙들


1막 내내 아킬레의 말은 힘이 없고
악마라 외치는 루치오의 말만이 대중을 움직인다.



2막

완고하던 배심원들은 서서히 귀를 기울이고 태도를 바꿔간다.


돈을 바라는 친아버지 때문에 끊임없이 연주해야 했던 어린 시절로 동정심을 구하고

샬롯의 증언으로
파가니니가 샬롯의 잘못을 용서할 줄 아는 상냥한 사람이었으며
(병든 몸이라도) 음악을 통해서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끊임없이 설득한 결과


드디어 배심원들은 아킬레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아킬레와 루치오 사이에서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어 괴로워하고 혼란스러워한다.
* 그의 이름, 나의 이름 뒤에 나오는 재판장 씬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고백서'



파가니니가 악마임을 증명할 수도 있지만
악마가 아니라고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그것


(이후 등장하는 루치오-파가니니의 이야기는 오로지 루치오만의 기억이라고 생각함.
극 파가니니는 재판장의 증언과 루치오만의 기억이 섞여있음)


관객들은 이제 세 사람의 최후 변론을 듣고 판단을 해야한다


음악가라 말하는 아킬레와
악마라 말하는 루치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니콜로 파가니니ㅡ
* 고백서 이후, 루치오-파가니니-아킬레 이렇게 있는 장면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파가니니의 연주는
관객에게 들려주는 유일한 그의 진실된 목소리다.


아킬레가 사랑하는 아버지도 아니고
루치오가 두려워하는 악마도 아닌


오로지 그, 니콜로 파가니니



비록 사후 4년 뒤에 이루어진 재판은 매장 불허로 끝났지만
36년 동안 진행된 아킬레의 호소는 드디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지치고 지친 아킬레가 모자(앙들의 두건과 같은 의미)를 쓰게 되는 순간
오히려 앙들은 자신들의 귀를 막고 있던 두건을 벗는다.


조금씩 변해가는 세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킬레는 지쳐있었을까


교황청은 돈을 조건으로 매장을 허락했지만


그 순간

배심원들은 두건을 벗고 숨겨왔던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드러낸다.

여전히 악마라 믿으며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있지만
그 안에는 하얀 옷, 음악가 파나니니를 믿는 이들이 있다.


아킬레가 마지막 순간에 눈물을 흘리거나 웃는다면
그건 교황청이 허가를 해줬기 때문이 아니라
드디어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아버지가 음악가라고 믿어준 하얀 옷의 사람들 때문이지 않을까



*


그래서 도대체 보고 난 후 내 감상이 뭐냐면


나는 문화네의 따뜻함을 사랑하는 문화네덕이라

아킬레와 샬롯의 눈에 보였던
유쾌하며 상냥하고 한없이 따뜻했던 파가니니가
그의 진실된 모습이라고 믿어



*


존경하는 추기경님

니콜로 파가니니는
하늘이 지상에 내려주신 비르투오소입니다.

그에게 안식을 허락해주시길 간곡히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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