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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 18/12/23 23:56 | 추천 48 | 조회 628

ㅎㄱㄱ)12월 23일 마리퀴리 호불호(스포, 개취, 자세하고 길어) +50 [11]

디시인사이드 원문링크 https://m.dcinside.com/view.php?id=superidea&no=167692

오늘 마리퀴리 낮공으로 자첫을 하고 왔는데 말이야


사실 호는 아니었지만 엄청난 불호도 아니었거든?


그냥 후기 쓸 생각조차 없고 그냥 한 번 봤으면 궁금증은 해소 됐다 하는 그런 수준이었는데


뭔가 뒤 안 닦은 거 같은 찝찝함이 남아 일단 불호에 가까운 호불호 후기 좀 써 보려고.


앞의 말 길지?


뒤에도 길 거야.






호 포인트
1. 직공들. 직공들 나오는 부분은 괜찮은 부분이 많았어. 시계를 만들면서(회사 이름 기억 휘발....ㅠ) 여기가 월급도 잘 주고 자기 꿈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여자들이 일하기 좋은 직장이고 모두들 부러워한다면서. 다들 꿈이 있고 행복한 그런 모습. 단체로 넘버 부르는 것도 좋았고.


특히 직공들이 시체가 되는 부분 이 부분 뭔가 무서우면서도 좋았어. 그들이 진짜 라듐의 희생자가 된 느낌이라서.


2. 풍 지팡이 잘 돌리더라.


3. 슈피에르 다정해. 마리가 연구를 위해 남는다고 했을 때도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상황이고 아이들이 기다리는데도, 너무 늦게까지 하지 말라며 아이들의 투정과 실망을 자신이 다 받아주러 가잖아. 정글북 읽어 주는 것도 그렇고.


호는 이게 끝이야. 머리를 아무리 짜내 봐도 호가 이거밖에 안 나와.


이제 불호를 얘기할게





불호포인트
1. 고민한 흔적 없는 무대
무대 디자인이 정말 고민의 흔적이 안 보여. 처음 왼쪽에 마리와 피에르의 연구실로 꾸며져 있는 거 봤을 때 아기자기하고 예쁘네 했는데 무대 활용을 이렇게 못할 일인가?


그 시계공장 얘기 나올 때는 커다란 시계가 나오고


마리가 발표를 하거나 연구를 할 때는 무대에 칠판처럼 글씨가 나오고


그런 다음에는?


차라리 무대 영상을 좀 더 다양하게 쏴 주던가.


영상 쏘는 게 극단적으로 말해서 공식밖에 없어. 무대는 다양한 공간을 나타내야 하고, 영상은 그를 뒷받침해주는 거잖아. 난 저 무대에서 다양한 공간이 하나도 안 보였어. 영상은 이거밖에 없어? 하는 생각과 함께 마지막에 슈피에르 나와서 정글북 다시 읽어 줄 때는 차라리 그 동물이라도 나와라 좀!!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


2. 동선
내가 입덕하고 꽤 많은 작품을 봤지만 단언컨데 동선이 이렇게 단조로운 작품은 참 얼마 못 본 거 같아.


마리는 무대를 왔다갔다만 하고, 피에르도 왔다갔다만 하고, 동선을 그나마 좀 다양하게 쓰는 건 직공밖에 없더라.


마리, 피에르, 루벤까지 무대 끝에서 끝까지 그냥 걸어다니기만 해. 무대에 아무것도 없어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어도 동선 다양하게 활용하는 극들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 동선에 대한 고민은 한걸까? 소극장 무대에서 등장 인물이 7명이면 적게 나오는 편도 아닌데 이렇게 단조롭게 움직이는 것도 처음 봤어.


사실 그래서 극이 지루해보여. 임팩트가 없는 것에 한 몫하는 것도 이 동선인 거 같아.



3. 평면적인 인물
마리퀴리 좋지. 솔직히 우리가 위인전으로 읽었던 퀴리부인의 이야기들 드라마틱하잖아?


어린 시절에는 마치 우리 일제강점기처럼 자신의 나라 말을 배우지 못하게 하는 것 때문에 울음 터뜨린 얘기도 있고, 라듐의 발견과 두 번의 노벨상. 이렇게까지 드라마틱하게 삶을 살다간 사람이 또 얼마나 될까 싶은데, 마리퀴리가 이렇게 재미없는 사람이었다니.


마리퀴리가 한 건 연구주제를 발견(피에르와 이야기를 하다가), 연구를 해서 라듐을 발견하고, (피에르의 도움으로) 라듐에 특별한 효능이 있다는 걸 알고 임상실험을 하고, 병에 걸려 죽어가는 직공들 때문에 라듐이 부작용이 있을 거 같다는 걸 알게 되고, (피에르는) 라듐의 부작용을 알리는 증언을 하려다가 마차 사고로 죽고, 마리는 라듐이 부작용이 있음을 인지하고 발표하고, 라듐을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용법을 제시하려 한다.


이건데.........마리퀴리는 주체적인 여성은 절대 아닌 것 같고. 중요한 순간마다 피에르가 해답을 줘.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성격이나 고민이 없어.


그냥 솔직히 말하면 마리퀴리는 위인전 읽는 느낌인데, 위인전도 드라마틱한 분들 많지(당장 생각해도 이순신 장군이나 유관순 열사나 헬렌켈러 등등?) 그런 분들이 아닌 그냥 쭉~~~쭈욱~~~~모범적으로 잘 살아서 모범적으로 잘 끝난 좀 더 쉽게 말하면 어린이용 위인전, 교훈을 주기 위한 그 위인전 읽는 느낌이었어.


극단적인 재미요소 빼고, 적절한 교훈을 섞고, 마지막에 감동을 주어서 아이들에게 위인들의 삶을 본받으라고 말해 주는 그런 거.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도 "이거 시시해."소리가 나올 수 잇는 그런 위인전.


주인공인 마리퀴리가 이렇게까지 평면적이다 보니 극이 심심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어.


피에르는 자상한 남편이긴 하지만 연구자로서의 고뇌, 인간적인 모습 같은 건 정말 하나~도 안 보여서, 피에르는 마리에게 도움만 주다 끝나는 거야? 싶었어.


적어도 재판에 참석하겠다고 말을 한 부분을 강조해서 피에르의 인간적인 고뇌나, 자신의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했다면 나았을 텐데. 뭐지?


그리고 난 루벤도. 루벤이 왜 악역처럼 나와?


확신도 없는 연구개발비에 100년전 당시 5만 프랑을 투자한 거야(이게 중간이었고 더 투자를 했겠지) 지금 현재 5만 프랑의 시세가 5천만원 정도인데, 100년전이면 이거보다 100배는 넘는 가치가 있었을걸? 마리퀴리의 연구에 그만큼을 투자를 해 주는 사람이 도대체 어디 있다고?


직공들의 죽음에 라듐이 잘못이 있다고 말하는 것도 당시 라듐이 나쁘다고 나왔었나? 사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식을 하고 입막음을 하긴 했지만, 정확한 근거가 없었어. 방사능이 왜 나쁜지, 어디가 나쁜지. 무엇이 나쁜지. 병원을 인수하고, 연구에 투자하는 루벤을 극단적인 나쁜놈으로 몰아가려는 이유가 뭐야? 직공들 얘기를 들어보면 월급도 후하게 주는 사장인데.


솔직히 나는 루벤은 여기서 마리를 위해서 돈만 팡팡 쓰다가(루벤이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 많이 하더라.) 라듐이 유해하다는 발표 때문에 크게 손해 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루벤을 참 악역으로 그리려고 하는데 저 사람이 왜? 하는 생각도 들더라. 마리에 관해서는 루벤은 나쁜 사람이 아니야.


루벤을 정말 악역으로 만들고 싶었다면 직공들을 매춘부로 몰아간 거 말고도 더 있었어야 했어. 잘못 보면 저건 루벤이 자신의 병원에서 가장 비슷한 사례를 찾아서 그쪽으로 몰고갔을 뿐이라는 생각까지 든단 말이야. 차라리 루벤이 그 병원 사례도 조작을 한 거였거나, 직공 가족의 입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그런 거라는 점 때문에 악의적으로 이용한 거라면 나쁘다~ 생각이라도 들 수 있겠지만 글쎄.



안나는 뭐........꿈많은 소녀가 언니를 잃고 재판으로 가는 그런 건데....


거대한 회사를 상대로 외롭게 싸우는 느낌은 정말 안 보이고(재판씬도 정말 평면적이더라. 재판씬 좀 재밌게 연출 좀 하면 안 됐을까? 차라리 루벤이랑 안나의 상하관계라도 볼 수 있는 위치선정이라도 해 주지 그랬어.) 마리에게 도와달라고 계속 호소만 하는 그런 느낌이야.


직공들은 꿈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



4. 단조로운 넘버
내용이 이러면 넘버라도 강하게 귀에다가 때려 박아줬으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넘버가 참......높낮이가 별로 없네.


재밌는 건 배우들은 힘들게 부를 거 같아. 높게도 올라가.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클라이막스가 없어. 밋밋해. 반복되는 멜로디, 단조로운 느낌이 참.....별로야.


그래 별로야.


넘버가 왜 이렇게 단순해? 심지어 곡을 먼저 완성하고 가사를 붙였는지는 모르겠는데 랩처럼 몰아부르는 장면이 군데군데 나와. 이거 진짜 불호야. 가사와 음이 안 맞아.



솔직히 말해서 안 되면 그냥 지르기라도 하지 그랬냐 싶을 정도로 뭔가 웅장하게 끝나거나 아니면 귀에 딱 박히는 느낌이 있는 게 없어.


죽은 직공들이 나와서 부르는 넘버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가사가 진짜 불호고 이것도 차라리 단체로 소리지르면서라도 끝나지 지르려다가 만 느낌이라 기억에 남지가 않네.


마리퀴리에서 직공들 제외 4명의 인물들이 단체로 넘버 부르는 거 정말 안 맞더라. 각자 열심히는 부르는데, 음이 조화롭지가 않아. 난 어느 공연이고 떼창을 무척 좋아하는데 떼창이 이렇게까지 별로일 줄이야. 굳이 왜 떼창을 넣은걸까. 잘 들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화음이 아름다운 것도 아닌데.



5. 가사
위에서 가사 얘기했으니 가사 얘기도 좀 할게. 안 맞는 건 안 맞는 건데, 가사의 내용이 직설적인 것도 별로인게, 죽은 직공들이 나와서 부르는 넘버에서 몸 팔았다는 얘기를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뮤지컬에서 넘버라는 의미는 대사 전달의 다른 방식이지. 그래서 제목도 안 붙이고 넘버라고 하고. 그런데 말이야, 굳이 대사로 하면 잘 들릴 걸 넘버로 할 필요는 없었던 거 같아. 그 넘버가 곡도 별로였다면.


넘버로 주는 이유는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인데, 가사는 저렇고 곡도 저래서 임팩트가 안 살아.



6. 임팩트
위에서 임팩트 얘기했으니 해 보면, 이 극의 클라이막스는 뭘까?


마리퀴리가 라듐은 유해하다, 우리는 라듐이 유해하다고 판단하고 그레이스 병원과의 실험을 즉시 중단하고 라듐의 유해성 실험을 하겠다 이 장면 같은데


이 장면을 굳이 넘버로 처리할 필요는 없지.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대사로 전달하는 게 임팩트는 더 줄 수도 있지만....


이 장면 정말 안 살더라.


조명이 일을 안 한걸까, 음향팀이 일을 안 한 걸까. 어떤 방법이든 이런 충격적인 발표라면 강하게 뭔가 눈에라도 들어오는 연출을 해 줬어야 하지 않을까.


난 마리퀴리를 보면서 연출이 정말 일 안 한 거 아니야 생각이 계속 들었어.


뭐 하나 기억에 남는 게 없는 건 그냥 마리퀴리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좋으니 갖다 올리면 되지 않을까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



7. 슈 발음
이거 따로 뺄까말까하다가


내가 슈의 th발음이 그렇게 거슬린 적이 지금까지는 없었어. 다른 극에서는 약간 샌다 할 때도 있긴 했지만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마리퀴리. 와 연구쪽이라 그럴까? 발음이.......세상에 이렇게 샐 줄이야. 새는 건지 끝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처음이었어. 이렇게 심한 건. 처음 등장해서 말할 때부터 이 발음 때문에 현입이 되기 시작하는데,


나는 마리 대신해서 기자들 질문에 답할 때 특히 심하게 느꼈어. 그래.......하......






난 이 극을 보면서 더 재미있게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밖에 못 만들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 막장 같은 내용, 텅 빈 내용들도 많지만 그래도 회전을 돌 수 있는 건


넘버가 좋거나, 무대가 좋거나, 배우 연기가 좋거나 뭐 하나라도 꽂히는 부분이 있어서인데, 마리퀴리는 그냥 심심한 위인전 읽는 느낌이야.


극단적으로 말하면 건강함을 지향하는 패스트푸드를 먹는 느낌? 몸에 딱히 좋은 것도 아니고 맛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굳이 이걸 먹어야 돼? 하는 거 같은 거 있잖아.


차라리 마리퀴리의 드라마틱한 삶을 보여주거나,


라듐 발견까지는 후루룩 넘어가고 유해성 때문에 미친듯이 고뇌하고 나쁜 생각에도 동조했다가 결국 한계에 몰리든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든지 유해성을 밝히기까지의 과정을 보여 줬다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하도 답답해서 써 봤어.


개인적인 감상이야.


긴 거 읽느라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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