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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ear.. | 18/12/22 04:11 | 추천 184 | 조회 2884

(리뷰)희주의 롤러코스터는 멈췄다. +122 [35]

디시인사이드 원문링크 https://m.dcinside.com/view.php?id=superidea&no=167546

"왜 갑자기 제 인생에 나타나서 사람 롤러코스터를 태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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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는 희주에게 롤러 코스터다. 진우를 만난 이래, 희주는 진우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는 매순간이 반전이었다. 어울리지도 않는 보니따 호스텔에 나타난 것부터. 아침에는 싸가지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태도로 희주를 몰아 붙이더니 점심에는 웃으며 나타나 희주를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희주가 잃어버렸던 꿈과 미래를 열어주었다. 충분히 고마워 하기도 전에 떠나서 아쉽게 하더니 다시 돌아와서 반갑게 만든다.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화려하게만 보이더니 알고 보니 그의 인간관계는 아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재수없다가 당황스럽다가 고맙다가 이젠 가엾기까지 하다. 하지만 희주에게 뒤집히지 않는 사실 하나는 그는 희주에게 마법같은 행운이었다는 것.

그런데 진우가 추락했다.

희주의 호스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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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평생남는 장애를 예고했다. 훌쩍훌쩍 눈물이 나온다. 희주는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완벽한 저주였을까. 완벽한 불행이었을까. 희주의 롤러 코스터는 저 아래로 사정없이 내려간다. 엎친데 덮친격, 진우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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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발칵 뒤집어 놓고 사라진 진우가,

그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그 비를 다 맞으며 차디찬 땅바닥에 주저 앉아 있다. 나을지 안 나을지 알 수도 없는 다친 다리를 빗속에 고스란히 다 내 놓고 넋이 나간 듯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희주는 기가 꽉 막힌다. 눈물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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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였다. 바로 어제 였다. 결혼 거지 같으니 하지 말라던 사람. 핸드폰 빌려 달래서 빌려줬더니 되려 아무나 빌려주면 어떡하냐고 걱정해주던 사람. 바로 어제까지 반짝반짝 빛나기만 했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려서 알 수 없는 공포에 떨고 있다. 어디 가지 말라고 제발 잠시만 그대로 있어 달라고 희주를 붙잡는다. 뭐가 그렇게 무섭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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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쫓겨나 제대로 걱정도 못하고 그렇다고 편히 잠들 수도 없는 밤. 진우가 다시 찾아온다. 희주는 서비서로부터 진우가 죽은 친구의 환영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진우의 아내를 앗아갔던 믿었던 친구. 희주는 진우의 전처가 내뱉었던 날 선 말들을 다 기억한다. 한밤중에 골동품 가게를 찾아가고 문을 부수고, 허공에 뭔가를 던지다가 골방에서 멍하니 서있는 진우의 행동이 아무리 이상해도 아무리 앞 뒤가 안 맞아도 희주는 진우의 죄책감을 이해하므로 무섭지 않다. 안쓰럽고 안타까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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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가 잠 속으로 빠져 든 시간 동안 희주의 롤러코스터는 낮게 나마 위를 향해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 그나마 자기가 만든 것 같은 진우의 추락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었으니까. 이마를 닦아주고 이불을 덮어주고 옆에서 지켜줄 수 있었으니까. 희주가 자리를 뜨려고만 하면 손목을 잡아채는 진우가 보는 사람은 설렐지라도 희주는 마음이 아팠을 거다. '옆에 있어요'보다 '혼자 무섭다니까'가 희주에게 더 아프게 다가왔을거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무의식 중에 그렇게 희주만 찾았으면서 진우는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희주를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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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떠밀려 나왔지만 마음까지 챙겨 나오진 못해서 진우에게 걱정스런 전화를 건다. 다정한 듯 담담한 듯 희주가 묻는 말에 착실하게 대답하던 진우는 저녁에 들르겠다는 희주를 한사코 거절하다 짧은 통화를 끝내 버린다. 살짝 서운하던 차에 희주에게 도착한 진우의 꽃다발. 진우는 희주에게 언제나 반전이다. 환한 미소로, 꽃 보다 예뻐진 희주는 진우가 태운 롤러코스터를 타고 저기 저 하늘만큼 날아 오른다. 그렇게 여유롭게 친구들과 저녁시간을 보내지만 진우에게 두고 온 마음은 두번째 전화를 재촉한다. 하지만 또 반전이다. 수화기 너머 날아드는 청천벽력같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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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주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진우가 언젠가 떠날 거라는 걸. 만약 진우가 단 몇 일이라도 뒤에 떠났다면 가슴 한 편은 시렸을지언정 처음의 이별이 그러했듯, 진우의 행운을 빌며, 많이 아쉽고 조금은 섭섭하게 그렇게 진우를 보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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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바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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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과 함께 희주를 태우고 저 하늘 위를 부유하던 롤러 코스터는 전조 한 번 없이 추락하더니 그대로 지상 위로 내려 앉았다. 어떤 감정들은 감정의 대상이 사라져 봐야 비로소 제 이름을 찾는 경우가 있다. 희주는 그 순간 깨달았을 것이다. 그동안 자기가 여태 뭘 하고 있었던 건지. 왜 그렇게 마음이 아팠는지. 인간적인 도리라거나 고마운 사람에 대한 보답이라거나. 이름을 잘못 붙인 감정에 스스로도 속아 왔던 걸 그제서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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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주가 떠나는 기차를 붙잡아 진우를 찾아낸다 한들 할 수 있는 건 없다. 잘가라는 인사. 혹은 인사도 없이 가냐는 타박이 최대치 였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다고 해도. 희주는 선택지가 없었다. 진우에게 달려간다. 뛰고 또 뛴다. 하지만 가까스로 도착한 역에서 이미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눈물도 흐르기 시작했다. 기차가 떠나가는 내내, 핀포인트 조명처럼 희주에게 쏟아진 단 하나의 시선이 존재했음을 알 턱 없는 희주는 플랫폼에 주저 앉아 서러운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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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를 태운 기차는 출발했고 희주를 태웠던 롤러코스터는 이제, 완전히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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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아래 념글에 희주 얘기 쓴 거 있는데 다시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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