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호주에 살았던 괴물들 이야기 3 - 각선미 악어
?(1편 슈퍼 캥거루)
https://m.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6468695
(2편 울트라 도마뱀)
https://m.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76483429
?지금도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내가 어렸을 적에 서울동물원에서 '동물원 캠프'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게 뭐냐면 말 그대로 동물원에서 1박2일을 보내는 거임. 텐트는 동물원 측에서 준비해 주고. 그러고는 사육사 분들이 가이드를 해주시면서 동물들 구경과 동시에 설명 듣는 그런 프로그램이다. 어렸을 적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즐겼던 기억이 있음.
?그때 이제 했던 것 중 하나가 파충류관 관람이었다. 밤에 이제 가가 지고 사육사 분 설명 들으면서 하나하나 보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난쟁이카이만의 차례가 오니까 사육사 분이 "하... 이 깡패 녀석..."이라 말씀하시는 거임. 그래서 나 포함 모두 '왜 저러시지?'라 생각했는데, 사육사 님의 설명과 이후에 벌어진 일 때문에 사육사 님이 보인 반응을 다들 이해하게 됐다.
사육사 님 말씀은 다음과 같았는데
1.
난쟁이카이만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악어. 그럼에도 다 크면 최대 2m까지 자란다. 즉 이 안에 있는 녀석은 아직 어린 개체.
2.
작은 크기의 영향인지 난쟁이카이만은 굉장히 사납다. 아직 어린 개체인 이 녀석도 보통 사나운 게 아니라서 관리하기가 정말 어렵다.
3.
덕분에 다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성질 때문에 저처럼 파충류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얘를 다 깡패 아니면 조폭이라 부른다.
란 설명을 마치고 이제 다음 친구 보러 이동하려는 순간...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면서 머리를 휘둘러 유리벽을 강타했다. 덕분에 일행 모두가 깜짝 놀라 녀석을 쳐다봤음. 그와 동시에 사육사 님 왈 "보셨죠? 성질머리가 이래요." 이후 이동을 재개하면서 어른들은 사육사 님한테 고생이 많으시다고 말해주셨다. 나도 그렇고 같이 있던 또래들도 아마 '사육사도 쉬운 일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겠지. 아무튼 간 이런 추억이 있음.
그런 의미에서 옛날 호주에 살았던 괴물들 이야기 마지막 3편, 그 주인공으로 좀 특별한 악어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야기의 시작은 18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퀸즐랜드 주의 달링 다운스 지역을 탐험하던 생물학자, 찰스 월터 드 비스는 여러 화석들을 찾아내 발굴함.
?"ㅔ... 일단 고대 악어의 화석 같기는 한데... 너무 단편적이라서 정확히 구분하면서 알아내기가 어렵네. 에라 모르겠다 귀찮으니까 그냥 편의상 한데 묶어서 정리해야지 ㅎㅎ."
그러나 발견된 화석들은 하나같이 이빨이나 뼈 파편 같은 단편적인 것들이었다. 여기에 당시 호주의 고대 악어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학계에 전혀 없었고, 당연히 찰스 드 비스 본인도 호주의 고대 악어에 대해선 잘 몰랐던 결과... 참사가 벌어지고 만다. 발견된 화석들을 "그냥 여기 살았던 고대 반수생 악어의 것이겠지 뭐"라고 여기며 한데 모아 '팔림나르쿠스'라는 짬통 분류군을 만들어 낸 거임.
이때 발견된 화석 중에는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의 것도 있었지만, 이렇게 짬통 분류군에 들어간 결과 그대로 잊혀지고 만다. 20세기 중후반까지 호주에서 악어 화석이 발견되면 그냥 팔림나르쿠스라는 짬통에 넣어버렸거든. 호주는 지역 특성상 화석이 온전히 남기가 어려워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 결과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무려 84년이 지난 1970년이 되어서야 시작된다. 당시 시드니 동굴 학회에서 칠라고-뭉가나 동굴 국립공원에 있는 한 동굴을 탐사하던 중, 고대 악어의 주둥이 화석을 발견함. 그런데 그 형태가 좀 특이했다. 호주의 현생 악어들에게선 보이지 않는 고유한 형태를 가졌던 거임.
?"이거... 대박의 냄새가 나는걸? 연구해 볼 가치가 있겠어."
이후로도 퀸즐랜드 여기저기서 고대 악어의 화석이 단편적으로 발견되었고, 이는 호주의 고생물학자 랄프 몰나르의 관심을 끌게 된다. 몰나르는 1970년에 발견된 주둥이 화석을 바탕으로 집중적인 연구를 가했고, 그 결과 1981년에 쿠인카나라는 이름을 붙이며 신종 발표를 하게 됨.
?이름은 퀸즐랜드 북부에 거주하는 원주민, 구구-얄란지 족의 신화에서 등장하는 영적 존재 퀸칸(Quinkan)에서 따왔다. 위 사진은 구구-얄란지 족이 암각화로 그려낸 퀸칸임. 이 퀸칸을 살짝 변형한 다음 라틴어로 읽게 되면서 쿠인카나(Quinkana)가 되었다. 퀸칸이 퀸즐랜드 주 북쪽에 위치한 케이프요크 반도의 일부 암각화에서, 악어로 묘사한 사례가 있어 이름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이렇게 신화에 나오는 존재의 이름을 붙일 정도로, 쿠인카나에겐 아주 특별한 특징이 하나 있다. 이렇게 머리만 놓고 보면 그냥 평범하게 현생 악어들이랑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다리가 롱다리다. 반수생 동물인 현생 악어들과는 달리, 쿠인카나는 육상 생활에 특화된 악어라서 잘 발달된 다리를 가지고 있었음. 덕분에 악어임에도 복원도에 따라선 빼어난 각선미를 보여줄 때가 있다.
?이런 롱다리가 특징적인 쿠인카나는 그 크기도 거대했다. 종에 따라 크기가 다양했는데, 가장 큰 종의 경우 몸길이가 무려 최대 6m에 달했으리라 추정됨. 다만 쿠인카나도 악어인 이상 평균 크기와 최대 크기 간의 차이가 좀 컸으리라 보는 편이다. 그래서 보편적인 평균 크기는 3m 정도로 보고 있음.
아쉽게도 쿠인카나 역시 화석이 너무 불완전해서 정확한 크기 추정이 어렵다. 뭐 이빨이나 뼈 파편 조각 이딴 것만 주로 발견되고, 주둥이 이상의 부위는 발견되지 않아서... 때문에 정확한 크기나 체중에 관해선 확답을 내릴 수가 없음.
?뭐가 됐든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육지에 적응한 악어라는 점에서, 쿠인카나는 꽤 신기하게 다가온다. 아니면 잘 발달된 롱다리를 지녔다는 점 때문에 좀 이질감을 느끼거나 그렇지. 이런 쿠인카나는 육상 생활에 적응한 만큼, 현생 악어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고유한 특징이 하나 있었는데...
?(사진의 이빨은 코모도왕도마뱀의 것입니다)
바로 이빨이 톱니 모양이었다는 것. 2편의 주인공인 메갈라니아처럼 쿠인카나도 날 부분이 톱니 모양인 예리한 이빨을 가지고 있다. 현생 악어들은 반수생 생활을 하는 만큼 송곳 같은 원뿔 모양의 이빨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먹잇감을 물었을 때 단단히 꿰뚫어서 붙잡는데 특화된 구조임. 무는데 성공하면 그대로 물속으로 끌고 가 익사시키거나, 간판 기술인 '데스롤'로 뜯어내 큰 부상을 입히는 게 악어의 주된 사냥법이다.
?쿠인카나는 육상 생활에 특화된 만큼 악어의 간판 기술 '데스롤'은 포기하고, 대신 이빨을 날 부분이 톱날 모양인 예리한 형태로 발달시켜 이를 사냥에 써먹었다. 2편의 주인공 메갈라니아처럼 한 번 물었을 때 깊은 상처를 내서 과다출혈로 다 먹잇감을 제압하는 거임.
?(메갈라니아와 대치하는 쿠인카나를 묘사한 그림)
이런 만큼 메갈라니아와는 서로 경쟁 관계였으리라 추정된다. 메갈라니아는 주로 초원 지대에서, 쿠인카나는 습지대에서 서식한 만큼 치열한 경쟁 관계까진 아니었지만. 하지만 같은 시기에 공존했고 서식지가 어느 정도 겹쳤다는 게 확인된 만큼, 둘의 경쟁이 치열까진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있었을 거라 보고 있다. 둘 다 대형 육식 파충류로서 호주 대륙을 지배했으니까.
?그러나 메갈라니아와 쿠인카나의 호주 대륙 지배는 영원하지 못했다. 둘 다 사이좋게 손잡고 비슷한 시기에 멸종했으니까. 메갈라니아는 2편에서 설명했듯 기후?환경 변화와 인간의 호주 대륙 정착이 원인이었는데, 쿠인카나는 저 중에서 기후?환경 변화가 직접적인 멸종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음.
?(호주 내륙 사막에 위치한 세계적인 관광지 울루루)
1편과 2편에서 계속 설명했듯, 빙하기가 왔다 끝났다를 반복하여 일어난 기후 변화는 호주에 사막화를 불러왔다. 이 사막화로 인해 호주에 있던 습지대가 전부 없어져 버렸음. 육상 생활에 특화됐다고는 했지만, 결국엔 '악어'였던 만큼 쿠인카나에겐 습지처럼 물이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거기에 사막화로 인해 먹이로 삼을 거대 초식동물들이 사라진 것도 쿠인카나에겐 큰 타격이었음.
?"엥? 근데 현재 호주에는 바다악어랑 민물악어가 멀쩡히 살아있잖아. 생활상이 달랐다고는 해도 같은 악어인데, 왜 얘네들은 살아남고 쿠인카나는 멸종한 거임?"
?그 말대로 현재 호주에는 2종의 악어가 잘만 살아있다. 바다악어와 호주민물악어 이 둘이 있는데, 둘 다 쿠인카나랑 같은 시기에 공존했음. 그런데 쿠인카나는 멸종하고 이 둘은 살아남았다는 게 좀 의문이 든다. 당시 호주 대륙 전체를 강타한 극심한 가뭄에서 온 사막화는 얘네들한테도 공평하게 적용되는데 말이지.
이유는 다음과 같은데
1. 바다악어: 응 바다로 가면 그만이야~
바다악어는 이름 그대로 바다에서도 살 수 있다. 그러니 호주 대륙이 극심한 가뭄으로 사막화 되어도 괜찮았음. 바다로 가면 그만이니까.
2. 호주민물악어: 응 존버하면 그만이야~
호주민물악어는 건기가 되어 기온이 오르고 물이 마르는 시기엔 땅속으로 들어가 여름잠을 잔다. 그렇게 다시 우기가 찾아와서 비가 올 때까지 버팀. 이 능력 덕분에 사막화가 진행된 호주에서도 버틸 수 있었다. 거기에 곤충이나 거미도 먹이로 삼을 정도로 식성이 좋고 다양하다는 점 역시, 어려운 환경에서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거임.
하지만 쿠인카나는 육상 생활에 특화된 악어이면서도, 원래 반수생 동물이었던 악어의 특징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그 결과 생존에 있어 습지 같은 물가가 있어야 했음. 그런데 사막화로 이 습지가 깡그리 날아가 버렸고, 먹잇감인 대형 초식동물들도 사막화로 다 멸종해서 좋은 환경으로의 이동도 어려웠다. 걸어서 이동하려면 소모되는 에너지를 보충할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었으니까.
?결국 쿠인카나는 이러한 환경 변화를 버티지 못하고 멸종하고 만다. 같이 호주 대륙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했던 메갈라니아 역시 2편에서 설명한 이유로 인해 얼마 안 가 멸종하고 맘. 현생 악어들은 전부 반수생 생활을 하는 종만 남았기에, 쿠인카나처럼 육상 생활에 특화된 악어들은 화석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이리 해서 옛날 호주에 살았던 괴물들 이야기 3편, 롱다리 악어 쿠인카나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겠다. 더 나아가 3편에 걸친 호주의 고생물 이야기도 끝이 났네. 쿠인카나의 경우 화석이 엄청 단편적으로 발견된 친구라, 쓸만한 정보가 그다지 없어서 글 작성하는 데 애를 좀 먹었다.
그리고 아마 3편에 걸쳐 소개한 3마리의 고생물들 멸종 원인이 같은 걸 보고, 왜 이번에 이야기글 구성을 이리 했는지 눈치챈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음. 이유는 세 고생물들이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공존했고, 멸종 원인도 같아서다. 개별 글로 나눠서 쓰자니 좀 중복되는 내용이 있으니까, 뭔가 좀 그렇더라고. 막 "이거 저번에 올렸던 내용 아님? 중복되는 내용이 있는데?"란 반응도 있을 것 같고 그래서...
이렇게 공통점이 있는 고생물들을 한데 모아 여러 편에 걸쳐 소개하는 구성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해볼 것 같음. 그럼 이상으로 글을 마치고, 언젠가 또 소재가 생각나서 글을 쓰게 되면 다시금 올려보겠다. 읽어준 사람들 모두 고마워.
https://www.pickiverse.com/ko/game/2aa61 (피키버스)
https://playduo.kr/index.html?detail=8fb7240f-0b8f-4c45-900c-b92b0241e7f6 (플레이두오)
마지막으로 이 글에서 나온 친구 외에도 신기한 고생물들에 대해 더 관심이 간다면 위 이상형 월드컵을 추천한다. 일반인에게도 신기하다고 여겨질 법한 고생물들 128마리를 모아서 열심히 만들었어.























이새끼 암만봐도 트라이아스기 원시파충류관에 있어야 할 거 같은데
생긴 게 그 시절 파충류 느낌이 확 나긴 함. 근데 정작 살던 시기는 신생대 플라이스토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