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도 특히 신격이 높은 올림포스의 열두 신
그리고 열두 신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동석하는 헤스티아
그런 헤스티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보기 드문 착한 신으로 꼽히는데
왜 헤스티아는 다른 신들과 달리 착할까?
그리스의 신들은 대부분 자연이나 개념을 의인화한 화신이다
예를 들어 제우스는 하늘과 번개의 신이다
그런 경우, 자연의 무자비함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맑은 하늘은 우리에게 평화를 주지만
가끔 벼락과 눈비 폭풍으로 재앙을 내리듯
이중적이면서 잔인한 면모도 보이게 되는 것
그런데 헤스티아가 관장하는 것은 화로
불 그 자체가 아닌 화로이다
화로의 역할은 불을 보호함과 동시에 불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또한 불을 용이하게 써먹게 해주는 것에 있다
화로 그 자체로는 우리에게 해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대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것이다
화로가 없으면 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사실상 인간으로서의 생활이 유지되지 않는 것에 가깝다
괜히 프로메테우스가 독수리한테 쪼인게 아니다
게다가 화로를 어설프게 다루다 엎기라도 하면
그대로 집안 살림 다 태워먹게 된다
현대에야 소화기가 있다지만 당시에는 물뿌리는게 전부였지 않은가
사소한 실수와 소홀로 어마어마한 재앙이 들이닥칠 수 있고
그런 불을 억제하는 화로를 관장하는 것이 헤스티아이니
헤스티아의 힘 또한 강력하게 생각되었을 것이다
그런만큼 헤스티아는 제우스 이상으로 존중받아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주 화로에 대고 인사(제례, 기도)를 올리곤 했고
심지어 최고신인 제우스보다 먼저 헤스티아에게 제물을 올렸다고 한다
다시 더 파고들면
화로는 집안의 기본적인 면이고
화로 없이 인간의 생활이 불가능하니
화로는 일종의 우주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한다
다른 면으로 보면
헤스티아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첫 아이이다
성장한 순서로 치면 막내지만, 혈통상 적장자가 된다
올림포스 치하의 모든 신들이 존중해 마땅한 위치인 것
즉
헤스티아가 인성도 처녀성도 모두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더럽혀지지 않을 압도적인 힘과 서열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과연 그만한 포스가 느껴지는 자태가 아닌가
"화로 확 엎을까? 처신 잘하라고"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사족
디오니소스 등장 시
헤스티아가 올림포스의 열두 대좌를 양보하고 화롯가로 가는데
이는 1995년도에 발매된 책에서 처음 등장하는 이야기고
당시 그리스에서 전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다
물론 그 에피소드 자체가 ㅂㅅ이라는건 아니고
생활의 중심이 가정(화로)에서 사회(술, 축제)로 옮겨간 것을 상징한다 하겠다
댓글(29)
정답이네
아 자리 양보하는 게 그때 처음 나온 얘기였구나
첫짤 마쉬멜로 굽는거같다
그런데 좀 의아한건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다 주기 전엔 화로란게 존재하지도 않았을탠데 이미 그 시점엔 올림포스 주신들이 정해져있음
신화가 뭐 그렇죠. ㅎㅎ
불씨를 관장하는 신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중요한 위치임
부엌 불씨 꺼트리면 두들겨맞는게 옛날이었지
소신발언)그냥 만날 화로에만 앉아 있으니 나올 일이 없어서 평가 박을 일도 없는거 아님?
지상에 몇번나오지도 않으면서 나올때 조카 납치혼한 신도 있는데 헤스티아정도면 진짜 선한거 아님?
로마 종교계에서 베스타 교단 입지는 굉장히 높았음. 유명한 신화적 에피소드에 등장하지 않는 거지 신화 자체에 존재감이 없었나는... 글쎄?
에피소드가 딱히 없는거지 신앙이 약한게 아니지
즉, 신이 악한 것도 선한 것도 모두 인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거지.
사고 안치는 신이 없는 신화에서 헤스티아면 완전 선신
헤스티아가 디오니소스에게 12주신 양보했다는 그냥 근대창작이고 원래 12주신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