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게 실시간 커뮤니티 인기글
디시인사이드 (496153)  썸네일on   다크모드 on
민두노총.. | 19/03/08 02:15 | 추천 25 | 조회 929

깔바도스 이야기 - 모랑 엔세스트럴 +174 [15]

디시인사이드 원문링크 m.dcinside.com/view.php?id=superidea&no=174805

viewimage.php?no=24b0d769e1d32ca73fee82fa11d02831f7b1fdb67b76037d9d6c024c2576057f84f3b65a81ad1b066a5f55994d6d4ec2c14d1353049a8e2736927626727e7ef842b9cdc235f7deaff9b18a52b266

아마 얼마 못가고 찍쌀 것 같지만... 나중에 커서 스스로를 돌이켜 봤을 때 어떤 깔바를 먹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이 나이에 얼마나 알았는지 기억하기 위해, 사실 한글로 적을 곳은 주갤 뿐이더라요.

Calvados Morin. 가성비 최강 바틀 중 하나인 모랑 25년 나폴레옹을 만드는 증류소입니다. 뻬이도쥬로 알수도 있지만 사실 블렌딩을 위해 돔프롱테, 페이도쥬 두쪽 지역에 전부 밭을 가지고 있는 네고시앙 증류소죠. 결과물을 위해서라면 배도 섞어서 쓰는, 깐깐한 성격의 증류소입니다. 이들의 깐깐한 성격은 오크통 숙성에서도 드러납니다. 1년간 쌩쌩한 오크통에서 숙성 시킨 뒤, 나머지 숙성 기간은 여러번 사용된 오래된 옛 오크통에서 진행됩니다. 특이한 점은 이 증류소의 숙성 셀러인데, 오래된 오크통으로 옮겨진 원액은 저온에 100%에 가까운 습도를 유지하는 특수 지하 셀러 (동굴) 에서 숙성 과정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환경은 자연스럽게 셀러 전체에 곰팡이와 버섯을 자라게 하는데 이것이 모랑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지하실 냄새와 연관이 있지 않나 합니다.

본 바틀인 엔세스트럴의 경우 코르크 병입된 상태로 해당 셀러에서 약 10년간의 추가 병입숙성의 시간을 보냅니다. 이는 꼬냑 메이커들이 병입 숙성을 하는 것과 같은 이유인데 (꼬냑 생산자들과는 다르게 분명하게 오크통 숙성 기간과 병입 숙성 기간을 별도 기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물론 숙성기간 동안 병과 라벨이 곰팡이와 버섯에 뒤덮히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당연하겠죠. 덕분에 구매자는 곰팡이 부스러기와 돌가루 범벅인 나무상자에서 곰팡이 덩어리 병을 꺼내 잘 닦은 후 칼바도스의 유서깊은 하드왁스 밀봉을 망치로 깨부순 뒤 와인 오프너로 코르크를 따고 동봉된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하죠. 어찌보면 이 또한 귀한 깔바도스를 만나는 즐거움이 아닐까요?

맛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너무나 당연하게 너무나 훌륭합니다. 갈변된 사과의 쿰쿰한 단맛, 지하실 냄새와 어우러지는 사과 껍질을 씹는듯한 비터스윗, 그와 대비되는 핑크색 꽃향기로 가득찬 피니쉬. 먼지로 가득 찬 침대 밑에서 어렸을 적 숨겨두었던 사랑스러운 곰인형을 찾은듯, 먼지 투성이지만 더럽다고 생각되지 않는, 순수한 어린 아이의 푸근한 느낌입니다.

구하기는 쉽지만 구할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 않는 깔바도스인 만큼 거의 비어가는 병을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마치 이별이 예견된 친구와 같습니다. 만날 수야 있겠지만은, 기회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듯.


[신고하기]

댓글(15)

이전글 목록 다음글

1 2 3 45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