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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얼마 못가고 찍쌀 것 같지만... 나중에 커서 스스로를 돌이켜 봤을 때 어떤 깔바를 먹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이 나이에 얼마나 알았는지 기억하기 위해, 사실 한글로 적을 곳은 주갤 뿐이더라요.
Calvados Morin. 가성비 최강 바틀 중 하나인 모랑 25년 나폴레옹을 만드는 증류소입니다. 뻬이도쥬로 알수도 있지만 사실 블렌딩을 위해 돔프롱테, 페이도쥬 두쪽 지역에 전부 밭을 가지고 있는 네고시앙 증류소죠. 결과물을 위해서라면 배도 섞어서 쓰는, 깐깐한 성격의 증류소입니다. 이들의 깐깐한 성격은 오크통 숙성에서도 드러납니다. 1년간 쌩쌩한 오크통에서 숙성 시킨 뒤, 나머지 숙성 기간은 여러번 사용된 오래된 옛 오크통에서 진행됩니다. 특이한 점은 이 증류소의 숙성 셀러인데, 오래된 오크통으로 옮겨진 원액은 저온에 100%에 가까운 습도를 유지하는 특수 지하 셀러 (동굴) 에서 숙성 과정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환경은 자연스럽게 셀러 전체에 곰팡이와 버섯을 자라게 하는데 이것이 모랑에서 느껴지는 특별한 지하실 냄새와 연관이 있지 않나 합니다.
본 바틀인 엔세스트럴의 경우 코르크 병입된 상태로 해당 셀러에서 약 10년간의 추가 병입숙성의 시간을 보냅니다. 이는 꼬냑 메이커들이 병입 숙성을 하는 것과 같은 이유인데 (꼬냑 생산자들과는 다르게 분명하게 오크통 숙성 기간과 병입 숙성 기간을 별도 기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물론 숙성기간 동안 병과 라벨이 곰팡이와 버섯에 뒤덮히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당연하겠죠. 덕분에 구매자는 곰팡이 부스러기와 돌가루 범벅인 나무상자에서 곰팡이 덩어리 병을 꺼내 잘 닦은 후 칼바도스의 유서깊은 하드왁스 밀봉을 망치로 깨부순 뒤 와인 오프너로 코르크를 따고 동봉된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하죠. 어찌보면 이 또한 귀한 깔바도스를 만나는 즐거움이 아닐까요?
맛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너무나 당연하게 너무나 훌륭합니다. 갈변된 사과의 쿰쿰한 단맛, 지하실 냄새와 어우러지는 사과 껍질을 씹는듯한 비터스윗, 그와 대비되는 핑크색 꽃향기로 가득찬 피니쉬. 먼지로 가득 찬 침대 밑에서 어렸을 적 숨겨두었던 사랑스러운 곰인형을 찾은듯, 먼지 투성이지만 더럽다고 생각되지 않는, 순수한 어린 아이의 푸근한 느낌입니다.
구하기는 쉽지만 구할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 않는 깔바도스인 만큼 거의 비어가는 병을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마치 이별이 예견된 친구와 같습니다. 만날 수야 있겠지만은, 기회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듯.
댓글(15)
시음기추
깔바도스 부럽추
아조시의 글이 너모 좋아요
좋은자료
어찌보면 상당히 자유분방한 깔바도스 증류소입니다. 본문에 설명이 빈약했는데 모랑 자체는 정확하게는 깔바도스 내에 속해있지는 않기에 직접 사이더를 만들 필요 자체도 없습니다. 본인들이 쇼유한 돔프롱테와 페이도쥬에서 생산한 오드비 자체를 본인들의 셀러에서 숙성시키는데, 페이도쥬나 돔프롱테의 이름을 포기하더라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맛을 좇는, 그러한 곳이죠.
마쉿음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깔바 사먹기 힘든
동굴 지하실 곰팡이 사과 를 섞어서 시간을 더하면 약간의 수고스러움을 통해 간접적으로 고귀함을 온전히 맞이하게 된다는 귀한 시음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dc App
그래서 어디가서 구해야됨
재밌당 ㅊㅊ
글이 좋네 잘읽음추
아 이거보니깐 교토 깔바도르 다시가고싶어져따...ㅠ - dc App
왠일로 술술읽히는 잼난글썻네ㅋㅋㅋ
뇌피셜클라스...ㅋㅋㅋㅋㅋㅋㅋㅋ할말하않...
ㅋ~춫천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