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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바키 | 18/12/27 13:08 | 추천 39 | 조회 868

속 시끄러운 날, 갈곳은 황후전밖에 없구나 (긴글주의) +76 [8]

디시인사이드 원문링크 https://m.dcinside.com/view.php?id=superidea&no=168078

시청률 1위 드라마를 따라 달린다고 해서 늘 생각할 거리가 생기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도 황품은 매주마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주로 오천과 우빈이에 관한 것이라 이 취향이 불편한 귤들은 뒤로 가면 좋을 것 같다.


어제 방영분에서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우빈이의 내면 흐름이었다. 써니의 행보로 인해 황품은 2막이 열린 상태인데 이 상황에 우빈이는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가.


빨간 옷을 입은 써니와 우빈이가 만났을 때 우빈이는 자신을 다시 소개하고는 써니에게 자신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늘 공식적인 질문만 하던 이가 써니를 향해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써니는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모두 다 황제가 시킨 일이 아니냐고 표면적으로는 우빈에 대한 적대감이 없음을 표현한다. 우빈이가 써니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겠지만 일정 부분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써니의 말대로 황제의 명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행했던 협박과 공격 - 나름 써니를 보호하고자 했던 우빈이의 의지가 있었지만 - 으로 우빈이 자신도 그간 마음이 무거웠을 거고 써니의 표면적인 이해라도 받았으니 우빈이가 써니곁에 다가가는 게 아주 조금 더 쉬워졌을 것이다.


황제에게서 써니를 유혹해 과오를 저지르게 하라는 명을 받고 우빈이가 보인 반응은 내 예상보다 진도가 빨랐다. 즉, 황후를 정말로 좋아하게 되면 어쩌냐고 우빈이는 반문했지만 황제는 그럴 리 없다며 우빈이의 우려를 일축해버렸다. 아마도 우빈이가 그런 반문을 한 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우빈이 자신이 내면에 흐르는 황후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고 - 감정의 물꼬를 대놓고 터버리면 그 뒤는 일사천리가 될 거라는 것 - 두번째로는 황후를 정말로 좋아하게 되었을 경우 황제의 추궁에 대항하려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니가 좋아하라고 했잖아. 이 바보야...)


이미 우빈이의 마음은 나 귤의 생각보다 진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하긴 매주마다 구해주고 걱정하고 진정한 안전을 위해서 떠나보내도 그 사람은 늘 돌아오고 이것저것 많은 사건을 함께 겪었으니 없던 정도 생겼겠지. 게다가 해맑은 써니에서 흑화된 써니까지 다양한 모습을 다 봤으니 어떤 사람인지도 이제 파악되었겠고. 우빈이가 놓인 불안정하고 극단적인 상황에서 써니가 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상 - 애정과 보호을 주고 받고자 하는 본능 - 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무의식적인 견적도 나왔겠고. 이래 저래 오천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커플이라 생각된다.


아무튼 우빈이의 마음이 스르륵 움직이는데 이 물밑의 흐름을 표면으로 드러내는 결정적인 장면이 나온다. 그것은 민갈치 남친 정모에서 스트레스를 극도로 받고 취기와 통증이 김장 양념처럼 버무려진 가운데 저절로 찾아간 곳이 황후전이라는 사실이다. 크으~ 사실 게임 끝난 거 아닌가. 그래도 굳이 우빈이가 이런 행보를 보인 이유를 생각해보자.


첫번째은 써니가 걱정되어서일 것이다. 경호대장 취임식이니 황제의 뒷풀이니 여기저기 끌려다니느라 그 날따라 써니가 무탈한지 살필 겨를이 별로 없어 직접 황후전에 가본 것일 거다. 황제의 명덕분에 야밤에 황후전 들어가는 걸로 덜미 잡힐 일도 없으니.


두번째는 우빈이 자신이 폭발 직전이라 써니를 보고 마음의 안정을 얻고자 하는 목적일 거다. 말 그대로 우빈이는 뒷풀이에서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 자신의 고향집에서 재워주고 먹여준 민갈치가 그 모든 희생을 부정하고 오히려 돌아가신 어머니를 모욕했던 것 - 거기에 약도 잃어버려서 몸도 엄청나게 아픈 상태였다. 거기에 취기까지 버무려지니 낮에는 억눌렀던 그 마음이 어둠을 타고 쉬이 드러난 것이지.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서 찾아간 그 사람은 욕조에 야구 배트를 두고 몸을 웅크린 채 자고 있는데 그걸 본 우빈이의 마음이 어땠을까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일종의 진한 동병상련, 인지상정, 써니의 안전에 대한 불안,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걱정, 동시에 써니가 햄스터처럼 작고 조그많고 귀엽다는 생각등등이 들었을 것 같다. 게다가 사람이 들어와도 깊은 잠을 자는 써니의 둔함에 대한 못 미더움도 있었겠지. (아니 사람이 들어오는 걸 알아채야 야구 배트를 휘둘러도 휘두를 것 아니니.)


이렇게 우빈이는 가장 취약한 상태에서 써니를 찾아가 일종의 확인과 위안을 구하고 그곳을 조용히 나오는데 이 사실을 써니는 모를 것이다. 어제 방영분은 우빈이의 감정선이 극명하게 드러나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런 회차였다. ㅋ 러브라인을 워낙 좋아해서. ㅋ 보아하니 써니는 어제 막판에 모든 걸 알게 되었고 오늘쯤 우빈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친밀한 관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설계와 풍부한 사건속에서 주연들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이를 잘해내시는 순옥작가님의 실력에 감탄했다. 제작시 더 이상 다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언젠가 우빈이가 써니의 '마이 빈~'이 되는 날을 기대해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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