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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 18/12/26 00:50 | 추천 43 | 조회 679

181225 트유 노핫 그림일기(스포, 도토리없음주의) +31 [14]

디시인사이드 원문링크 https://m.dcinside.com/view.php?id=superidea&no=167955

안뇽하세요, 허허허허.
메리크리스마스.
올해의 마지막 그림일기이자 마지막 그림일기가 왔어요.


오늘 핫본하씨가 조금 덜 마신 물병을 찌그러뜨리면서 쓰레기를 표현했는데, 제 기억력이 그러합니다. 그리고 요즘 없던 양심이 생겨서 그림 그리기가 힘이 듭니다. 22일 댄석때는 정장 입고 나와서 멋짐이 뿜뿜이었는데, 오늘 윤우빈씨 나오는데 저는 정말로 놀랐읍니다.

윤우빈씨 진짜로 오디션 나갈 준비 하나요?
살이 쏙 빠져서 너무 잘생겨져서 못그리겠어요.
잘생김 하니까 잘생겼다는 윤우빈씨의 칭찬에 본체에서 발을 허공에 구르며 웃음 터뜨리고, 바닥에 옆으로 누워 윤우빈씨 보던 핫본하씨 생각나서 웃음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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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우빈씨 회색빛 머리에 살이 쏙 빠져서 나와서는 허공의 낙서에 손 뻗을 때부터 너무 슬펐어요. 가끔 수 많은 낙서 중 눈에 확 들어오는 단어가 있는데, 윤우빈씨가 낙서에 손 뻗고 주먹 쥘듯이 하는 모습을 보며 자유를 꿈꾸는 모습 같아서 슬펐습니다.
핫본하씨가 트리모자 쓰고 나와서 바닥을 닦고, 쓰레받기와 빗자루 가져와서 쓸 때, 윤우빈씨 머리카락이 먼지인가 싶을 때 빼고는 어느소년이야기를 부를 때도 그렇고 아름다운 소년같기도 했습니다. 춤(?)도 많이 늘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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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을 보면서 저는 중반부까지 성장환경이 전혀 다른 소년들을 보는 것 같았어요. 같은 사람인데 그렇게 느꼈다는게 신기했어요.

핫본하씨는 입도 거칠고 욕도 잘하지만 윤우빈씨 말대로 성격이 나쁜 아이는 아니에요. 산타할아버지 오시라고 굴뚝청소도 말끔히 하고, 트리모자를 쓰고 벽에 기대 앉아서 나무가 된 듯 미동도 없이 기다리는 아이였어요.

윤우빈씨는 굴뚝을 타고 와서 산타흉내도 내고 이상하게 허우적거리면서 춤도 췄지만 산타를 믿지 않아요.
산타는 없다고, 다 엄마아빠가 와서 선물 주는거지만 우리는 엄마아빠가 없다고, 핫본하씨의 믿음을 산산조각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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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본하씨는 산타할아버지가 바쁘셔서 못오는거라고 믿나봐요. 세상 곳곳을 다녀야해서 바쁘시니까 내용증명을 보내야한대요. 그 여자가 뭐하는 사람이냐고 윤우빈씨가 물었을 때도 ‘바쁜 사람이야’라고 했는데, 착하게 기다리면 엄마도 산타할아버지도 언젠가는 올거라고 믿는 아이 같았어요.

핫본하씨는 체크셔츠로 수염을 만들고 윤우빈씨가 착한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 봐주었어요. 윤우빈씨는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벽조명을 가리키며 전기도 아껴 쓴다고 했는데, 핫본하씨는 세제를 많이 쓴다 어쩐다 하며 나쁜 아이래요. 그리고 윤우빈씨가 ‘구본하 데리고 살아요!!’하자 착한 아이가 되었읍니다.

진짜 듣자마자 구본하 데리고 사느라 고생이 많다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떠올려보니 데리고 사는게 아니었어요. 없으면 내가 온전히 살아갈 수 없는데, 그런 존재를 데리고 산다고 표현하지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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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에서도 둘은 좀 달랐어요.
웃느라 기억은 안나지만 윤우빈씨는 차가운 도시의 남자이고 싶어했던것 같고, 핫본하씨는 조명의 온기를 쬐며 손가락을 빨고 유아기로 돌아갔습니다. 나중에는 유치하게 똑같이 아뵤(?)하며 스트리트파이터인지 이소룡인지 흉내냈지만.


저는 내내 웃었고, 내내 슬펐습니다.
아름다운 그녀를 부를 때 윤우빈씨가 울컥한듯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 때도, 핫본하씨가 그녀를 너무 사랑할 때도. 태눈멀에서 윤우빈씨가 내는 소리들이 비명과 절규처럼 들릴 때도, 모든 것을 다 알고도 그 여잔 날 사랑했다고 핫본하씨가 소리 지를 때도. 그녀의 죽음에 윤우빈씨에게 의지하듯 어쩔줄 모르면서 어떡해, 아니잖아를 말하는 것 같았던 핫본하씨 얼굴도. 마이크로 몸을 지탱하며 일어나서 최종진술을 하던 핫본하씨도 모두 슬펐어요.


하지만 제일 슬펐던건 윤우빈씨가 핫본하씨를 대하는 태도였던것 같아요. 약을 먹으면 그 여자 못 만난다고 끊으라고 말하던 다정한 어조, 앉거나 고개를 마주하며 말하던 표정들. 칼을 손목에 갖다대는 핫본하씨를 보지 못하던 얼굴. 혼자서 감내해야했던 시간들 속에서 꾹꾹 눌러두었을 감정들.


낙서립에서 바닥의 약들을 쿵쿵 밟던 윤우빈씨 동작이 왜 그렇게 슬펐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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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본하씨가 떠난다고 할 때 윤우빈씨는 매우 불안해보였어요.
핫본하씨가 닥치라고, 입을 찢어버린다고 욕을 하는데 저도 상처받았습니다. 상처받으면서도 핫본하씨가 안쓰러웠지만요.


우린 운명이다, 영원히 함께 노래하자고 하던 약속.
그 말을 윤우빈씨가 하자 핫본하씨가 ‘너는?’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사실 모르겠습니다. 어둡고 외롭던 윤우빈씨에게 찾아온 것도 핫본하씨고, 그런 말들과 약속을 먼저 내뱉던 것도 핫본하씨고, 다 핫본하씨가 했고 윤우빈씨는 말을 안하고 듣고 있었을 것 같았어요. 말은 안했어도 어소이를 부를 때처럼 그 약속을 듣고 웃으면서 빛났겠죠.

그런데 대꾸하지 못하는 윤우빈씨가 슬펐어요.
어떤 말과 약속들을 했을 때, 윤우빈씨가 하나 하나 마음에 새기고 핫본하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했을것 같거든요. 하지만 약속을 한 사람은 괴로우면 기억을 지우고 숨어버리죠. 그런 것들을 한 사람만 기억한다는건 너무 잔인한 일처럼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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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본하씨가 원망스러우면서 또 연민이 들었습니다.
여자의 얼굴과 입이 서서히 드러나고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을 때.

핫본하씨가 약을 그녀의 앞에 선 윤우빈씨를 향해 던지듯이 했는데, 굉장히 무섭고 위협을 받는 상태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어린아이 같았어요.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무서워서 다가오지 못하게 던지는 것 같았어요. 바닥에 윤우빈씨가 짓밟은 약들이 있어서 더 작고 안쓰러워보였어요.

윤우빈씨가 약을 든 핫본하씨 손을 잡고 제발 가자며 울먹이던 얼굴과 목소리는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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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유립도 너무 슬펐습니다.
핫본하씨는 없었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어요.
윤우빈씨는 불안하고 울 것 같은 얼굴로 핫본하씨를 찾다가 여기 저기 오가며 핫본하씨를 찾았어요. 노래가 흐를수록 핫본하씨가 없다는 무서움이 점점 더 커졌습니다.


윤우빈씨는 칼을 왼손목에 대고 울 것 같은 얼굴로 노래를 계속 했어요. 내가 알아야한다며 진실을 말하라고 협박하던 핫본하씨가 오버랩되었습니다. 핫본하씨가 칼을 들었을 때와 다르게 윤우빈씨가 죽는게 두려워 나타나줄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지만요.


산타도 없고, 엄마아빠도 없고, 구본하도 없는.
기적따위 없는 세상이었어요.
결국 윤우빈씨는 손목을 긋고 쓰러지듯 주저앉았고, 암전되었습니다.


핫본하씨를 데리고 사는 것 같이 보였지만, 그냥 제 눈에 윤우빈씨는 매우 불안정하고 어디든 기댈 곳이 필요한 아이였고, 자기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꾹꾹 참으며 안에서부터 병들며 버텨온 아이같았습니다.


-

커튼콜의 분위기는 신났어요.

산타모자가 무대바닥에서 스스로 춤추는것도 귀엽고, 핫본하씨가 산타모자 품에 안은 것도 귀여웠지만 그럴 시간 없었던 윤우빈씨는 신나게 노래했어요.

앞에서는 고인물이, 저쪽에서는 시발러가, 또 저쪽에서는 쓰릿포가 섞였고, 뒤에는 스토리텔링에 능한 클러버가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시간 어때요?!!! 좋아요!!!”

자문자답하며 앵콜을 바라던 클러버는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핫본하씨 같았고, 결국 화답해준 핫본하씨와 윤우빈씨 그리고 드바이밴드는 산타같았어요. 사실 앵콜 하나 더 안하면 윤우빈씨가 울 것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정말 행복한 크리스마스였어요.
다음에는 저도 위내시경 할 것처럼 입도 크게 벌리고, 고개도 앞뒤로 흔들고, 왕뚜껑 먹고 목도 풀고 오고, 레쓰비 2 1도 사먹고, 대사와 가사 그리고 스토리텔링까지 해봐야겠어요. 정말 리스펙!(feat. 윤우빈)


근데 핫본하씨는 윤우빈씨를 왜 싫어하는거예요?
입을 부우 하던 윤우빈씨는 예전과 달리 핫본하씨 공격에 아랑곳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문성일 내꺼! 외치는 표정이 당당하고 떳떳하게 자기 세상 사는 사람 같았어요.


제대로 뭘 쓰지 못했지만 오늘 공연 정말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좋겠죠.
나는 너의 희망이야, 운명이야 하며 마이크에 손짓하거나 객석에 손을 뻗어보면 하던 동작들이 떠올라요.
드바이에서 함께 하는 동안은 언제나 무대 위의 사람들이, 그리고 객석에서 함께 하는 모두가 저에게는 희망이에요.


모두들 행복하세요.
마지막까지 객석에서 함께 할게요.




출처: 연극, 뮤지컬 갤러리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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