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5살짜리 꼬마가 자발적으로 부모님의 3년상을 치룬다고??"
원칙적으로 삼년상은 자식 된 이가 마땅히 지켜야 할 바다.
논어에서도 재여가 스승 공자께 그 가혹한 삼년상을 반드시 지켜야 하느냐 묻자 공자께서 다그치시는 내용이 나온다.
그때 공자께서 이르시기를 "자식이 태어나 3년은 지나야 부모 품을 벗어난다.(子生三年然後,免於父母之懷)" 하셨다.
옛사람들 또한 이리 말하였으니 이를 어찌 어기겠는가?
...라고 하나 거꾸로 말하자면 이렇다.
공자의 10대 제자(十哲)조차 삼년상을 꼭 해야 하는가 물었다. 그 정도로 오랫동안 이게 맞느냐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당장 김종서 자신.
그도 결국 삼년상 못 치렀다.
심지어 치르겠다고 했는데 주상께서 막으시고 강제로 여기 함길도로 돌려보내셨다.
성리학을 근본으로 세운 나라에서, 성인이라 추앙받는 임금도 신하한테 하지 말라 할 정도로 지키기 버거운 상례.
그래서 결국 아득바득 이 추운 동토로, 김종서가 후레자식이 되어 돌아오게 만들었던 그 험난함.
그것이 삼년상이다.
그것을, 바로 그것을 다섯 살짜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나서서, 참으로 기특하게도 그 와중에 글공부까지 한다고 한다?
"...아오지까지 얼마나 남았더냐."
"바로, 저 언덕배기 하나만 건너면 끝입지요, 나으리."
김종서는 이 북토의 날카롭도록 시린 공기에 흠뻑 취한 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그 '효자'는 아마 시묘살이 도중에 '안타깝게' 죽을 것이다.
그야 어린 것을 엄동설한에 내보냈으면 그리되는 게 당연하다.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럼 그 '효자'가 살던 양반 집안의 가산은 전부 아랫것들이 '어쩔 수 없이' 맡으리라.
그야 주위에 사람이 없으니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나라가 나선들 어찌 막겠는가?
"저 불충하고 간악한 자들은 육편을 떠서라도 징치할 것이야...!"
그놈들 반드시 죽인다.
그 가엾은 여섯 살배기 주위를 둘러싼 사람 아닌 것들을 모조리 쳐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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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절제사 영감을 뵈오니 참말로 큰 영광입니다. 그런데 제게 대접할 죽 한 그릇도 없으니..."
"내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도리어 공연히 상중에 너를 찾아와 자리를 어지럽혔나 할 뿐이니 걱정 말거라."
"자, 자리를 어지럽히다니요? 부덕한 불효자가 죄가 깊어 선조고(先祖考, 할아버지)님도 양친도 모두 여의었는데 어찌 그런 말씀을..."
그런 말과 함께 안헌이 다시 고개를 숙인다.
"외려, 이렇게 나라의 대들보이신 도절제사 어른께서 상중을 찾아주시니 저희 선조고님과 양친께서도 기뻐하실 터입니다. 우선 바람이 차니 이 안으로 드시지요."
...말과 행동에 어긋남이 없다. 연이어 상을 당했는데도 상주가 의연하고, 또 예의가 바르다.
아마 평소라면 이렇게만 평했으리라.
그런데 상대가 여섯 살이다.
김종서의 사고는 정지했다.
둘 모두 자리에 앉자마자 김종서는 입을 열었다.
"...그래. 너처럼 어린아이가 스스로 궁리하여 이런 생각을 하다니 참으로 기특하고도 영특하구나."
"아닙니다! 부모님께 이 정도는 해야 도리지요."
"하지만 네 나이가 고작 여섯이 아니더냐?"
"제가 알기로, 공자께서도 재아(재여의 별칭)에게 이르시기를 자식이 태어나 3년은 지나야 부모 품을 벗어나니 대저 삼년상이 천하에 통하는 상례라 하셨습니다."
논어 양화편.
...바로 자신이 여기에 오면서 떠올렸던 그 구절이다.
"상 당했을 때 제가 다섯 살이었고...그럼 부모님의 덕은 충분히 받은 것인데..."
아이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본다.
"그를, 자식이 어찌 갚지 않겠습니까?"
어...어어...?
김종서는 무심코 '얘야, 나도 못 갚았단다.'라고 말할 뻔한 것을 삼켰다.
그랬지. 글공부.
겨우 생각이 나서 둘러보니 방금까지 어떻게 못 봤나 싶게 책들이 쌓여 있다.
"그래. 천자문은 어디까지 떼었느냐?"
선생도 없는 곳에서, 해 봐야 책장만 뒤적이다 말았겠지만 그래도 물어는 보았다.
"천자문은 모두 떼었습니다."
"..."
김종서는 입이 근질거려 일단 뱉었다.
"진과 초가 번갈아 패업을 이루었다(晋楚更覇). 그 다음은 어찌 되었는지 아느냐?"
"조와 위가 연횡으로 어려움에 처했습니다(趙魏困橫)."
"..."
"..."
대체...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이런 여섯 설배기가 나온다는 말인가?
그게 아니더라도, 사람이 혼자 글을 깨칠 수는 없으니 적어도 아비가 살아있을 적에는 천자문을 뗐다는 말이 아닌가?
그럼 적어도 다섯 살이 되었을 적 이미 글을 막힘없이 읽었다는 소리인데...
...이 북변에 이런 신동이 있어도 되는 건가? 당장이라도...
아니, 아니다.
너무 흥분했다. 천자문 구절 하나 주고받고 신동이라니 너무 갔다.
김종서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쓰며(실패했다.) 다시 어떤 것을 물어볼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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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조부와 양친께 덕이 있었으므로 숱한 사람들이 너를 따랐고, 또한 그분들의 덕이 너를 덕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
"하여, 너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네게 덕이 있고 너를 기르신 분들 또한 덕이 있어 내가 이리로 오게 된 것이 아니겠느냐."
이미 눈물범벅이던 소년은 그 말에 아예 펑펑 울었다. 소년이 펑펑 울자, 마을 사람들은 아예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가...감사합니다...일단, 마을로 내려가 계시죠. 저는... 간단한 일만 마치고서 갈 테니까..."
소년은 겨우 울음을 그치고 꾸벅 고개를 숙이며 뒤돌아갔다.
소년이 봉분을 둘러싼 사성 너머로 걸어간다.
김종서도 그저 떠나려다...
"허어?"
...뭔가 있었다.
워낙 황량한 북녘이다 보니 말라죽은 풀들이 쌓여 있는 일도 많아 신경을 안 썼던 모양이다.
그는 허겁지겁 달려 사성 너머를 걷던 소년의 어깨를 붙들었다.
"얘야! 예, 얘야!"
"도절제사 어른? 저, 어째서 마을로 안 가시고..."
"알고 싶은 것이...한 가지 있다."
6월. 절기는 대서(大署)
천하의 모든 것들이 가장 왕성하게 자라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김종서는 왕성하게 자라난 '그것'을 가리켰다.
"이 기이한 것이...네 부모의 무덤가에 가득히 자랐구나."
"송구합니다! 제가 사성 안쪽을 돌보기 바빠...!"
"너나 네 종들이 이 근방에 무언가 씨를 뿌린 적은 없었느냐?"
"예? 전혀 없었습니다. 누가 저희 조부님과 양친의 장지를 밭으로 쓰겠습니까? 땅은 어디에나 있는 것을..."
"아니다. 내 너를 나무라려는 것이 아니다."
김종서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아이를 겁주지 않으려 애쓰며 입을 열었다.
"이것이 대체 언제부터 자랐더냐?"
"그...제 기억으로는 이번 겨우내부터 싹이 올라왔었습니다. 그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봄부터?"
"...예."
아이는 문득 기억을 되짚어보듯 '저것'들을 돌아본다.
"처음에는 마냥 잡초인 듯하여 뽑아내려다, 어차피 사성 바깥이니 괜한 데 힘을 쏟아 사람들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
"그러다 봄이 와서 싹이 더 자라고, 줄기가 생겨 바람에 흔들리는데...벼,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꺾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 눈빛이 어느 순간 아련해진다.
"꺾고 싶지가 않았다?"
"예...부모님의 묫자리에 난 것이라 노비와 머슴이 함부로 꺾지 못하니 저라도 나섰어야 했는데, 저도 그저..."
다시 눈물이 살짝 맺힌다.
"그, 그것이, 하필 불초 죄인이 머무르는 곳 가까이 피어 부모의 봉분을 감싸니, 마음이 이상하여 차마..."
"얘야."
"예?"
김종서는 소년의 말을 끊고 아주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년의 조부와 부모 무덤가 너머에 짧게 자라난 이 황금빛 물결.
몸뚱이가 짧아도 머리가 너무 무거워, 견디기 버거운지 바람 따라 이리 누웠다 저리 기댔다 하는 풀들.
"네...네가...잘했다."
안 그러려 애를 썼지만, 김종서는 지금만큼은 떨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다시 아이의 양팔을 꽉 붙잡고서 말했다.
"네 효행이, 그, 네가, 그것들이..."
"..."
무덤가를 돌아다니며 누가 이곳을 범하지 못하도록 쉼 없이 돌고 돌았던 소년의 거취.
그리고 그런 무덤가 근처로 날아온 무언가.
'그것'이 알곡을 틔울 때까지 지켜낸 소년의...
김종서는 멍하니 소년의 양 팔을 놓았다.
"...일단 내 직접 봐야겠다. 그래도 되겠느냐."
"어르신? 그게 무슨 뜻이신지...'
"잠시만 기다려 보거라."
아주 빼곡하게 맺힌 알곡을 손으로 비벼 만져본다.
당연하게도 그가 익히 아는 그 형태와 질감이었다.
겨울에 심어져 싹이 트며, 봄을 지나 여름에 왕성하게 자라나 알곡을 맺는 작물.
밀이다.
아니...밀이 맞는가?
고양이가 집채만 하게 커다랗고, 호랑이가 작은 강아지만 하다면 누군들 제 눈을 의심하지 않을까.
김종서는 그 밀이삭을 만져 본다.
그가 태어나서 본 바가 없는 무게와 단단함이었다.
어리석고 의심 많던 선비의 입이 저절로 열렸다.
"일단...마을 사람들부터 모두 불러오자꾸나."
서진 사람 왕상이 계모에게 생선을 먹이려 한겨울에 맨가슴으로 호수의 얼음을 녹이자 잉어 두 마리가 튀어나왔다.
오나라 사람 맹종이 병든 어머니께 죽순을 먹이려다 찾지 못해 울자 그 눈물이 떨어진 곳에서 불쑥 죽순이 돋아났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아..."
김종서는 밀이삭을 거머쥔 채 탄복했다.
효도하고 공경함이 지극하면 결국 신명에 닿는다.
어찌 옛사람의 말은 통하지 않는 곳이 없단 말인가...!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매, 참을 수가 없었다.
여기서 울음을 참을 수가 있다면 유학자가 아니다.
눈앞에 유교식 재림예수를 보게 되어 눈깔이 돌아간 조선 선비들





유교 식 기적 ㄷㄷ
그러니까 내가 지금 옛 성현들의 일화같은게 현실에 나온걸 보고 있다고??? 발기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