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편 - 노동청 직장 내 괴롭힘 ‘불인정’과 회사가 자체 조사하는 법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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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국가기관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저희는 언론에 문을 두드리고 ‘취재가 시작되면’ 회사도 더는 침묵하거나 피해사실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지난 수년간 크고 작은 방송사와 언론사에 수없이 자료를 보냈지만 취재와 인터뷰 일정까지 잡혔다가 갑자기 무산된적도 있었고, 자료를 검토하겠다던 기자와 연락이 끊긴 일도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최근에도 공중파3사 중 한 뉴스사 기자에게 여러 차례 자료를 보냈으나 ‘대기업이라 검토가 더 필요하다’는 답변 이후 더는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공론화를 결심한 뒤 지금 이 글을 쓰기까지 오랜시간 희망고문을 겪으면서 언론의 문이 피해자의 절박함만으로 열리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저희가 언론 제보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 가장 궁금해하실 앞으로의 계획까지말씀드리겠습니다.

회사에 마지막으로 사과의 기회를 줬지만 끝내 침묵했고, 저희는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언론 기자와 취재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그러자 그동안 침묵하던 회사는 기자와 만난 뒤에야 제 딸에게 연락했습니다.
계속 만나자는 회사의 요구에 저희는 먼저 보낸 글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밝히고, 제 딸이 지옥 같은 매장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제대로 숙지한 뒤 나오기를 수차례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만나서도 책임 있는 답변이나 사과는커녕, 사건의 기본적인 경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웃는 얼굴로 앉아 무엇을 원하느냐고 되묻기만 했습니다. 저희 모녀는 대화할 의미가 없어 결국 자리를 박차고나왔습니다.
이후에도 회사는 제 딸의 주장에 대해 “회사의 입장은 이미 여러 차례 답변서를 통해 밝혔다”고 할 뿐, 직접적인 답변과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을 끝내 회피했습니다.
한참 뒤 저희는 기자가 회사의 광고를 받는 조건으로 기사를 쓰지 않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서야 회사가 왜 아무런 답변도 준비하지 않은 채 저희를 비웃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제 딸에게는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손을 내미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기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은 인정하지 않는다”, “1년이 지난 일을 갑자기 문제 삼는다”며 사건을 축소하고 취재를 막고 있었던 것입니다.
2.회사는 제 딸의 피해 기사가 보도된 당일, 반박 기사로 제 딸을 또다시 문제 직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저희는 다시 여러 언론사에 제보했고, 어렵게 제 딸의 피해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바로 그날, 지금도 자신들의 홍보 기사를 내보내는언론사를 통해 반박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얼마나 급하게 작성했는지 대충 보더라도 기본적인 띄어쓰기부터 오탈자와 비문 투성이었고, 제목도 마치 부당해고가 ‘불인정’된 것처럼 오인되게 작성했습니다.
제 딸은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절차에 앞서 해당 언론사와 기자에게 직접 공식적인 답변과 사과를 요구했으나 돌아온 것은 온갖 궤변뿐이었습니다.
제 딸에게는 ‘연락처를 몰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하면서, 타 언론 인터뷰를 참고했으니 제 딸의 입장도 반영했다는 식이었습니다. 심지어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고 하면서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찾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당사자인 제 딸에게 사실 확인이나 반론 기회조차 없이 회사가 준 자료만으로 편파적인 기사를 써놓고, ‘객관적 자료’, ‘국민의 알 권리’, ‘반론권 보장’이라는 말로 정당화하는 태도에 분노를 금치 못했습니다.
언론사는“피해를 보셨다면 도의적인 유감을 표한다”고했을 뿐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해당 기자는 지금까지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기사 하단에 제 딸의 동의도 없이 언론사가 임의로 편집한 입장을 추가했고, 노동청 통지문까지 첨부해 ‘괴롭힘 불인정’을 못 박았습니다.
저희는 경찰과 노동청, 노동위원회, 언론의 문을두드렸지만, 회사는 저희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내디딘 한 걸음 한 걸음을 자신들이 가진 권한과 힘으로 무력화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금세 지나칠 기사 한 편이었겠지만, 당사자 확인조차 없이 나온 보도는 제 딸에게 또 하나의 가해였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조차 기사만 보고 제 딸을 문제 직원으로 오해했고, 평생직장이라 믿었던 회사에서 겪은 일도 모자라 지인들에게 해명해야 했습니다.
입사 전에는 오픈 준비 중인 매장을 일부러 찾아가 보고, 회사 광고나 홈쇼핑 방송이 나오면 자부심을 느낄만큼 애사심이 컸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희는 회사가 방송에 나오면 채널을 돌리고, 매장을 보면 길을 돌아가야 할 만큼 몸서리쳐지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점장에게 피해를 겪었던 동료들은 결국 모두 자진퇴사했는데, 정작 점장만 미국 지점으로 발령받아 유일하게 회사에남아 근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제 딸은 또다시 크게 무너졌고, 회사와의 분쟁 과정에서 저희 가족도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평생 모시고 살았던 제 아버지는 손녀의 자살 시도를 막은 뒤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결국 세상을 떠나셨고, 제 딸은 외할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부채감을 안고 살아야 했습니다.
저 역시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딸을 지켜야 한다는 두려움 속에서 버텨왔지만, 이 모든 절차를 함께 겪으며 한동안 언어소통이 어려울 만큼 전신에 마비가 오고 지병까지 악화됐습니다. 무엇보다 회사의 비전을 보고 좋은 회사인 줄 알고 입사를 권했던 사람이 바로 저였기에, 지금도 견디기 힘든 죄책감으로 남아있습니다.
4. 또다른 피해가 보도되자, 회사는 제 딸의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된 일’로 일축했습니다
저희는 삶을 가까스로 추스르느라 한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 뿐, 이 사건을 단 하루도 잊거나 포기한 적이 없었고 회사의 행보 역시 계속 지켜봤습니다.
그러던 2024년 3월, 또 다른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회사는 해당 점장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내렸으나, 언론에서도 ‘솜방망이 처분’ 논란이 일자 뒤늦게 추가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에까지 내몰렸을 때보다 언론에 알려진 뒤에야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입니다.
저희는 피해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연락했지만 회사는 이미 제 딸의 사건에 관심을 갖는 기자들에게 괴롭힘 ‘불인정’과 부당해고 구제신청 ‘취하’를 앞세워 끝난 일처럼 일축했습니다. 결국 기사에도 제 딸의 사건이 ‘조용히 마무리되었다’고 정리됐습니다.
더 참을 수 없는 사실은 회사가 2021년에 이어 2024년에도 매장 안팎에서 피해 직원들이 자살을 시도한 사건을 ‘일련의 잡음’으로 치부하고, ‘성장통’으로 포장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들의 목숨과 삶이 걸린 일을 어떻게 ‘성장의 계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저희는이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한 적이 없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글을 모두 마친 뒤에는 계획한 대로 회사 앞으로 나가 직접 제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또한 추후에 회사명과 함께 제 딸이 매장 밖으로 뛰쳐나가던 당시의 음성도 공개하겠습니다.
그것이 과연 회사가 말한 ‘일련의 잡음’이었는지, 아니면 한 사람이 죽음의 문턱에서 내지른 처절한 절규였는지 직접 들려드리겠습니다.
1. 관련 증거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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