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반응이 좋네. 약속한대로 촬영지썰 풀어봄
10년도 더 된 옛날일임
강가 옆에 2층 단독주택인데 상당히 럭셔리하게 잘 지어놨었음
실내 인테리어도 올 화이트로 엄청 깔끔하고 딱 봐도 그 옛날에 인테리어만 억단위로 들었겠구나.. 싶더라
그런 장소를 어떻게 섭외를 해서 드라마 촬영을 시작했는데...
프로그램 한번 찍는데 보통 무대, 조명, 음향, 의상, 소품, 특효(특수효과)등등 많은 팀들이 필요한데
드라마는 조명, 음향, 소품정도로 필요함
문제는 전기임. 지금이야 led를 대부분 써서 전력 소모가 예전보다 줄었지만
예전엔
요런걸 스탠드 깔고 파이프 기둥에 일일이 설치해서 밝게 비추곤 했음
큰걸 대파, 작은걸 소파라고 하는데 저거 하나에 시간당 1kw인가 그랬을거
겨울 야외 촬영때 난로처럼 하나 발밑에 켜두면 따뜻....
아무튼, 저런걸 대량으로 써야 하니 가정집 전기로는 택도 없고 애시당초 380v를 써야함
그러면 발전차를 불러서 외부에서 전원을 공급받아야 하고.
보통의 촬영 스케쥴이라고 한다면
아침 9시 촬영일 경우 스탭들은 현장에 새벽 5~6시에 미리 나와서 준비하는게 일상임
촬영도 한두시간 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그 장소에서 찍어야 할 장면을 하루 날 꽉 잡고 싹 찍어버림
2화 6분, 5화 10분, 7화 3분 뭐 이런 식으로
그러면 9시부터 촬영을 시작한다 해도 NG좀 나고 감독 맘에 안차서 수정하고 배우들 옷 갈아입고
소품 다시 셋팅하고 그러다보면 다음날까지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함
자...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외부에서 전기를 끌고왔으면 전깃줄이 들어와야겠지, 보통은 현관으로 들어옴
그리고 스탭들이 하루종일 왔다갔다 해서 문은 항상 열려있음
강가, 여름이었다... 그리고 무슨 원기옥마냥 빛나는 장소ㅋㅋㅋㅋㅋㅋ
촬영 끝나고 개판된 장소를 FD나 조연출들 몇명이 치워봤자 원복이 되겠어
그 하얀 인테리어가 문으로 들어온 벌래들 습격으로 옅은 회색빛이 된데다
이 벌래들이 벽지에 스며들었나.. 자국이 지워지질 않는 사태가 발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주인은 당연히 원복해놓으라고 노발대발 하고 PD랑 연출은 리얼 무릎꿇고 죄송하다고 몇시간을 빌었다고 하는데
일의 순서를 보자면.. 사과는 사과고, 원복 해주면 그래도 해결되는 일 아니냐? 할 수도 있지만
촬영팀은 언제나 가난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릎 꿇고 빈것도 돈 물어주기 싫어서 집주인 입에서 보상 안해도 된다는 말 나올때까지 떼쓴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봤을 땐 집주인이 천사던가 아니면 조상중에 부처님이랑 겸상 한번 했던가 했을거야
그걸 또 용서해줬다고 하데...
아무튼, 집주인 빼고 모두가 행복한 해피엔딩~~
덧글들 읽어봤는데 절도로 신고하라고..
아무리 그래도 직장이었는데 그게 되겠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관리하는 물건 내가 챙기는거 말고는 답 없어
뒷생각 안하는구나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