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이었을 때 뺑이친 거 말고 좀 색다른.. 친구들한테 허풍칠만한 군대썰을 만들어보고 싶었음
개중에는 껌 은박지를 관물대에 잘 문지르면 은박지부분이 붙는데 이걸 말년 생활관 천장바닥에 도배를 할까
반야심경을 하나 사서 매직팬으로 존나 도배해볼까 생각하다가 후임들이 고생할까봐 생각을 접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게 전역자 롤링페이퍼임 ㅇㅇ 이게 당시 뭐 소대원들만 써주고 그랬거든
근데 굳이 병사만 쓴다는 법은 없잖아
그래서 장교의 전역축하한다는 롤링페이퍼를 좀 받아보고 싶었음
이왕이면 사단장을 받으면 썰 푸기 재밌겠다 싶었음 이유는 그게 다였다.
그래서 난 그때부터 독실한 불교도가 됐다. 이유는 별거없다. 우리 사단장이 독실한 불교도라 사단 법당에 자주 출몰했거든
뭐 사단본부니 군단본부면 접근하기 편했지만 일개 전방 대대따리 병사가 접근할 방법이 그거밖에 없었다.
주말에 돈줘도 안가는 군종교 행사를 매 주 토요일마다 간 이유였다..
나름 괜찮았다. 의외로 불교가 블루오션이더라고. 사람 없어서 주는 과자의 품질이 기독교에 비해 월등히 좋았다.
그런 내게 기회가 찾아왔다. 사단장이 추석행사라고 이번 토요일에 전투복이 아닌 정장을 입고 법당에 찾아온거다.
막상 생각만하다가 직접 보니까 엄두가 안나기도 했고 준비물(펜, 롤링페이퍼)도 없어서 좀 난감했는데
추석행사 때 얻은 법당 선물을 같이 온 사모님께 드리며 싸바싸바하다가
우리부대 전역자가 곧 사회로 가는데 기운이 될만한 롤링페이퍼를 적어주실 수 있냐고 물어봤음
사단장은 흔쾌히 수락했음. 유끼얏호우~
법당 군종병한테 급히 이면지랑 모나미 빌렸는데
좀 간지났던게 정장 가슴팍주머니에서 만년필 하나 삭 꺼내서 멋있게 써주더라고
뭐 OOO병장 사회나가서도 군대에서 배운 정신을 잊지말고 호기롭게 살아라 뭐 그런내용이었음
감사하다고 여러차례 인사하고 난 득의양양하게 부대로 돌아와서 썰 존나 품
?추가)
기분좋아서 행정실에서 복사하고 복사본은 가져와서 사진찍고
댓글(6)
대단한데
어우 깡다구가 ㅋㅋㅋ
만약 지금이라도 만나면 엑조디아 완성 될듯 (이 댓글 보고 진짜 만나서 가능 하실수도?)
전역하면 아저씨지
말을 당당하고 잘 했나보네
멋지다
미친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