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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ro12 | 25/01/01 11:15 | 추천 44 | 조회 2563

군인인데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174 [36]

보배드림 원문링크 https://m.bobaedream.co.kr/board/bbs_view/best/804606

12월 31일 19시경, 저는 부산에서 출발해 수원역에 내려 군 휴가 복귀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30대 남성으로 보이는 분이 저를 뒤에서 부르더니 "군인한테 죄송한데 제가 휴대전화와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집을 못가고 있습니다. 집이 제주도라 비행기 값만 빌려주시면 제가 집 가는데로 바로 연락드리고 송금 드리겠습니다."라며 저를 붙잡았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교통비 없었을 때 빌려주셨던 어른들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저는 제 수중에 있는 현금(휴가 나왔다고 부모님께서 쥐어주셨던 돈+교통비) 30만원과 제 계좌/연락처를 쥐어드렸습니다. 꼭 집에 잘 들어가시고, 연락 달라고 말씀드리고 수원역 제주항공 분향소 앞에서 길이 갈라졌습니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다 보니 자주 있는 일이고, 이게 구걸/사기 수법 중에 하나인 걸 알게 되었습니다. CCTV가 있는 역에서, 전투복을 입고 있는 병사인 저에게 이런 사기를 칠 거라는 생각을 못했던 게 후회스럽습니다.

 

문자 신고를 남겼는데 돌아온 답은 "고소를 해야할 사안이다. 외출 외박 휴가 나오면 고소를 접수해라."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일병에 할당된 휴가를 모두 소진했고, 외출/외박이 불가능한 부대에 있습니다. 머리로는 글을 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을 잘 알지만 답답한 마음에 괜히 글을 남겨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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