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 일어난 경제 현상에 대해.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는 술 병뚜껑이 기축통화로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교환비는 아마도 연필 1자루가 병뚜껑 하나.
샤프는 병뚜껑 3개정도 였던듯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통화위기가 찾아옵니다.
계기는 제가 '대량의 병뚜껑을 손에 넣을 수 있으면 부자가 될 수 있지않을까!?' 라는 야심을 가지고
근처 청소공장과 교섭해서 대량의 병뚜껑을 입수하여 시장에 공급해버린 것입니다.
처음에는 수많은 것들을 살 수 있어서 왕족처럼 행세했습니다.
하지만, 곧 이변이 일어납니다.
먼저,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시장을 덮쳤습니다.
처음에는 병뚜껑 1개로 살 수 있었던 연필이 2배, 3배로 가속도가 붙으면서 가격이 올라갔습니다.
화폐 가치가 내려가면 인플레가 일어난다.
그런 경제적 상식은 당연히 몰랐던 초등학생인 저는 난생 처음으로 보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어서 질이 좋은 병뚜껑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제가 뿌린 건 공장에서 받아온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상처투성이 물건이었습니다.
자연스레 다들 질이 좋은 병뚜껑은 계속 움켜쥔 채 결제는 그 악화로 하게되었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그런 말도 당연히 모르는채
'우와! 내 병뚜껑을 다들 쓰고있어!' 정도의 인식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경제 붕괴는 목전으로 다가와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저놈이 병뚜껑을 뿌릴지도 모른다' 라는 시장의 불신감이 퍼져
화폐로서 병뚜껑은 중대한 신용불안이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병뚜껑은 완전히 의미를 상실하고 신화폐로 우유 뚜껑의 도입이 각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결과 눈깜짝할 사이에 병뚜껑 경제권은 붕괴하고 저는 책임을 추궁받아 인민재판에 회부되는 등의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당시에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만 경제학을 배우자 그 사건의 의미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금융교육을 받는 여러분들은 부디 이런 비극을 피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그 후 인생은 즐겁게 보내는게 최고라고 깨달은 저는 교내에서 샤프 가공 장인
(일반 샤프를 자르거나 이어서 미니펜으로 만드는)이 되어 그쪽에서 소소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금융이나 상업보다 꼼지락거리며 일을 하는 장인쪽이 더 잘 맞았던 모양입니다.
미니펜이 궁금하다는 분들이 계셔서 오랜만에 만들어봤습니다.
예전과 비하면 볼품이 없는 모양새지만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 재주를 익힌 보람이 있었네요.
댓글(1)
이러나 저러나 글쓴분은 수완이 좋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