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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상.. | 24/11/08 23:31 | 추천 6 | 조회 66

[유머] 조선시대 임금이 자신을 지칭하는 말 +66 [11]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8342765

조선시대 임금은 자신을 뭐라고 칭했을까요.

사극에 자주 나오는 "과인"은 일단 아닙니다.

"과인"은 맹자의 "과덕지인(寡德之人)"에서 나온 말인데,

의미 그대로 "덕이 부족한 사람"이란 뜻입니다.

직역해도 "부족한 사람"입니다.



"내가 부족해서 일이 이렇게 되었구려~" 하고 겸손, 혹은 자책할 때 쓰는 말인데,

솔까 이것도 좋게 표현한 거고,

직설적으로는


"내가 잘못했네. 내가 잘못했어. 신하들한테 아주 큰 무례를 범할 뻔 했네. 왕이 뒤져야지. 지금 뒤질까?"

식으로 엄포 놓을 때 사용한 말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과인이 어쩌고 했소" 하면 신하들이 "통촉하시옵소서!" 하는 것은 나름 고증입니다.


그런데 365일 내가 부족하다고 자기비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니기에,

평소에는 당연히 다른 말을 썼는데,


그냥 평범하게 "나" 라고 했습니다.



가끔 역사소설에서 "여"나 "고"란 말을 쓰기도 하는데,


이것은 한자로 기록을 남기다 보니까 "나 여(余)"와 "외로울 고(孤)"로 표기한 것을 그대로 발음까지 따라한 오류입니다.


한자 기록만 있다면 발성도 그렇게 했을 수 있다 의심할 수 있는데,

우리한테는 그레이트 킹 갓 세종의 표음문자 한글이 있기 때문에 순수한 발음을 기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img/24/11/08/1930c2f1d973aa4f7.jpg


한글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세종의 훈민정음(1446년, 세종 28년)입니다.


"내 이를 위하야 어엿비 너겨(내 이를 불쌍히 여겨서)" 라고 쓰고 있습니다.


img/24/11/08/1930c2f1f673aa4f7.jpg

선조가 정숙옹주에게 보낸 한글 편지입니다. (1603년, 선조 36년)


"내 친히 보고 자셰 긔별호마(내가 친히 살펴보고 자세히 기별하마)"


라고 하고 있습니다.

img/24/11/08/1930c2f216b3aa4f7.jpg

현종이 명안공주에게 보낸 한글 편지입니다. (1671~1674년 추정)


"난 오늘 가보려 해얏더니 몸 거북하야 못가보니 섭섭기 그이업다 (난 오늘 가보려 했는데 몸이 거북해서 못 가니 섭섭하기 그지 없네)"


라고 하고 있습니다.




세자, 왕자들과 편지를 주고받을 때는 한자로 쓰지만,

공주, 옹주와 편지를 주고받을 때는 언문(한글)으로 많이 해서

한글 편지 대부분이 딸내미들한테서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여튼 이런 기록들을 보면,

조선시대 임금들은 중국의 황제처럼 '짐'이니 '고'니 하는 씹덕 말투 쓰지 않고,

그냥 평범하게 "나는" or "내가" 라고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것도 알 사람은 다 알 텐데,

그래도 "과인이~"를 포기 못하는 이유는

40년 넘는 사극으로 익숙해진 것도 있고,


임금이 "야! 병판! 내가 말하잖아! 내 말이 우스워?" 이러면 임금의 격이 떨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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