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조금이라도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남쪽으로 계속 가고 있었고 거대한 산이 막고 있었다.
부족의 이야기에 따르면 산 너머는 아직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남아 있다고 한다.
몇 일 뒤 산에 올라 내려다본 풍경은
골짜기 사이로 펼쳐진 평원과 숲, 아직 얼어붙지 않은 강이었다.
하지만 더 멀리 저 너머로 시선을 옮기면 그곳에 보이는 건 오직 하얀 사막 뿐이었다.
샨과 부족은 선택해야 했다.
다시 혹한의 죽음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단 몇 십년만이라도 남은 삶을 이어가야 할지.
부족에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기원도, 쓰임새도 모르는 보물들을
무덤 위에 하나씩 차례대로 공손히 올려두었다.
보물 중 하나는 안에 무언가 들어있는 투명한 구 형태였다.
샨의 부족들은 알 수 없었지만 그건 합성 방사성 원소를 넣은 캡슐로,
사방으로 전력을 송출하는 작은 무선 전송기였다.
다른 하나는 넓고 납작한 원통이었으나 그 안을 절대 열어서는
안된다는 경고만이 부족에서 전해졌다.
샨의 아들들은 돌무덤 위에 유물을 올려놓고는 산을 내려갔다.
몇천년의 시간이 지나 지구는 하얀색과 푸른 빛만이 가득한 수정과도 같은 세상이었다.
맑은 하늘 위로 어느 날 우주선이 나타났다.
몇일동안 얼음행성 주위를 돌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떠나려던 탐사선은
우연히 신호장치에서 희미한 에너지를 감지했다.
방사성 에너지를 통해 수세기 동안 희미한 신호를 보내온
전송기의 신호를 감지한 탐사선은 돌무덤이 갇힌 얼음벽을 향해 하강했다.
한동안 그 자체로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얼어붙은 제3행성에서 가져온 과거 문명의 흔적과
유물의 발견은 더욱더 놀라운 발견이었다.
제3행성의 멸망한 문명은 유물의 형태로 추측하건대
상당히 고등한 수준이었고 복합적이었기 때문이다.
원통 속 사물은 색이 짙은 검정이었고 뒤의 사물이 보일 정도로
투명했으나 그 외에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었다.
하지만 수 년간의 종족의 위대한 과학자들이 매달린 끝에 이 투명한 물체에
빛을 비추면 어떤 작은 풍경이나 다른 사물이 담겨있다는 걸 알아냈다.
다시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의 노력으로
외계인들은 제3행성의 투명한 기록물을 연속적으로 시각화하여
보여줄 수 있는 장치를 발명했고 이를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로 했다.
파충류 외계인들은 제3행성의 비밀과도 같은 역사와 환경, 건축물 등을
볼 기대를 하고 앉았지만 막상 보여지는 광경은 다른 모습이었다.
내리고는 서로 극단적인 폭력 행위를 일삼았다.
이 지적 생명체들의 상황은 점점 혼란해지다가
갑자기 종료되더니 그들의 얼굴에 초점이 맞춰지곤 점차 원 모양으로 주변이 줄어들었다.
외계인들은 혼란에 빠졌다.
아마도 이건 제3행성의 생명체들의 기록물이라기보단
일종의 편집과 기법을 가미한 작품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과학자, 기술자, 예술가, 철학자들은 영상이 끝나기 무섭게
이 연속장면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토론을 했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이미 멸망한 문명과 그 원주민들의 사고관은커녕 문자조차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 누구도 그 의미를 추측조차 못했고
앞으로도 상상조차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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