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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팔토끼.. | 24/08/01 13:35 | 추천 13 | 조회 17

TRPG)치즈로 시작된 거대한 스노우볼링 +17 [3]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7074958


 

 

 

마스터 "자 여러분은 드디어 미노타우르스를 쓰러트렸습니다! 꽤 격렬한 전투였지만, 결국 해내셨군요. 거대한 괴물의 사체 뒤로, 황동빛 물체가 보여요. 누가 말해주진 않아도 여러분은 그게 공주를 구할 수 있는 열쇠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냥꾼 "음...열쇠를 챙기기 전에, 제 장비들이 내구도가 다 달았거든요? 무기가 단검 하나 밖에 없는데 뭐 쓸만한 장비 없을까요?"


마스터 "물론 있죠. 그런데 정해진 보상은 대검이랑 목걸이밖에 없어요. 대검은 내구도 주사위가 d10. 목걸이는 지혜 스텟에 +1을 해줘요."


사냥꾼 "아...전 사냥꾼인데 그냥 활이나 총 하나 주시면 안 되요?"


마스터 "안되죠. 규칙이니까. 대신에 몬헌처럼 채집한다고 묘사를 하면 랜덤 루팅표 한 번 굴릴 순 있어요."


사냥꾼 "그거라도 굴려야죠 그럼...8면체? 아, 10면체요...2가 나왔네요. 뭘 얻을 수 있어요?"


마스터 "치즈 한 덩어리요."


사냥꾼 "네?"


마스터 "치즈 한 덩어리요. 2~4까지는 치즈, 술 이런 애들이에요. 1하고 10이 나오면 무기를 얻을 수 있지만..."


사냥꾼 "아...제발요 진짜 무기 하나만 주시면 안 되요? 제발..."


마스터 "안타깝지만 규칙은 규칙이잖아요. 그리고 활이나 총은 화살하고 화약도 있어야 쓸 수 있으니까 어차피 나와본들 쓰실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전사 "ㅋㅋㅋㅋ그럼 대검은 그냥 제가 먹어도 되죠? 전사니까."


사냥꾼 "웃음이 나와요?"


전사 "네"


마법사 "전 마법사니까 목걸이 먹을게요"


사냥꾼 "그걸 먹고 싶어요?"


마법사 "네. 아, 맞다! 아까 우리 해골죽이고 갑옷 주워왔잖아요. 그거라도 입으시면 어때요? 방어점이 1점 정도는 있지 않나?"


사냥꾼 "??? 스켈레톤이 입었던 거적데기를 입으라고요??"

 

마법사 "네. 어쨌든 갑옷은 갑옷이잖아요."

 

사냥꾼 "아 됐어요. 그냥 알몸빤스에 단검만 끼고 살지 내가 드럽고 치사해서...하...사냥꾼은 너무 짜증나고 허탈해서 치즈를 그냥 멀리 던져버립니다."


마스터 "진짜요? 그냥 캐릭터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가방에서 던저버리겠다는 거죠?"


사냥꾼 "네. 어차피 지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식량은 충분하니까요."


마스터 "알겠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드디어 공주를 구했어요! 예이!"


전사, 마법사 "야후!"


사냥꾼 "난 빤스차림이지만..."



~현실로 20분이 흐르고, 게임 상 시간으로 사흘이 흘렀다. 파티는 아직도 지하미궁에 있다.~



우리 나갈 순 있는거에요?


마스터 "그건 제가 아니라 주사위 판정이랑 여러분 캐릭터의 가방에 물어보셔야죠."


사냥꾼 "돌아 버리겠네! 미노타우르스를 잡았는데 나가질 못해서 의뢰 완수를 못해!"


전사 "마법사님 마법으로 길 찾을 순 없어요?"

 

마법사 "전 화염구랑...화염구하고...네. 화염구 스크롤 밖에 없어요."

 

사냥꾼 "어쩐지 아까부터 좁아터진 던전에서 화염구만 쏴재끼더니 가지고 온 마법이 화염구 밖에 없었던거에요?"

 

마법사 "시작하기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전 화력이 강한 게 좋아서 공격마법 위주로 챙겨간다고...그래도 빛 마법은 챙겨서 횃불을 아낄 순 있었잖아요?"

 

전사 "맞아요 사냥꾼님. 그러심 안 되죠."

 

사냥꾼 "????지금 이게 내가 잘못한거에요? 그런거에요? 마스터님?"

 

마스터 "아, 전 플레이어들 간 분쟁에서는 기계적 중립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라..."

 

전사 "자, 자. 모두 진정하시고요. 뭐, 사실 길찾기는 마법보다는 사냥꾼 스킬이 더 유용하기도 하고, 식량도 충분하니까 어떻게든 되겠죠"

 

사냥꾼 "20분 중 대충 15분 동안 계속 길찾는 판정하고, 함정찾고, 그러다가 계속 다쳐서 제 캐릭터는 지금 사냥꾼이 아니라 지체장애 3급 정도는 되는데요."

 

전사" "아이구. 이런."


사냥꾼 "그리고 까먹은 신 것 같은데 보존용 식량을 저 공주NPC가 다 처먹어서 이제 먹을 것도 없어요! 솔직히 걍 오브젝트나 다름없는 놈이 식량까지 처먹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마스터 "NPC도 사람이니까 식량을 먹어야 개연성이 있죠."


마법사 "사냥꾼님의 애완동물이 있잖아요."


사냥꾼 "???"


전사 " 아하? 그러게? 거대 부엉이니까 치킨 먹는다고 생각하면..."


사냥꾼 "안 돼! 이 개슥히들아! 니들이 사람이냐! 해드위그는 안 돼!"



~현실로 1시간 흐르고, 게임 상 시간으로 열흘이 흘렀다. 파티는 아직도 지하미궁에 있다.~

 


사냥꾼 "치즈 버리지 말걸..."

 

마법사 "그러게요. 이번 하우스룰에 요리도 있으니까, 치즈랑 같이 요리했으면 좀 더 효과가 좋았을텐데. 아마 1시간 동안 굴림에 유리함을 얻던가 그럴껄요?"

 

사냥꾼 "???"


전사 "흑흑...해드위그는 맛있었다"


사냥꾼 "PK 해도 되죠?"


마스터 "아뇨. 캐릭터 간 싸움은 금지에요."


사냥꾼 "하 시트 찢어야 하나? 아니 진짜 굶어서 캐릭터가 죽는다고? 실화임?"


전사 "후...솔직히 끝이 보이긴 하는데. 판정에 몇 번 성공해서 거의 입구 근처까지는 왔잖아요. 나가기 전에 굶어 죽을 것 같은게 문제지만..."

 

마법사 "화염구로 구멍을 뚫어볼까요?"

 

사냥꾼 "아니 이 양반 진짜 화염구 좋아하네. 좁은 통로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치킨이 안 된게 다행이라고요. 다들 HP 간당간당한데 걍 쓰지 마요 좀."

 

전사 "...가로쉬님이 니 친구냐?"

 

사냥꾼 "이 양반은 또 왜이래?

 

마법사 "결단을 내리죠. 어쩔 수 없네요."


전사 "무슨 결단이요? 시트 찢고 다시 시작하기?"


마법사 "공주를 먹읍시다."


사냥꾼 "??? 미친색기 아님???"


마법사 "어차피 NPC잖아요. 크툴루도 아니고 인육먹는다고 산치 체크하지도 않을 거고."


사냥꾼 "진짜에요? 마스터?"


마스터 "음...상식적인 상황이랄까, 평범한 상황이라면 확실히 문제가 되는 행동이겠지만 지금은 극한상황이잖아요.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는 부분같네요. 물론  소문이 퍼지면 문제겠지만, 여긴 여러분과 공주 뿐이니까...."


사냥꾼 "미친 세상이다 진짜..."


전사 "휴, 원래 검방들고 다녔는 마침 오늘은 도끼를 들고와서 다행이네요."


사냥꾼 "여기서 제정신은 나밖에 없는건가?"


마스터 "자, 공주도 당연히 귀가 있기 때문에 여러분의 계획을 듣고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사냥꾼 "난 이 대화가 메타발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튼, 거 뭐냐....어...에라 모르겠다! 공주의 등에 단검을 던집니다! 판정은...1! 크리티컬 성공! 대미지 14!"


마스터 "네 공주는 죽었습니다. 비통하게 피를 토하면서 지옥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네요"


사냥꾼 "난 쓰레기야...."


마법사 "네 저는 사냥꾼을 위로하면서 화염구 마법으로 불을 피웁니다. 거기에 냄비를 올려요."


사냥꾼 "후...악마새끼들이 있는 걸 보니까 여기가 지옥이네.....주변을 좀 둘러볼게요. 공주가 딴 곳이 아니라 이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으니까."


마스터: "네, 사냥꾼은 고개를 들어서....."

 

사냥꾼: "아니, 이건 그냥 넘어가셔도 되요. 혼잣말 비슷한거라...하...그나저나...공주를....하아...."

 

전사 "그럼 님은 공주 안 먹는거죠?"


사냥꾼 "그건...아니고요....."


전사 "양들의 침묵 느낌으로 불길하게 웃으며 사냥꾼을 봅니다. 동료가 늘어서 기뻐하는 투로요."


마스터 "소설? 영화? 아니면 드라마? 어떤 풍으로요?"


전사 "헐 양들의 침묵이 그렇게 많았어요?"


마스터 "뭐 어차피 근본적으로 사람을 먹는 다는 점에서는 다 똑같죠."

 

사냥꾼 "그러게요 다 똑같네요."

 

마스터 "뭐가요?"

 

사냥꾼 "이 파티가 근본적으로 쌍놈색히들이라는 점에서요."

 

 

 

~지상으로 복귀 후 왕궁~




마스터 "자, 이제 왕에게 뭐라고 하실거죠?"


사냥꾼 "어떻게 할거냐는 느낌으로 은근슬쩍 마법사를 바라봐요."


마법사 "미노타우르스가 공주를 이미 죽이고 먹은 후 였고, 우리는 미노타우스를 죽여 원수를 갚은 다음 유류품을 걷어서 왔다고 할게요."


사냥꾼 "??? 양심이...?"


마법사 "우리가 먹었다고 할 순 없잖아요. 매력 판정도 해볼까요? ...5! 성공!"


마스터 "네 왕은 여러분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습니다. 딸의 유품과 시신을 수습해줘서 고마워하네요."


전사 "흑흑...공주는 맛있었다."


사냥꾼 "다 미친색히들이네 이거"


마스터 "네 아무튼 왕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분연히 일어납니다. 아마 마족과의 대전쟁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대로 이야기 진행되면 이 대륙은 불꽃과 강철의 파도에 뒤덮일겁니다. 판타지판 매드맥스가 되서 오질나게 살기 힘들거란 얘기죠. 산적, 군벌, 마족, 도적떼가 범람해서 앞으로의 모험이 훨씬 더 힘들어질거에요."


사냥꾼 "우리가 사실을 이야기하면요?"


마스터 "판정에 따라서 좀 달라지겠지만....최소한 대전쟁은 일어나지 않겠죠."


마법사 "음...어쨌든 왕으로부터 보상은 받을 수 있죠?"


마스터 "그렇죠. 묵직한 황금 주머니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마법사 "그럼 그 돈으로 다른 평화로운 대륙으로 가는 배의 티켓을 살 수 있나요?"


마스터 "네. 사고도 남을겁니다."


마법사 "그러면...뭐...가죠? 다른 대륙으로?"

 

사냥꾼 "????갑자기 뭔 대륙? 다른 대륙이 있었어요??"

 

마법사 "제 캐릭터 설정이 고향에서 빚을 지고 도망친 먼 대륙의 이방인이거든요. 제 고향으로 가는, 뭐 그런 느낌으로 가죠."

 

전사 "빚쟁이시라 도망쳤는데 다시 돌아가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마법사 "그땐 황금이 없었고, 지금은 황금이 있잖아요."

 

사냥꾼 "와....참...사람...."

 

마법사 "어쨌든 전 갑니다. 다른 분들은요?"


전사 "음...전 찬성이요."


마스터 "두 분은 찬성. 사냥꾼님은요?"


사냥꾼 "....배 타기 전에 옷을 살 시간은 있겠죠?"


마스터 "네. 그럼요. 그럼 시간 관계상 오늘의 플레이는 여기까지 하고, 다음 플레이는 새로운 모험을 찾아 다른 대륙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할게요. 괜찮으시죠?"


전사, 마법사 "네. 수고하셨어요"


마스터 "수고하셨습니다!"


사냥꾼 "치즈를 챙길 걸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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