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평이지만 나는 데드풀3와 가장 비슷한 영화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라 생각함.
데드풀-울버린, 기대하던 조합이 만나듯이
삼스파가 만나는 것만으로도
팬들을 가슴 떨리게 만들어주거든.
근데 데드풀3가 뭐 미리 공부할게 많다,
못 알아들으면 스토리 뭔지 모르겠다 이러는데
사실 그런 비판점은 노웨이홈도 어느 정도 공유하는 점임.
이거 하나 보려고 MCU 영화 20편 가량에
샘스파 어스파까지 다 봐야 함.
그리고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이 영화의 깊이를 느낄 수 있지.
그럼 비슷한 단점이 있음에도
왜 스파이디는 찬양 받고, 데드풀은 호불호가 갈리느냐.
스파이더맨은 메이저니까.
이게 단순히
"스파이더맨은 인기 많으니까 빠들이 아무튼 좋아해줌~"
이런 식의 억까하려는 의견이 아님.
애초에 노웨이홈 자체가
전 세계적인 유명 히어로인 스파이더맨의
그 유명세 자체를 영리하게 활용했다는 뜻에서 말하는 거지.
샘스파는 당연히 다들 봤을 것이고
어스파도 2까지 밖에 못 나온 비운의 시리즈임에도 다들 알아.
오히려 2 못나온 걸로 다들 드립치고 놀 정도야.
홈스파는 심지어 MCU인데다
아예 스파이더맨 탄생의 기원조차 다루지 않음.
왜냐?
'큰 힘에는 큰 책임 따른다'
이거 모르는 사람이 없거든.
안 본 사람보다 본 사람이 더 많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메이저 영웅, 친절한 이웃
그 스파이더맨에게 바치는 찬사.
멀티버스라는 소재로 그걸 훌륭히 해냈기 때문에
노웨이홈은 열광을 받는 거임.
그에 비해 데드풀과 울버린은
잊혀져가는 마이너들을 위한 영화임.
노웨이홈에서 삼스파에 고블린, 옥박사, 일렉트로가 나올 때
데드풀에 나오는 조연들은
엘렉트라, 블레이드, 갬빗, 로라 이런 애들임.
심지어 크리스 에반스를 불러놓고도
캡틴이 아니라 휴먼 토치로 써먹었지.
주인공인 데드풀은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긴 하지만
19금 외전 영화 주인공일 뿐
엑스맨 시리즈의 중심 인물이 아님.
가장 메이저인 휴 잭맨의 울버린은
로건의 죽음 이후 허물어져가는 엑스맨 영화들을 상징하지.
이들이 모인 곳은 TVA가
시간 관리 짬처리 용도로 쓰는 보이드(공허)고
이들이 살던 시간선은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음.
왜냐? 이들은 실패자들이고
아무도 그들을 원치 않아서 (작품이 망해서)
잊혀져가고 있으니까.
이 영화의 스토리 자체가
디즈니의 20세기 폭스 인수를 포함한
이런 외적인 상황들을 멀티버스와 시간선 설정에 녹여냈고,
악당인 패러독스가 이를 상징함.
"니네들 영화는 망했어.
가만히 냅둬도 천천히 잊혀지겠지만
그 전에 디즈니는 너네 우주를 전부 리부트 할 거고
데드풀처럼 좀 인기 있는 놈들만 MCU 편입시키겠지.
어차피 관객들도 다 그걸 궁금해 할 걸?
데드풀이 어떻게 MCU에 합류하는지 말이야."
하지만 데드풀, 웨이드 윌슨은
그렇게 해서 MCU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그가 (그리고 관객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엑스맨 시리즈에 있으니까.
설령 지금까지의 엑스맨 영화들이 곧 잊혀질 마이너일지라도
엑스맨은 그 시초부터가 마이너들을 위한 작품이니까.
그래서 자기 우주를 살리기 위해
로건 관짝을 뜯고, 다른 우주의 울버린도 데려오고
마이너 영웅들한테 제발 나 한 번 도와달라 하는 거임.
초반에 면접 볼 때 해피가 말했었지.
"어벤저스는 당신이 필요하다고 되는 것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당신을 필요로 할 때 되는 거죠."
블레이드, 엘렉트라, 갬빗, 로라가
데드풀을 돕는 이유도 이래서야.
우리의 우주는 사라지겠지만 너희는 아직 아니니까,
너희가 우리를 필요로 하니까.
마이너들의 도움을 받아 타임리퍼를 막아내고
데드풀과 울버린은 엑스맨 우주의 새로운 중심 인물이 됨.
덕분에 소멸할 뻔한 우주가 되살아나고
두 사람은 MCU에 강제 합류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세계에서 살아가지.
TVA 직원에게 부탁해서
자기들 도와준 마이너 영웅들도 도와달라 했고.
이미 망해버린 울버린의 우주는 아쉽게도 복구시키지 못했지만
'그 상처가 영웅을 만드는 것이니까'
라는 말을 들었음.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으며
어쩌면 잊혀질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여러분이 쌓아온 추억은 소중합니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런 이야기임.
최대한 조리있게 스토리 정리해서 써놨지만
저걸 100% 이해하려면 온갖 마이너한 히어로 영화들
죄다 섭렵해야 한다는 건 분명한 단점임.
하지만 마이너를 기억해주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특히 폭스의 엑스맨 영화 시리즈를 사랑하고
히어로 영화 자체를 사랑해온 팬들에게는
다시 없을 헌사를 바치는 작품.
멀티버스 족같다고 까면서도 그 멀티버스 설정을 통해
현실의 사정을 메타적으로 훌륭히 반영한 것은 물론,
그야 말로 '데드풀'스럽게 버무려낸 작품.
그런 의미에서 나는 굉장히 재밌게 봤음.
댓글(22)
어쩃든 이 데드풀은 지구-10005 니까 ㅋㅋ
아는놈들 한테는 눈물이 줄줄 나올 영화지만 우리나라에서 아는놈들이 그리 없단게 문제
호불호 갈릴수 밖에 없는 작품임 것보다 글 잘씀 굿ㅋ
유명하지 않으면 좀 슬프때가 많지.....
삼스파는 금고에 고이 모셔둔 컬랙션을 꺼내서 보여 준거고
이번 데드풀과 울버린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걸 꺼내서 닦고 광 내서 아직 쓸만하다고 보여준 느낌이었음.
물론 난 엄청 좋았음 ㅋㅋㅋㅋ 다만... 나의 작은 데드풀 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커져서 기분이 싱숭생숭 할 뿐...
데드풀을 통해 마이너를 조명한건 꽤 영리한 기획이었는데
아무래도 데드풀에만 관심이 있어서 엘렉트라랑 그외 셋 나올때는 좀 띠용하긴 했음
가장 좋았던건 겜빗이었음 제작도 중단되었는데 카메오로 나온다는 설정이 참신함
TVA 빼면 MCU 요소는 없다시피 한 영환데
홍보는 데드풀이 MCU 편입된단 쪽에 초점을 맞춘 거 같아서 그 점은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