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부터 출연하는 보로미르 동생 파라미르.
그러면 원작의 파라미르는 어떤 캐릭일까?
대충 몇 가지 사례를 추려보자.
1.
프로도가 보로미르에 대해 최대한 입을 다물었지만,
그것만으로 '보로미르가 어떤 보화를 탐해 프로도와 다투다 헤어졌다' 라고 유추해냄.
심지어는 '보로미르는 탐욕을 보였을지언정 마지막은 고귀하게 죽었다'라는 것도 알아낸다.
2.
아라곤이 곤도르의 왕좌로 귀환한다는 말을 듣고 표정 하나 안 바뀜.
사실상 '너와 너네 아버지의 권력은 이제 끝났다' 선언인데 말이다.
참고로 아버지 데네소르는 순찰자 따위라고 이를 갈았고, 보로미르는 의문스러워했지.
나중에 데네소르가 죽은 후 아라곤을 보자마자 나의 왕이라고 인정한 건 덤.
원작의 곤도르는 이실두르의 재앙 = 반지 라는 걸 전혀 몰랐음.
따라서 '반지를 가져와라' 하고 보로미르를 보낸 데네소르는 영화의 각색.
그런데 절대반지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1. 이실두르의 재앙은 그가 사우론에게 훔쳐낸 어떤 무기일 것이다.
2. 그것은 엄청난 권능을 가진 무기이며, 보로미르는 그것에 유혹되었을 것이다.
3. 하지만 난 그게 길가에 떨어져 있어도 절대 쓰지 않겠다.
....
라고 땅땅땅 결론을 내버린다. 다시 말하지만, 저 양반 절대반지의 존재를 몰랐음.
영화판의 파라미르는 반지에 유혹되어 프로도 일행을 압송하다가,
프로도가 반지에 미쳐가는 것 + 반지는 사악한 물건이라는 것을 깨닫고 프로도를 놓아준다.
물론 저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인건 맞지만, 원작의 파라미르는?
1. 내 앞에 반지가 있다고? 내 앞에 곤도르를 구할 유일한 무기가 있다고?!??
2. 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ㅇㅇ 안쓸거임. 끝.
.....
얘 사람 맞나? 어디에서 호빗 피 섞인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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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원작의 파라미르는 초인적일 정도로 냉철하고 현명하며, 그 이상의 미친 정신력을 보유한 인간이다.
사실상 아버지 문제만 아니었으면 단점이라는게 없는 사기 캐릭터.
신화적 서사의 인간군상에서 갑자기 근대적, 이성적 인간이 튀어나오니 사기캐가 될 수밖에.
때문에 영화판에서 보다 나약하고, 반지에 흔들리는 파라미르의 각색은 데네소르만큼 비판받지는 않는다.
노골적으로 자식을 차별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자식이,
원작처럼 여유있는 먼치킨인 것보다는 다소 찌질하고 우울한 인간상인게 관객이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
또한 반지의 유혹에 대한 서사 면에서 영화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게,
원작의 묘사대로라면 반지의 위험성이 다소 격하되는 부분이 존재함.
하지만 영화처럼 '유혹에 타락 - 타락의 실체를 목격 - 스스로를 다잡으며 성장' 으로 묘사한다면,
절대반지의 유혹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유혹을 이겨내고 변화하는 인간상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지.
종합하자면,
영화판의 파라미르는 원작보다는 덜 잘났지만, 더 인간적이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셈.
5.
하지만 파라미르가 원작보다 비참해진 부분은 따로 있다.
펠렌노르 평원의 전투가 끝나고,
함께 치료를 받던 파라미르와 에오윈은 점점 가까워지고
결국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된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영화판의 파라미르는 '저 스튜'를 먹으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거임.
곤도르 맙소사...
댓글(8)
사선을 같이 넘나들며 위대한 추격전도 벌인 난쟁이도 도망치게 만들고,
오랜 세월 순찰자로 살아오며 별별 음식 다 먹어봤을 왕의 후예도 흠칫하게 만든....
??? : 여보는 요리하지마... 내가 다 할 수 있으니까...
???: 여보? 그게 무슨 소리야. 간만에 남편한테 차려주겠다니? 여보???
"왕가 방계 + 섭정 집안(고위직)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데 직접 밥해먹고 살리가 없잖아요? ㅎㅎ"
"하지만 독요리 드링킹 파라미르가 더 재밌죠."
에오윈 급 되면 요리를 안 하지. 국가 공주 및 왕비가 주방에 왜 들어감 ㅋ
저건 호감도 올리기 위해 노력한 거고.
절대반지도 저 스튜에 들어갔다면 스스로 파괴되었을것
????: 아니 시바 능력을 너프시키랬지 수명을 너프시키면 어쩌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