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12월, 영일만
해병 1사단 소속 해병 중대장
"해변에서 거수자 발견. 50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 행색이 무척이나 남루하다. 등산복을 입었는데 등산화 한 쪽이 망가져 있으며 수염을 깎지 않아 너저분하다.
지도를 보면서 하염없이 걷고 있다. 간첩으로 의심된다. 지금 즉시 불심검문을 하겠다."
"아... 저기... 내가 간첩 같은 건 아니고 그냥 속이 워낙 답답해 가지고 서울에서부터 국토장정을 하고 있는 사람인데..."
"아쎄이!! 지금 그런 몰골로 등산객이라고 주장하는 건가!! 기열이 따로 없군!! 그리고 국토장정?! 이 12월에 50대가 말인가?!"
"정말일세. 서울에서 강원도를 거쳐 내려온 참인데..."
"신분증 제시."
"아... 그게... 신분증은 좀... 여기가 군사지역도 아니고 그저 해변이지 않나. 그냥 봐주면 좋겠는데."
"신분증 제시합니다!!"
"...하아. 그러지."
"음... ... ...
성함이...
장태완?"
"됐나?"
'ㅈ됐네.'
(12.12 이후 강제 예편되긴 했으나 예비역 소장으로서의 신분에 이미 군에서 명망이 있던 어른의 위치에 있었기에 5공 시절에도 장태완은 나름대로 존중받았다.
뭣보다 중대장급이 뭐라 할 상대는 절대 아니었다.)
"(관등성명 제시 후) 아... 그, 장군님. 저희 대대장에게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후
"네?! 제 보고가 2군사령관(대장)까지 올라갔습니까?!!"
대대장
"2군사령관께서 지금 장 장군님 당장 호텔로 모시라고 하셨다고!!! 사단에서 인원 내려갈 테니까 모시고 있어!!!"
(당시 2군 사령관은 차규헌 대장이었는데 반란 이전까지만 해도 장태완이 직접 참모장으로서 모신 경험이 있어 막역한 사이였지만 반란 이후에는 차규헌이 반란에 가담하였기에 관계가 단절되었다.)
"장군님! 사단 본부에서 2군사령부에 연락을 올렸고 2군사령관께서 장군님을 호텔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사단에서 사람이 와 모실 터이니 잠시만 차에 올라타 히터로 몸을 녹이고 계십시오!"
"싫은데?"
"예?!"
"내가 말했잖나. 그냥... 속이 답답해서 나온 거라고. 그리고 전쟁 때 죽은 전우들 명복이나 빌어주려고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는 거라고. 자네 상관들한테는 고맙다고 전해 주고 난 그냥 버스로 돌아간다."
"아... 충성. 안녕히 가십시오..."
'차규헌 그 인간한테 대접받기도 싫고. 내가 뭐때문에 신분증을 숨겼는데.'
이렇게 장태완의 간첩오인소동은 끝이 났다.
댓글(11)
개같이 털렸겠네
근데 솔직히 FM대로 한건데 까인다면 그거대로 논란일거 같긴해
하지만 군대죠?
아저씨가 힘을 숨김
ㄹㅇ임? 개무섭네
장태완의 수기에 언급된 기록.
이왜진
거수자라 판단했을 때 취할 조치는 다 한거니 군인의 본분을 다 한거는 맞긴 하네
아무래도 쿠데타 이후 군인으로도 가장으로도 힘들었을테니... 저렇게 떠돌아다닐 만도 하시겠지...
딱히 저 군인은 잘못한게 없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