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미국에서 나온 흑백 유성 호러 영화
《프릭스 Freaks》
유랑 서커스단를 무대로
단원들의 드라마, 배신, 그리고 복수를 그리고 있다.
듣기에는 꽤 평범한 플롯인데,
왜 이게 논란거리냐고?
그건 이 영화를 직접 와야 된다.
주의!
(이 아래로는 신체적 장애, 계급 하이어라키,
사회적 차별 등의 주제를 다룹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 있고,
심지어 혐오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무대는 어느 한 유랑 서커스.
수많은 곡예사들과 예능인들이 이 유랑 서커스단에서 생활히고, 공연한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스타들은…
금발의 아름다운 곡예사, '클레오파트라'와
근육질의 미남 차력사, '헤라클레스'다.
그러나 주인공은 이 두 미남미녀가 아니다.
이 서커스에서는 '사이드쇼' '프릭쇼'라고 불리는,
당시 유원지나 서커스 등이 제공하는 구경거리가 있었다.
이게 뭐냐면,
돈을 내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서
괴물이나 기인 등으로 변장한 사람들이나,
곡예사들을 구경하는 오락거리를 말한다.
이걸 왜 '프릭쇼'라고 불렀냐면,
그 구경거리로 장애인들을 전시하는 일이 흔했기 때문이다.
("단돈 10센트만 내고 들어와, 무시무시한 자연의 실수들을 목격하세요!", 당시는 이런 홍보문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이 피상적이지만, 프릭쇼를 다루고 있음.
그리고 감독은 정말 충격적이게도,
특히 30년대에는 더 충격적이게도
실제 장애인들을 출연시켰음.
배우들은 정말로 서커스나 엔터테인먼트 업계(사이드쇼) 종사자거나,
기형 악역의 단역 등을 전문으로 맡는 배우 등이었다.
하반신이 없는 남자(팔로 걷는 남자)와
사지가 없는 남자(계산 천재).
팔이 없어 다리를 팔처럼 쓰는 여자.
샴 쌍둥이 자매.
(생각해보면 당연하지만, 이 둘은 별개의 연애생활을 한다)
소두증이 있는 여자.
양성애자, 반은 여자, 반은 남자.
(그렇다. 소수성애가 장애인 시대였다)
그 외에도 황새 인간,
수염 난 여자,
소인증 환자,
너무 마른 해골 인간 등등.
그 중 주인공 '헨리'는 소인증 환자로,
이 사이드쇼 출연자들의 대표 같은 위치다.
헨리는 클레오파트라와 연인 관계로,
약혼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클레오파트라는 헤라클레스와 내연관계였고,
이 모든 건 둘의 음모일 뿐이었다.
이들은 헨리에게 큰 유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를 살해하고 재산을 가로챌 계획을 꾸민다.
약혼이 결정되고,
헨리의 간곡한 부탁으로 사이드쇼 단원들은
클레오파트라를 친구로 받아들이고자
식사에 초대하지만……
그녀는 '기형인'들을 무시하고,
헤라클레스와 함께 헨리의 키를 이유로
그를 조롱하며,
그들의 면전에 대고
'괴물'이라는 폭언을 내뱉는다.
클레오파트라는 헨리의 와인에 독을 타 그를 죽이는데 성공하지만,
이 음모는 죽기 전의 헨리와 사이드쇼 친구들에게 발각되고,
그들은 복수를 준비한다.
그들은 헤라클레스를 죽이고,
도망치는 클레오파트라를 쫒아간다.
(도덕적 논의와 별개로,
그들이 어두운 숲을 기어가며 쫓아가는 모습은
굉장히 충격적이다)
그들은 그녀를 죽이지 않는다.
그건 너무 쉬운 방법이니까.
그 대신 그들은 대대적인 '외과적 처치'를 실행하고…
(여기서 각오 없으면 뒤로가기 추천)
그들은 클레오파트라의
늘씬했던 다리를 절단하고,
이름다웠던 이목구비를 뒤틀고,
비단 같았던 피부에 깃털들을 붙여서…
그녀를 '새 여자'로 만든다.
사이드쇼의, 프릭쇼의 새로운 출연진으로…….
그렇게 영화가 끝난다.
실제 장애, 기형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출연한 이 영화는
당시 시대상 굉장한 일탈로 받아들여져
비난과 혹평을 받았다.
영국에서는 30년이나 상영금지 처분을 받았고,
캐나다에서는 잔인하고 그로테스크하다며 상영불가 등급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전체 90분 분량에서 30분 가량을 편집한 버전이 겨우 개봉할 수 있었지만,
너무 많이 잘라서 내용을 모르겠다는 소리를 들을 뿐이었다.
그러나 1960년 이후 이 작품은 새로 발굴되어
계급갈등과 항우생학에 대해 깊은 메세지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평가받는다.
특히 당시 괴물 취급을 받던 장애인들에게 처음으로 착취가 아니라, 동정적인 시선과 주체적 캐릭터를 줬다는 평을 받는다.
당시 '일반인' 배우들은 장애인 배우들과 같은 공간을 쓰길 거부했고,
감독의 설득과 명령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이 뜻을 굽히지 않아,
장애인 배우들은 구석에 텐트를 설치하고 쉬어야 했다.
당시 출연 배우의 증언을 보면
'감독은 자신들과 장애인들과 같이 어울리게 강요하고,
당혹스러워 하는 자신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드라큘라처럼 사악한 사람이었다…'
고 하는데,
현대에 와서는 그냥 장애인들에게도 기회가 있어야 하고,
최소한 동등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었던,
그냥 열린 사람이었다고 평가 받음.
감독인 토드 브라우닝은
실제로 이런 서커스 업계 출신으로, 쇼 공연자와 영화배우를 거쳐
영화감독이 되었다.
《프릭스》는 1994년, "문화적, 역사적 또는 미학적으로 중요한" 영화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미국 국립 영화 등록부에 의해 영구 보존이 결정되었다.
댓글(6)
당사자들의 인식에도 시대상이 묻어나네 슬프다
뭐랄까 존나 신선하고 재미있는데??
진짜 시대를 앞섰네..
참고로 이 사이드쇼 출연진들의 드라마도 재밌음.
결혼,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자식을 낳아도 될까 하는 고뇌, 우정, 자학이 섞인 소소한 농담 등등…….
시대를 앞서간 영화네.
자손대대로 봐야하고 여러번 생각해봐야 하는 영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