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2.0에서 보여준 명식 숭배하는 따까리는 별 것 아닐 정도로,
피살리아 가문은 굉장히 위험하고 삼엄한 가문이 맞다.
성녀 선발 과정에서 심신이 강한 소녀들을 골라내기 위해서
저택 안에서 독약으로 소녀들이 서로를 죽이는 배틀로얄을 계속 벌였으며
그렇다고 그 과정이 뭐 투명하고 숭고한 희생 그런 것도 아니다.
대부분 소녀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두려움에 떨다 죽어갔음.
거기에 차기 가주가 전대 가주를 독살해 죽이면서 인계받는 계승 절차까지
칸타렐라 대에선 좀 줄었다고 언급되지만, 피살리아 가문은 근본적으론 음험하고 잔혹한 측면이 강하다.
다만...
저렇게 안하면 진짜 리나시타가 멸망했음.
위에서 언급한 성녀 선발을 위한 소녀들 살육극의 경우 일부 가문 구성원은 딸들을 도피시키고 다른 민간인을 끼어넣는 꼼수를 부렸지만
역으로 선발을 주최한 고위급 구성원이 자기 딸을 희생시키는 사례도 있었고, 본질적으론 수호신과의 맹약을 지키고 명식을 물리치기 위한 목적.
그 결과 피살리아는 정말로 칸타렐라라는 성녀를 만들어 리나시타를 구하는데 성공한다.
후임자가 전임자를 죽이는 가주 계승식 역시, 약간의 약함만 보이면 바로 꼭두각시로 세뇌시키는 명식 레비아탄의 특성상
이젠 노쇠해 명식의 정신공격에 버틸 수 없는 전임 가주에게 안식을 주는 풍습이기도 하고.
실제로 칸타렐라가 '안식을 준' 전대 가주는 명식의 영향을 받아 성녀 선발에 과하게 집착하던 상태였음.
그 끔찍한 성녀 선발 과정을 거친 칸타렐라 입장에서도 저런 희생은 단호하게 거부하지만,
동시에 그 희생이 사리사욕이 아닌 대의를 위해서였다는 점은 긍정하고 있다.
전임 가주의 망령을 퇴치하는 얽힌 별 임무도, 과거의 적을 물리치고 벗어난다기보단
지박령에게 사명이 달성되었음을 알리고 안식을 주는 늬앙스에 더 가까움.
사실, 칸타렐라 역시 과거엔 약 제조를 좋아하던 순수하고 조용한 소녀였고
그런 칸타렐라를 성녀로 만든 것이 위의 선발 과정이다보니...
이런 측면에서, 피살리아 가문의 내력은 자신들이 섬긴 수호신 임페라토르와 공통되는 면모가 제법 있음.
'다른 방법이 없었고, 결국 성공했고 많은 이들을 구했으며, 그 사람들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 험난한 과정을 늘 아름다웠다고 포장할 순 없다.'
아무리 대의로 행동했으며 다른 방안이 없었다 한들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키는 건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발버둥 친 이들을 그 이상 비난할 수도 없다... 란 지점에서 말이지.
이렇게 정리해주는거 너무 좋아
진짜 잘만든 이야기임 반전도 있었고
명조하면서 이런 스토리 분석글이 넘치는게 너무 좋아요
1년이 참 보람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