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등학교는 명문고"였음"
한창때는 뭐 한 해에 서울대를 수십명씩 보냈다니 어쩐다니 했는데
평준화 이후로는 뭐 뺑뺑이라 다른 학교들이랑 크게 다르진 않았고
마침 우리가 졸업하는 해가 학교 설립 100주년이라 주목을 많이 받았음
우리는 총동창회 파워가 상당하기 때문에
(우리 학교 나온 높으신 분들이 꽤 있음 덕분에 국회의장, 시장이랑 악수도 해봄)
매년 급식비 기부만 십몇억씩 들어와서 밥 맛있는걸로도 유명했는데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놀랍게도 1학년 입학식 날 이후로
단 한명도 야자를 째지 않음
그게 대체 어떻게 가능했는가?
학주가 한국사 선생이었는데, 첫날에는 야자 째지 말라고 경고를 함
근데 당연히 도망가는 애들이 수십명 있었음
다음 날 아침에 한국사 시간이 되고 학주가 반 앞문을 팍 열고 들어옴
-어제 야자 뺀 새끼들 다 앞으로 나와
안나오니까 한명 한명씩 호명해서 다 앞으로 나감
그리고 그대로 엎드리게 한 다음
우리가 단무지라고 부르던 노란색 pvc파이프로 엉덩이를 존나 때림
그걸 50분 내내 그냥 한바퀴씩 돌아가면서 계속 함
그리고 수업 종 치니까 그대로 나감
그리고 다다음교시가 또 한국사였는데 들어오자마자
아까 걔들 다시 엎드리게 하고 또 존나 팸
나머지 애들은 그냥 숨도 못 쉬고 맞는 애들만 봐야 함
그래놓고 또 종 치니까
-야자 도망가는 놈들은 내일도 뒤지게 맞는다. 나 수업 안해도 돼. 니들이 손해지 내가 손해냐?
이러고 다음 반 그다음 반 가서 이걸 하루 종일 반복한거
뭐 대충 이런 분위기라서 진짜 공부 뒤져도 못할 놈들은 나중에야 직업반으로 빠지고
자퇴도 거의 전교 380명 중에 30명정도? 했던 것 같음 정확한 수는 잘 기억 안남
나중가서는 "영구 야자 포기각서"같은 걸 부모님 싸인 받아오면 빼주긴 했는데,
대신 다시는 야자에 참여를 못하고 일부 선생들이 이런 애들 존나 벌레취급 함
야자 반도 성적순으로 줄세워서 뭐 개 ↗같은 거 많았음
1반이었다 성적 떨어져서 등수 밀리면 2반으로 강등되고 이런 식
성적 높은 애들은 자소서 첨삭부터 뭐 수상경력 등등 다 만들어주고
3학년 가서도 작년에 서울대 꼴랑 3명 보냈다고 개 지랄하다가
결국 우리 때 서울대는 딱 한명 보내고 말음
그때가 고등학교들 두발자유 거의 다 될 쯤이었는데
우리는 머리에 손 얹어서 손가락 위로 머리카락이 나오면 안됨
죄다 까까머리라 사복에 초면이어도 다 우리 학교구나 하고 알아봤음 ㅋㅋ
이거 국민청원 몇번 올라가고 국민신문고도 갔는데
아직도 그대로라더라
역시 일제시대에 멀쩡하게 버틴 부역자 스쿨 든든하다
지금도 뭐 안때리는거 빼곤 딱히 바뀐 건 없다는 것 같던데
그래도 일요일 자습하고 수능보고도 집에 안보내주던건 없어졌나봄
이게 딱 10년 된 이야기인 게 유머
이거 말고도 기숙사에서 술빨거나 주말 자습 튀어서 피씨방가고
맨날 치킨 반입해서 먹고 그랬었는데 그건 나중에 써봄
댓글(2)
저딴게 명문고...? 그리고 선생...?
고등학교 시험쳐서 들어가던 시절 우리 학교 학생들이
커서 요직에 앉고 선생으로 모교에 들어오고 하니까
그냥 학생들 갈구면 뭐든 되는 줄 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