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게 실시간 커뮤니티 인기글
루리웹 (1935325)  썸네일on   다크모드 on
흐휵 | 24/12/20 21:36 | 추천 17 | 조회 26

[유머] 이 술의 이름은 [경화수월] 능력은...[완전만취]다. +26 [13]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8866430


img/24/12/20/193e3ea63c738b23d.jpg

경화수월 만취 에디션


의 리뷰 겸 맥주에 대한 주저리 글임.


여하간 이건 국내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인 안동맥주에서 만든 맥주로 원래는 방아잎을 쓴 고제인 석복 등으로 매니아들 사이에 알음알음 언급되다가 이번 경화수월로 꽤 유명세를 얻은 곳이다. 구매처는 데일리샷으로 근처 리커샵에서 수령 받았다.


한국에서 뭔 맥주 양조장이냐 싶겠지만 사실 한국의 크래프트 맥주 씬의 퀄리티 자체는 상당한 편이다.


서울의 서울집시와 미스터리 브루잉, 서울 브루어리, 아쉬트리, 크래프트 브로스.


고양시의 플레이 그라운드 브루어리, 강릉의 화이트 크로우, 부산의 와일드캣과 컬러드, 이천의 을를, 문경의 태평양조 등등등...생각보단 고루 있는 편이고 해외 맥주와 비교해도 크게 밀릴 것 없는 크래프트 비어 양조장들이 제법 있다.


전통주 외엔 배송 / 배달 금지라는 기이한 법과 소규모 양조장 + 고퀄리티와 힙스터성을 추구하는 크래프트 맥주의 특성 덕에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꼬라 박힌 접근성이 문제지...


그래도 CU에서 점장에게 부탁하거나 앱으로 발주를 넣을 수 있는 플레이 그라운드 브루어리의 홉스플래쉬와 흑백을 마셔보면 한국 맥주도 상당한 퀄리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격적으로 보면 해외 크래프트 맥주랑 크게 차이도 안나고...





img/24/12/20/193e3f8399d38b23d.jpg

장르는 벨지언 골든 에일. 벨기에 맥주의 일종을 표방 중이다.


엥? 맥주인데 왜 벨기에? 싶을 수도 있지만 라거와 밀맥주의 기본기로 유명한 독일, 필스너 사랑꾼 체코, 에일과 흑맥주의 기본기로 유명한 영국, 홉을 퍼부어 넣는 뉴잉글랜드 IPA와 케이크, 초콜렛 등 각종 달달한 부재료를 때려 박는 페스츄리 스타우트, 과일을 퍼부어 넣은 스무디 스타일 등 맥주의 경계선이 흐물흐물한 자유로운 미국...이 4곳만큼 벨기에도 맥주 강국이다.


산미와 단맛, 쓴맛과 프루티함을 베이스로 고급화 될수록 도수감과 바디감, 프루티함이 강렬해지는 벨지언 에일, 부드러운 바디감과 경쾌함을 자랑하는 세종, 강력한 산미 덕에 맥주계의 레드 와인이라 불리는 플랜더스 레드 에일, 야생 효모에서 기이한 펑키함으로 매니아 층을 지닌 람빅 등등등 벨기에는 강력한 기본기를 베이스로 다종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여러 방향성으로 뻗어 진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중 벨지언 골든 에일은 벨지언 에일에서 조금 더 단맛이 두드러지고 프루티함이 상대적으로 적은 형태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한국에선 소맥맛이라 평가 받는 듀벨로 유명한 벨지언 골든 스트롱이 되는데...경화수월 만취의 도수는 7%. 맥주치곤 높지만 본국의 벨지언 골든 에일인 레페와 스트롱인 듀벨 사이급 도수다.


잡설이 길었고 맛으로 보면...




향에서는 청량한 풀꽃과 같은 향기와 곡물의 단내가 잡히며 오피셜 노트에는 배가 있지만 허접인 내 코에는 배가 잡히진 않는다.


맛에서는 바디감은 굉장히 부드럽고 묘하게 밀맥주스러운 느낌이 잡힌다. 파울러너처럼 바나나가 잡히는 레벨은 아니지만 단맛과 쓴맛이 적절히 섞이고 삼킨 후 입 속에 쌉쌀한 맛과 아주~ 작은 후추알을 살짝 씹는 수준의 매운맛이 남는다.


부드러운 바디감 덕에 쑥쑥 들어가는데 맥주치곤 낮지 않은 도수인 7도라 마시다 어느새 골로 가기 딱 좋다. 이 정도 도수를 이 정도까지 부드럽게 만드는건 꽤 어려운데 잘 해냈다 싶다. 도수를...도수를 그렇게 높이지 마라...




정리하자면


장점 : 라벨만 봐도 뭔가 웃김. 무난하고 나쁘지 않은 맛있음,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리겠다 싶음, 부드러운 고도수 맥주를 맛보고 싶다면 한번 사볼만 함.


단점 : 750ml에 병따개 스타일이라 한번 따면 그 자리에서 다 마셔야 하는데 친구 없는 찐따에 술찌라면 구매 비추. 도수가 제법 있는 편이지만 맥주는 산화가 빠르기에 한번 따면 그 자리에서 비우는게 좋다.


거기에 이거 가격이 12900원인데 이것보다 맛있는 맥주는...사실 많아서 추천하기 애매한 영역에 있다고 본다.


추천 대상 : 카스나 하이트를 넘어서 편의점 4캔 만원짜리 해외 대기업 맥주를 맛보다가 슬슬 좀 더 맛있는 맥주를 먹고 싶고 다종다양하게 접해볼 의욕이 있는 유형,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술꾼


비추천 대상 : 술에 특정 이상의 돈을 쓰기 꺼리는 분들. 이거 750ml긴 한데 12900원임...


맥주를 원래부터 좋아하는데 개중 찐~한 맥주가 취향인 분들, 부드럽게 넘어가는데 고도수인 술인지라 소주 한잔만 드셔도 관운장이 되는 분들


그외 당연하지만 술 자체를 안 좋아하시는 분들껜 굉장히 비추천.




총평 : 견디기 힘든 천좌의 공백을 채울 하늘이 되기엔 아직 미묘하지만 매니아 입장에선 나쁘진 않은 맥주로 남들에게 추천하긴 애매함.





이상 경화수월 리뷰였음.



[신고하기]

댓글(13)

이전글 목록 다음글

67 8 9 10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