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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웹-2.. | 24/12/04 16:22 | 추천 44 | 조회 88

[자작유머] 전직 국회 비서관의 계엄 관련 이것저것 짜투리 +88 [9]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8675572

어제 밤에 폰 충전시켜놓고 플스 돌리고 있었습니다.

11시 반 조금 넘어서 친구가 전화를 걸더니 이거 뭐냐, 아는거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때까지 뉴스나 폰 전혀 안보고 있었던지라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제가 뭐냐고 물었죠.

그러니까 계엄령 발포됐다고 친구가 말해줬습니다.

그제서야 저도 뉴스 보고 이게 진짜인지 몇 번 확인하고 생시구나 싶어서 씻고 여의도로 나갔습니다.


계엄 관련 카더라는 한 석달 전부터 계속 나왔죠.

여의도 내에서도 본인의 직위, 네트워크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질은 천차만별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국민들 다수가 '설마 계엄령까지 하겠어?'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치공세라고 생각했지

아마 여야를 막론하고 지도부 선에서는 저런 움직임이 있다는 정보 자체는 알았을 겁니다.

그걸 공론화하는 것이 별개의 문제라 그렇지요.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6866221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4144011


어제 1차 후기글에서도 썼지만 아무튼 천운입니다.

의원님들이 어제 회식하고 있어서 빨리 모일 수 있었다는 카더라도 있던데

제가 영감님들 일정을 다 알진 못하기 때문에 저 말이 100% 아니라곤 못하겠지만 가능성이 높진 않습니다.


예산안 처리도 안됐고 정기국회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망년회나 회식은

그런 모임 자체를 잡을 가능성 자체도 낮고 설령 잡아도 의원님들이 세자리 수로 모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 같은 공식 일정이 아닌 다른 일로 의원님들이 저정도로 모이려면

당이나 대통령실에서 아무리 못해도 한달 전부터 사전에 일정 잡고 공지해야 됩니다.


대부분의 의원님들이 국회일정때문에 자신의 지역구가 아니라 국회 근처 숙소 혹은 인근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을 거고

그런 날에 계엄을 터트렸으니 이렇게나마 수습이 되었지 정말 금 or 토 같은 시간에 터트렸으면

다음날 출근 문제가 없는 시민들께서는 조금 더 많이 모였었겠지만 의원님들이 저만큼 모이는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을 겁니다.


온라인으로 가능하단 기사도 있었다고 다른 친구가 저한테 물어보기도 했었는데

제가 아는 선에서는 선례도 없고 어떻게 국회의원 개개인이 별도의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의결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지난 10년 넘게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어제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원만하게 돌아갔을지,

또 자기들 마음대로 법해석을 하는 반란 수괴세력들이 그걸 인정해 줄지도 모르겠네요.


상황 파악하고 가볍게 샤워한 후에 12시 조금 넘어 나갔고 가는 길에 선배 동료 보좌진들한테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그분들도 이게 꿈이냐 생시냐부터 해서 입구에서 막혀있는 분 어째저째 들어간 분 인천이나 경기지역에 살아서 도착 못한 분

아무튼 정말 이래저래 혼파망이었고 다들 자기들도 언론이나 당에서 전파되는 내용 이상으론 모르는 분위기였습니다.


제일 안타까웠던 친구는 얘 지금 야근할텐데 싶었던 녀석이었고 아니나다를까 집에 들어가려다가 상황 걸려서

갑자기 본청으로 뛰어가 공성전 뛰었다고... 좀 전에 죽겠다고 자러 갔네요.


그리고 지금 제일 논쟁인 계엄군 관련해선 저 개인적으로는 계엄군을 하나의 통일된 유기체로 인식해서 벌어지는 논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책임이 있고 처벌받아야 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특전사의 전투력을 생각해 보면 국회 내에 있던 시민들과 보좌진, 의원님들이 막는다 하더라도

물리력으로 국회 해산하고 그 자리에 있던 국민들을 불법 체포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거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출동한 계엄군에 대한 지휘권을 가진 사람들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우왕좌왕하고,

일부 과격하게 진입했던 팀은 아마 친위 쿠데타 준비했던 세력들이 사상검증 마치고 무조건 명령대로 움직일거라 판단한 사람을 뽑은듯 하지만

그 외 뭐가 뭔지도 잘 모르고 심지어 상황을 알고 나서 부끄러워하던 현장 지휘관 초급간부들과 전투원 분들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네요.

당장 본인이 군대 있었을때 자기가 속하던 분대나 소대도 다 한마음이었냐 물어보면 아니잖아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자기들 딴엔 확실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능력 부족으로 이래저래 허술했던게 천운이다, 싶습니다.

책임은 물어야겠지만 이런 정황은 최대한 명확하게 규명해서 그 수위 조절이 있으면 좋겠네요.

내가 군 생활 할때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고 너무나 부당한 명령 앞에 주저했고

그 틈을 타 정말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을 지킨 국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누구 한 사람의 책임과 공이라고 볼 수 없는 기적이라고 봐요.


계엄 선언문에서 국회가 범죄자 소굴이고 종북세력이라고 낙인찍으며 소탕하겠다고 말한게 지금 보니까 제일 섬뜩하네요.

반대파는 싹 다 무력으로 잡아넣겠다. 이게 독재자지 뭐가 독재잡니까.

실제로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체포조가 돌입했다는거 보면 작전계획에선 잡아갈 생각 100%였을겁니다.


영상 봐도 준비했구나 싶은게 국회 본청은 직사각형 형태로 되어 있고 내부 구조가 동일해서 방 번호를 알아도 헤맵니다.

의원님들이나 새로 들어온 보좌진들도 한 1년은 자기가 가야 할 방이 앞인지 뒤인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헤매요.

그런데 내부로 들어온 조는 헤매지 않고 잘 찾아가는 것 같더라고요.


본청 내부 구조가 기밀도 아니고, 특히 특전사나 특임대대라면 대통령이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건물이고

그때마다 O일 전부터 경호작전 수행하는 임무 파견도 나오는 곳이라 내부 구조 모를 수가 없어요.

아마 이 체포조들은 무거운 책임 피하기 쉽지 않을 거라 봅니다.



국회에서 일하면서 판검변, 소위 율사들을 자주 만났는데 이분들의 직업병이라고 해야 될런지

적지 않은 분들 중에 '법에서 금지하지 않은 일은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난 법을 어기지 않았는데 왜 욕을 먹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진짜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리고 법이란 것이 모두가 100% 같은 해석을 할 수 있는 조문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은 하는데 같은 문장이라고 하더라도 보는 시선에 따라 다르게 해석을 하죠.

그래서 오히려 법조인 출신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말 불가능하진 않지만 상식적으로는 아무도 그렇게 읽지 않을 방식의 해석이나

교묘하게 정보를 빼서 불필요한 일을 만들거나 선동하는 사례도 정말 많습니다.

최근에 저도 개인적으로 크게 우려하는 상황이 하나 있고 말이죠.


그리고 제일 확실한건 지금 대통령이란 사람은 제가 비판하는 이 법조인에 정확하게 들어맞습니다.

오히려 전문가니까 자기 멋대로 왜곡하고 그게 맞다고 우기는 방법도 아는거죠.

난 대통령이고 법이 규정했다고 자기가 멋대로 해석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거고,

계엄령을 비롯해 어떤 일이건 자기 머리 속에선 적법하다 싶은 일은 다 할 수 있는 사람이란걸 증명한 셈입니다.


유게가 정치 이야기를 해도 공감받는 일 자체가 없는게 좋은데...

아무래도 평생 한번 볼것 같던 탄핵을 두번 보게 되기 전까진 조용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탄핵 전까지 자기는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뭔 짓을 할지 모르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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