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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한국 설화: 팔백이와 여우 +20 [5]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8605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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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떤 부자가 살았는데 팔백이란 아들이 있었다.


그 부자는 금이야 옥이야 아들을 보며 항상 하는 말이,


"내가 살아있을 동안엔 너는 아무 걱정 말고 돈을 쓰면 한번에 800냥씩 쓰거라!" 였다.



그리고 팔백이는 정말로 나가 놀때마다 800냥을 펑펑 쓰고 다닌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부모도 죽자 돈 쓰는 재주만 익힌 팔백이는 결국 살림이 점점 줄어


빈털털이가 되고 만다.


"내가 인생을 헛 살았구나!

부모님의 재산을 다 날리는 재주만 있는 내가 세상에 계속 살아봐야 뭔 방도가 있으리.

비루하게 사느니 스스로 죽어 없어지자!"



마음을 독하게 먹은 팔백이는 남 안보는 곳에서 목을 매달기 위해 밧줄을 챙겨다 


강원도의 깊은 산골로 들어간다.


그리고 경치 좋고 크고 튼튼한 나무가 있는 곳을 찾아 밧줄을 내건다.


그때 언덕 아래쪽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린다.


"팔백아, 팔백아....."


지인은 커녕 사람이 살지도 않는 산중에서 자신을 찾는 소리가 들리자 어리둥절해진 


팔백이는 소리가 난 쪽을 쳐다봤다.


언덕 아래에선 호리호리한 여자 하나가 하얀 손을 하늘하늘 흔들며 올라오고 있었다.


험한 산길을 눈깜짝할새 올라온 여자는 달님같은 얼굴을 지닌 젊은 아가씨였다.


"팔백아, 돈 때문에 그리 쉬이 죽을려고 하는거 아니야.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가자, 내 돈 구해다 줄게."



홀린 기분이 든 팔백이는 왠지 따질 기분도 안들어 여자가 이끄는데로 산길로 걸어 걸어 


어느새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다다른다.


커다란 솟을대문을 밀며 들어간 아가씨가 외쳤다.


" 얘들아 손님 오셨다!

상 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 올리거라."


팔백이는 구첩반상이 나오는 환대에 당황하면서도 오랜만의 기름진 음식이라 염치 불구하고


반찬과 밥그릇을 구멍 나도록 벅벅 긁어대며 깨끗하게 비웠다.


그리고 솜을 잔뜩 채운 비단금침에 누워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고민하기가 무섭게 아침까지 푹 곯아 떨어진다.


다음날, 팔백이는 방안에 차려 올려진 푸짐한 아침을 먹으며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자신이 이미 죽고 어디 저승에 와 있는 것인지, 아님 귀신에 홀린 것인지.


그렇게 다 먹고 상이 치워지니 방문 밖에서 종들이 아가씨에게 인사 올리는 소리가 들려 자세를 바로 한다.


방안에 들어온 아가씨는 바로 팔백이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꺼낸다.


"팔백아, 돈이 얼마나 필요하니?"


"아무래도 팔백.....그, 팔백냥은 있어야 하지 안하겄소?"


팔백이는 급한데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아가씨는 군말않고 정말로 팔백냥을 떡하니 안겨주었다.

갑자기 생긴 큰돈을 가지고 밖으로 나온 팔백이는 곰곰히 생각했다.


"예전에 흥청망청 써댄 팔백냥이 이리도 무거웠구나.

이 돈을 내가 전 처럼 쓰면 안되겠지.....이걸 어쩐다?"


그렇게 생각하며 산을 내려오니 그새 민가가 보였고 팔백이는 생각을 정한다.


팔백이는 마을을 돌며 한눈에 보기에도 궁핍해 보이는 집을 찾아가 돈을 나눠줬다.


부유한 생활과 가난한 생활을 다 해본 터라 어느집에 당장 얼마가 필요할지 대강 눈대중이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 까지 그런식으로 마을을 돌며 돈을 빈민들에게 나눠줬는데도 돈이 20냥이 남았다.


팔백이는 그 돈을 고스란히 산속의 기와집에 가지고 간다.



팔백이를 반갑게 맞이한 아가씨가 구첩반상의 저녘을 차려 올리고 그릇을 다 비운 그에게 물었다.


"그 팔백냥 다 쓰고 돌아왔니?"


"아니, 한 20냥은 남아서 도로 가지고 왔소만."


"내일은 그 20냥 까지 합해서 800냥이 필요하니, 아님 새로 800냥이 필요하니?"


"이 20냥 까지 해서 800냥을 주시오."



돈을 받아든 팔백이는 그 다음날 다른 마을로 가서 똑같이 빈민들에게 돈을 나눠줬다.


그런식으로 항상 800냥을 아가씨에게서 받아든 팔백이는 점점 더 먼 마을로 가 며칠이고


있다 돌아오기를 수 차례, 어느덧 가을이 다가왔다.



어느날 저녘, 한참만에 돌아와 쉬는 팔백이에게 아가씨가 돈을 주는 대신 부탁을 해왔다.


"인제 우리 고향에서 벼를 거둬들이거든.

원래는 다른 사람을 수보했는데[(사람이 부족하거나 허름한 데를)더하거나 보충하여 고치다.]

이번엔 팔백이가 가서 좀 도와주면 좋겠다."


말을 마친 아가씨는 곡식 종자 한꾸러미를 비롯해 손수 이것저것 바리바리 짐을 싸줬다.


"가면 한달은 걸릴텐데 일 잘해라. 

거기 살긴 좋은데니까 맘에 들면 거기서 살아도 되고."


불만없이 고개를 주억거린 팔백이는 다음날 아가씨의 고향 마을에서 마중온 짐꾼과 길을 떠났다.



아가씨의 고향마을에 도착한 팔백이는 험하게 부려질 각오를 하고 왔는데 와서 보니 외지인인 


자신한테 마을 사람들이 너무 잘해줘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일도 성심껏 도왔다.


그리고 한달이 거의 지나 일을 끝마친 팔백이는 여기 눌러 살라는 마을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서둘러


아가씨의 집으로 향한다.



며칠을 열심히 걸어 이제 한 고개만 넘으면 아가씨의 기와집에 도착하려는 팔백이 눈 앞에 저 고개 위의 커다란


소나무 밑에서 한 노인이 손짓을 하는게 보인다.


"여어~ 팔백이, 자네가 저기 저 산 속 기와집에 산다는 그 팔백이 맞는가?"


"예, 그렇습니다만."


"자네 소문은 좀 들었네.

그래, 그 큰집의 아가씨가 돈을 주고 자네는 마을들을 돌며 사람들을 도왔다고?"


"소문이 크게 낫군요, 전 별로 한 게 없습니다."


"겸양 떨거 없네, 나이를 먹으면 눈과 귀가 다른쪽으로 밝아지게 마련이니....

헌데, 자네는 깊은 산중에 그런 고대광실(高臺廣室) 기왓집이 있는 것도 그렇고,

젊은 처자가 무슨 신선마냥 거닐고 돈도 샘물 솟아나듯 하는게 안 이상하던가?"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자네가 내 말을 믿든, 안 믿든 자유네만....

그래도 좀 들었으면 좋겠구만......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니..."


처음엔 웬 귀찮은 노인네인가 생각한 팔백이는 사람 목숨이란 말에 저절로 눈이 크게 떠졌다.


"사람 목숨이요? 무슨일인데 그러십니까, 어서 말씀을 하시지요."


노인은 팔백이의 재촉에 수염을 쓰다듬으며 잠시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나무 밑둥에 기댄 봇짐에서 


종이에 쌓인 뭔가 약재처럼 보이는 상자 하나와 옥과 은으로 만들어진 고급 곰방대를 꺼낸다.


"이 포장지 안의 것은 온갖 약재의 김을 쐬어 특별히 제조된 담배라네.

이 담배의 연기는 어떤 귀신과 요물이라도 맥을 못추고 병 난 닭처럼 주저앉게 만들지.

그 요물이 천년묵은 지네건, 여우건 간에 말이야.

그렇게 힘이 빠진 요물에게 사람이 침을 세 번 뱉으면 그자리에서 숨이 끊어진다고.

의외로 그것들이 사람 침에 약하거든, 세 번 뱉은 침 말이지,

자! 예까지 말을 했으면 곰 같이 둔한 자라도 알아들을 것인데."


노인의 말을 들은 팔백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아, 아니 그....그럼 그 아가씨가 여우라도 된다는 거요?

여우가 그렇게 돈을 줘서 사람들을 돕게 하고 그런다고? 

이 노친네가 노망이 들려면 곱게 들 것이지!"


눈을 흡뜨고 금방 멱살이라도 잡을듯한 팔백이에게 노인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믿기 싫으면 안 믿음 될 거 아닌가?

담배와 곰방대는 내 여기 두고 가겠네."


물건들을 소나무 밑둥에 놔둔체 노인은 삿갓과 봇짐을 챙기고 팔백이가 왔던 방향을 향해 


척척 걸어나갔다.


계속 씨근덕 거리는 팔백이를 뒤로 하고 노인은 돌아보지도 않은체 외쳤다.


"연기를 피울려면 사방을 꽉 막고 해야 효력이 좋을 것이야."



재수가 없어진 팔백이는 노인이 두고 간 물건을 본체만체 지나쳤다.


아니, 지나치려 했다.


사실 팔백이도 속으론 이상하단 생각을 하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에 소나무 밑을 몇번 왔다리 갔다리 하던 팔백이는 결국 담배와 곰방대를 챙겨 봇짐안에 


쑤셔 넣었다.


"뭐, 곰방대가 아주 고급이니 이것도 누군가에게 주면 도움이 되겠지....

.....담배도....."



그렇게 기와집에 도착하니 역시 아가씨가 달덩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팔백이를 맞아들였다.


그리고 고향 사람들이 잘해 주더냐, 다친덴 없느냐 등을 계속 물었고 팔백이는 눈을 못 마주친체


건성으로 대답했다.


"아, 미안하다.

피곤하고 배고플텐데 내가 너무 괴롭혔지?.

손, 발 닦고 세수하고 있으라, 얼른 상 내올테니."



팔백이는 자신이 어떻게 씻었는지도 모른체 얼이 빠져서 방으로 돌아와 짐을 풀어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지, 요물이 아니고 사람이면 담배 좀 핀다고 뭔 일이 있겠어.

....하지만 만약 천년묵은 여우라면......."


얼마안가 기척이 들리고 방 안으로 이제껏 먹어온 음식들 저리 가라할 산해진미들이 상에 차려져


들어왔다.


게다가 항상 종을 시키던 아가씨가 직접 오기까지 했다.


뒤따라 온 종들이 작은 상에 올려진 찬들을 큰상으로 올리려 하자 물리치고 자신이 직접 차리기 까지 했다.



팔백이는 종들이 문을 닫고 나간 뒤 열심히 상 위에 찬들을 놓는 아가씨를 보며 미리 담뱃잎을 채운 곰방대에


부싯돌을 당겼다. 


아가씨는 그 순간 멈칫 하더니 다시 국을 따르고, 수저를 꺼내며 바리바리 움직였다.



한숨 돌릴 짧은새에 구름처럼 무럭무럭 솓아난 연기는 온 방안을 자욱하게 채웠고 찬을 다 차린 아가씨는


몸을 못 가누고 병든 닭 처럼 고개를 떨군채 꾸벅대기 시작했다.


"정말 연기 때문에 저리 맥을 못추는건가?

진짜 여우 맞긴 맞는가 보네?"



팔백이는 그동안 애써 밀어냈던 의심과 불안이 삽시간에 크게 일어 담배 연기를 더욱 열심히 뿜어댔다.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지 몇분이 지나지 않아 아가씨는 아주 고개가 바닥에 떨어져 가쁜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그 노인이 말한데로 침을 세번 얼굴에 뱉으면 이 요물은 죽게 된다.



마음을 굳게 먹고 다가간 팔백이는 손을 뻗어 아가씨의 고개를 위로 향하게 했고 기진한 아가씨의 얼굴을


잠시 바라봤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창문과 방문을 열어 제끼고 담배 연기를 꺼버리곤 입안에 고인 담뱃진 침을


창밖으로 "카악- 퉤!"하고 세차게 뱉어버린다.


담배가 오죽 독한지 한번 뱉자 가래가 계속 올라와 연거푸 두번을 더 뱉어냈다.



일단 문이 열리자 늦은 저녘의 찬바람이 방안으로 들어와 연기들을 걷어갔다.


연기가 걷히자 아가씨가 정신을 차리고 저만치 등을 돌린체 주저앉아 고개를 떨군 팔백이를 바라봤다.


"팔백아, 팔백아, 왜 날 끝장을 안봤느뇨?"


"생각해보니 난 옛날 목을 메달아 죽은 거고 여기 있는건 귀신이나 마찬가지 아니냐.

이미 내 목숨이 네것인데.

네가 여우라 해도 은인 얼굴에 침을 뱉는 짓을 하면 정말로 난 아버지 뵐 면목이 없어지는 거다."


아가씨는 그런 팔백이를 빤히 쳐다보다 방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팔백이는 앉은체로 있다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날이 밝자 팔백이는 어느새 누워 있었는지 벌떡 일어나 방 주변과 자기 몸을 둘러봤다.


다행히 가슴에 구멍이 뚫려있지도, 집이 폐가가 되어 있지도 않았다.


다만 어제 내왔던 밥상만 치워져 있었다.



그리고 이제 어쩌나 고민하는 팔백이에게 문 밖에서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팔백아, 이제 일어났니?

나 들어가도 되는거지?"


"그래, 일어났으니 들어와라."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수그린 팔백이에게 아가씨가 말한다.


"오늘도 돈을 줄게, 팔백아.

대신 오늘 만큼은 다른 사람들에게 쓰지 말고 내 물건을 사와줬음 한다."


"무슨 물건?"


"옷 한벌 넣을 적당한 옷함이면 돼.

그리고 내가 한가지 부탁이 더 있는데...이건 그냥 듣기만 하고 무시해도 되는 거야."



아가씨의 얘기를 들은 팔백이는 장에 나가 가장 좋아보이는 옷함을 고르고 골라 웃돈을 얹어주고 


구입한다.


그리고 아가씨의 또다른 부탁을 들어주려고 기와집 뒤쪽으로 난 길을 향해 올라갔다.



아가씨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그 뒷길 한가운데에 기이한 것이 누워있었다.


그건 웬만한 능구렁이 보다 몇배는 큼직한 시커먼 지네였다.


그 지네가 바로 팔백이에게 담배를 건낸 노인으로 정체는 천년묵은 지네였건 것이다.


여우와 지네는 이 산을 두고 주인 자리를 다투는 경쟁관계였었다.


여우 아가씨가 처음 팔백이를 도왔던 것은 산신령이 되기 위해선 공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년지네는 하필 어젯저녘 동태를 살피러 집 뒤에 와 있다가 팔백이가 창밖으로 세번 뱉은 침,


그것도 담뱃진이 독하게 고인 침을 맞아버려 힘을 잃고 여기서 버르적데고 있는 것이다.



"노인장, 이는 노인장의 업보이니 날 원망치 마오."


팔백이는 품에서 아가씨가 건내준 옥반지를 꺼내 지네의 등 위로 던졌다.


지네는 반지가 등에 닿자마자 바르르 떨더니 그대로 뒤집어져 배를 드러내고 작게 쪼그라들었다.


숨이 완전히 끊어진 것이다.


팔백이는 보통의 지네가 된 노인의 몸을 양지바른 곳에 묻고 돌을 쌓아 극락왕생을 빌어주었다.



집안에 들어온 팔백이는 옷함을 건내주고 아가씨에게 물었다.


"당연히 옷을 담을려고 사오라 했겠지만 대체 무슨 옷이길레 따로 옷함을 사오라 한거냐?"


"보면 안다."



아가씨는 팔백이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이불 밑에 숨겨놨던 모피를 꺼내 보였다.


"내가 천년된 여우인건 알지?

이게 내가 벗어논 여우털이야.

이제 난 이걸 옷함에 넣어 아주 깊숙히 봉인해 다신 여우가 되지 않을련다.

산신령 같은건 이제 미련 없고 아주 사람이 되어서 너랑 백년해로 할거다.

너도 나랑 같이 살거지?"


그렇게 팔백이는 사람이 된 여우 아가씨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마지막 대사 요오망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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