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창작자가 한국적인 판타지를 만들려고 마음 먹었을 때
"그래서 전통적인 한국다움이 뭔데" 라는 질문에 답해줄 소재가 국내에는 너무 부족한 거 같음
있기는 있는데 거의 사극이나 영화에서 소모된 소재들임
이것 말고 다른 참신한 게 없을지 찾아보면 참고할 곳이 한정됨
기억나는 건 기독교 장르 섞인 구마 의식 엑소시즘 정도?
일제로 전통 기록이 죽거나 애초부터 괴력난신을 배척하던 유교 문화적 역사로 창작에 활용할 바탕이 없는 건 아직 극복의 여지가 있지만
경복궁 한복 기준 논란이나 루리웹 흑요석 사건처럼
예쁘게 리파인한 퓨전 한복도 이게 어디가 전통적인 거냐면서 호불호가 갈려서 문제임
(특히 판타지라면) 전통을 고증한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고
중세 유럽 배경 창작물도 똥 투성이 도시에서 철굽 신발 신게 하진 않는데
한국 문화는 기사, 사무라이처럼 고증 반영을 포기한 멋을 표현하기 힘듬
국내는 전통에 대한 접근이 보수적이라는 소리
전체적으로 국내에선 조선시대, 그중에서도 일부 시기만 전통적인 장르로 쳐준다는 기분이 듬
개인적으로도 조선다운 느낌이라고 하면 뭔지 알겠지만
고려, 신라, 고구려, 백제다운 느낌이라고 하면 감이 안 옴
경복궁에서 한복의 기준이 깐깐한 건 한푸 때문도 있고 가이드라인도 제시했으니 창작물의 경우에 반영하긴 어려울 수 있어도
창작자와 고객이 공유하는 전통이라는 기준과 배경 지식이 애매모호하고 경색된 탓에
순수 전통의 한국적인 장르는 여전히 난이도가 높음
개인적으로는 어떤 게 한국적인지 설명해줄 기준이 없기 때문 같음
문화는 확고부동한 기준이 없어서 변화하기 쉬운데 한민족의 자주성을 해치려는 시도는 많다 보니(민족말살정책, 동북공정)
변화에 인색하고 보수적으로 "ㅇㅇ이 아니면 국적불명의 가짜"로 분류하는 기조임
이래저래 전통적 기준의 부재와 경계심이 재해석의 자유를 주장하기 어렵게 함
이래서 아예 퓨전 사극처럼 소재만 개량하는 편이 쉬움
킹덤에서 좀비가 나왔어도 이게 어디가 전통적이냐는 비판은 없었음
조선인 좀비 <- 이건 100% 창작인 걸 아니까 고증에만 왜색, 중색이 안 묻으면 OK인 거임
그런데 또 이런 재해석이 가해질수록 한국다움에서는 벗어나 버림...
뱀파이어 헌터 링컨이 OTT 1짱 먹는 날이 와도 미국의 전통 문화가 뱀파이어 헌터가 되는 건 아니듯이
그래도 자국 문화를 글로벌에서 통하는 장르로 승화시킨 나라부터가 적어서 배부른 불평일지도 모름
자국민이 소비하는 자기 문화 컨텐츠조차 없는 나라도 많은 마당에...
서브컬쳐에서나 약한 거지 한국 사극은 국내를 넘어서 글로벌 OTT에서도 먹히고
메인 소재가 아니어서 글치 한국적인 요소를 넣은 게임은 블소, 던파 이래로 종종 보이는 게 대단함
개인적으로는 퓨전 장르도 좋아하니까 자주 봤으면 좋겠음
3줄 요약
1. 한국은 전통에 대한 접근이 보수적이라 한국식 판타지를 만들기 어렵다
2. 근데 진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바꾸자고 하기도 힘듬
3. 글로벌 OTT에서 퓨전 사극 어떻게 성공시켜씀??? 천재임???
내 미흡한 단상이다 보니 유게이들 의견이 있으면 들어보고 싶음
댓글(18)
흠 미안하지만 작성자 논리는 이미 바람의나라로 다 반박된것들임
걍 바람의나라 2도 못만들고있는거지
사극으로는...PPL을 못넣잖음...그러니 PPL 안써도 되는 OTT에서만 사극이 쫌 되는거고..
그게 아니라면 지상파에서는 전생이니 타임리프니 온갖걸 써가면서 몸 비틀면서 현대 배경 집어넣어서 PPL 넣는거고...
그것도 아니라면 미스터 션샤인처럼 불란서 제빵소같이 말도 안되는 브랜드 PPL이라도 하는거고...
걍 작가들이 너무 쉽게 접근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진지하게 한국식 판타지 세계관을 만든 작가라고 해봐야 이영도밖에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