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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멍.. | 06:24 | 추천 71

19) 29살 대장암 일게이 소원 이뤘다 이기야~ +16

원문링크 https://www.ilbe.com/11565682492

암 완치 기념으로 

 

일베에 볼품없지만 내 인생 얘기를 담은

글을 하나 썼었다

 

초라하고 비루한 삶이었지만

덕분에 많은 일게이들의 응원을 받았다 

 

정말 고마웠고 맘이 아주 따뜻했다 

(베충이들아 고맙다)

 

어떤 내용인지 못 봤거나 궁금한 게이들이 있다면 

내 전 글을 한 번 봐도 무방 안 봐도 무방이니 

 

관심이 있다면 보고 없다면 지나쳐주길 바랄게 

(같은 내용을 본 글에 또 쓰는 건 지루하니 생략)

 

 


 

지난 글에 내가 만약 병으로

죽음을 앞둔 순간이 또 온다면 

 

그때까지 내가 좋아하는 피자 브랜드의 피자를

종류별로 다 먹어보는 것과

 

좋은 전기면도기를 써보는 게 꿈이자 목표란 말을

했었는데 이 문장이 다수의 착한 일게이들의

마음을 흔든 것 같다

 

나는 항상 가난했다

 

어렸을 땐 가정을 돌보지 않는 개차반

한 부모 가정에서 겨우 버티며 자랐고 

 

급식의 때를 벗은 어른이 되고선

잘 살고 싶은 마음에 집을 뛰쳐나왔지만

얼마 후 암에 걸렸다 

 

집을 나온 후 잘 살고 싶은 마음에

 

내 성향과 맞지 않는 사회생활도 

억지로 버티며 돈도 조금 모았지만

 

암에 걸린 후 통장에 돈이 언제 있었냐는 듯

알코올이 증발하듯 너무 쉽게 없어져 버렸다

 

빵점짜리 인생도 노력하면 

일 이 점은 될 수 있을지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행여 몸 한 번 아프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게 

내 인생이었고 그동안 내가 노력한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게 현실이었다 

 

겨우겨우 힘겹게 쌓아올린 모든 것들이

몸 한 번 아프면 순식간에 무너지는

한낱 모래성이었다니 정말 허망했다

 

이렇다 보니 정말 대충 살았다 

 

병원에서 퇴원 후

돈이 필요해 시작한 노가다였지만 

 

내 삶을 지킬 수 있는 만큼만 일을 나갔고

 

궁핍한 삶을 좀 윤택하게 바꿀 생각도 

노력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노력해도 몸 한 번 아프면 

쉽게 무너져버릴 모래성

 

다 부질없다는 생각과 우울한 현실에 갖혀 살았다

 

암이든 휴유증이든 걸리면

그땐 미련없이 죽자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죽을 날짜를 받은 시한부는 아니었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 같은 기분을 

5년동안 느끼며 살았다

 

죽음에 대해 생각을 정말 많이 했었고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과 답변을 했었던 것 같다

 

야!

너 죽기 전에 뭐 하고 싶어?

 

나?

해외 여행 한 번이라도 가보고 싶어

 

너!

그럴 돈도 없고 대가리 빡통이라 영어도 못하잖아

 

뭐 이런 온갖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답을 해봤지만 내 현실에 이룰 수 없는 것들이대 부분이었다 

 

그러다 떠오른 게 면도기와 피자였다

 

항상 다이소 싸구려 면도기만 썼었고 

면도를 하는 게 너무 귀찮았다 

 

귀찮음에 미루고 미루다

수염이 보기 싫을 정도로 자라면 면도를 했었다 

 

그러다 어느날 티비에 어떤 남자 연예인이

전기면도기로 면도를 쉽고 빠르게 끝내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노무 부러웠다 

 

곧바로 나도 저거 갖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지만

 

하루살이 야가다 인생 일당보다 비싼 

전기면도기를 어떻게 사겠냐?

 

그래도 죽기 전에 내가 이룰 수 있는 

버킷리스트라는 생각에 생각의 장바구니에 

혼자 몰래 담아 두었다 

 

피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없어서 

 

비싼 피자는 못 먹고 피ㅈ스쿨만 가끔 먹다가

고가의 도ㅁ노 피자를 할인 때 처음 먹어 봤는데

 

내겐 심봉사도 곧장 눈이 뜨일만큼

충격적인 맛이었다

 

노무 맛있어서 

아 이거 죽기 전에 메뉴판에 있는 피자

 

종류별로 전부 다 한 번씩은 먹어보고 싶다란

생각에 이것 역시 혼자만의 생각 장바구니에 

넣어뒀었다 

 

그러고는 일베에 완치 기념으로 글을 썼을 때 

혼자만의 생각 장바구니에 넣어둔 버킷리스트

 

전기면도기와 피자 얘기를 간결하고 짧게

글에 적어 넣어뒀었는데 

 

다수의 일게이들이 그 포인트가 안쓰러웠는지 

써보라며 기회를 주었다

 


 

노무노무 뜻밖이고 감동이었다

 

그런데 막상 기회가 주어지니

좋은 면도기는 내게 사치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앞으로의 병원비나 월세공 과금 같은 것에

쓰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었다

 

나는 항상 그랬다 

 

지금 잔잔하게 누릴 수 있는

소소한 행복도 나중으로 미뤘다 

 

오늘 먹고 싶은 과자가 이천원이면

비싸다는 생각에 천원짜리 과자를 먹거나 먹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누릴 수 있는 일을 

나중으로 미루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나중이라고 해서 지금보다 나아질거란 보장도 없고

내가 언제 무슨 사고로 어떻게 죽을 지도 모르고 

그때도 할 수 있을거란 확신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지금 누릴 수 있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거나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일게이들 덕분에 소문난 브랜드의 

전기면기도 써보고 정말 기분 딱 좋다 이기야 

 

닉 언급은 벤이라고 배웠기에 직접적인

언급은 못하지만 정말 정말 고맙다 이기야

 

면도기 하나로 삶의 질이 확 올라갔다

 

얼굴이 못생겼으면 깔끔하게라도 다녀야지 

 

일회용 면도기 같은 내 인생도

명성과 가치가 있는 브랜드 면도기 같은

삶으로 신분상승 했으면 좋겠다

 

내 인생에 은인이나 산타는 한 번도 없었는데

일게이들이 내 은인이고 산타네 정말 고맙다

 

새해 복 많이 받고 

요즘 독감 유행인데 감기 조심해라 

 

유리몸인 나는 이미 걸렸지만 

(존나 오래감 아직도 감기 안 떨이짐)

 

여튼 따뜻하게 입고 다니고

 

찢 깜빵 가는 그날까지 만수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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