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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멍.. | 06:48 | 추천 43

혐오주의) 28살 대장암 일게이의 인생 이야기 +17

원문링크 https://www.ilbe.com/11563572678


 

암 완치 기념으로 오랜만에 글 써본다!

 

유리몸이라 감기 심하게 걸려서 

며칠째 야가다도 못 나가고 이불 위에만

누워서 자다깨다 반복중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저런 생각도 많아지고

지난 일들도 막 떠오르네 

 

우선 난 한 부모 가정의 엄마 밑에서 홀로 자랐다

 

엄마는 내가 어릴 적부터 남자에 미쳐 밖으로만

나돌았고 가끔 집에 올때면

나 때문에 본인 인생 망했다며

폭언,폭행만 일삼는 그런 사람이었다 

 

모정이라고는 어디에도 없는 세상 무정한 사람 

뭐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비참하게도 어린 내가

기댈 곳은 여기 밖에 없기에 억지로 버티고 버텼다

 

그렇게 버티다 성인이 되고 군대에 가고 

전역하자마자 집을 뛰쳐나와 엄마와 연을 끊고

취직해 돈을 벌었다 

 

고졸,빡대가리 사회성도 없는 

내가 돈을 번다는 건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나름 잘 살고자 하는

목표와 마음이 있었기에 버텼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이십대 초중반의 나이에 

자꾸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고 변기 안에 

피가 보이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그렇게 큰일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단순히 치질이겠거니 싶어 병원에 갔지만

의사가 대장암이라더라 

 

병원에서 암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다지 별로 충격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집에 오니 정신적으로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원망만 들더라 

 

그래도 어쩌겠노?

 

살려면 입원해서 수술하고 치료 받아야지 

 

입원 치료는 내 몸과 정신을 온전히 망가트릴 만큼

괴롭고 힘들었다 

 

근데 이것보다도 더 힘든 건 내 현실이었다

현실의 문제중 가장 큰 건 돈 

바로 돈이었다

 

모아둔 돈은 있었지만 돈이 부족했다

돈 걱정에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돈 빌릴 친구도 없고 있다고 한들 

이십대 초중반의 나이에 누가 돈이 있겠냐?

 

그렇다고 나를 케어해줄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드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몸 상태는 점점 좋아지더라

 

돈은 없는데 퇴원일은 다가오고

어쩔 수 없이 엄마를 제외한 친인척한테 

전화 돌려서 겨우 겨우 돈 빌림

 

엄마 ㅅㅂ련은 내 소식 분명 들었을텐데

괜찮냐는 연락 한 번 없더라

 


 

병원에서 퇴원 후

월세랑 공과금 내고 나니

수중에 밥 한 끼 먹을 돈도 없어서

 

성치 않은 몸 이끌고 노가다 나감

(내 인생 노가다의 첫 시작이었음)

 

노가다로 많지는 않지만

돈을 조금 모으고 나니

다시 잘 살아보자는 생각이 조금씩 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몸이 또 아프더라

 

어느날 자고 일어났는데  

생전 처음 겪어보는 복통이 좆 됨

 

눈앞에 노짱이 보일만큼 

정말 노무노무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 오바이트가 

계속 나왔다

 

진짜 미칠 듯이 존나게 아픈데

병원에 바로 갈 수 없었다

 

병원비 생각에 일단 참아보자 싶어서 

한나절 넘게 참다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여서

부랴부랴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장유착이라더라

(흔히들 말하는 장꼬임)

 

복부 개복 수술 받은 암환자나 

뭐 맹장 같은 수술 받은 사람들한테 나타나는

후유증 같은 거라던데 존나게 아프다 진짜

(암보다 더 아픔)

 

아무튼 반나절 지켜보다가 수술 받음

 

몸도 아픈데 또 돈나갈 생각에 겨우 다시 잡은

멘탈이 와르르 무너짐 

(입원 기간 내내 안 좋은 생각만 계속함)

 

병원에서 두 달 가량 입원 치료를 받으며

삶의 의욕은 제로가 된 채 퇴원함 

 





 

퇴원 후 모아둔 돈 또 병원비로 다 털리고

수중에 돈 없어서 다시 노가다 나가기 시작함

 

빌린 돈 갚아야해서 원래 살던 집

보증금 빼고 보증금 낮춰 반지하로 이사함

 

원래 살던 집도 좋지는 않았는데

반지하는 진짜 최악이더라 

 

사계절 내내 습한 건 기본이고 곰팡이는 인테리어,

집에 초대 하지 않은 각종 벌레 출몰,

바닥에서 올라는 습기로 이불도 엄청 젖고

습하니 귀에 외이도염 달고 살고

말하자면 뭐 진짜 많은데

건강 씹창 나는 게 온몸으로 느껴짐

 

그래도 집이 물에 잠길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그런 일이 실제로 나에게 일어남

 

2022년 여름 비가 노무 많이 내려서 

야가다 거르고 집에서 딸치고 자고 있다가 

이불이 축축하길래 깼더니 이불에 물이 가득함 

 

처음엔 바닥의 습기 때문인가? 싶었는데

방에 불을 켜고 보니 이불이 물에 잠겼더라 

(ㅅㅂ 처음엔 꿈인가 싶었다)

 

근데 꿈이 아니고 현실이더라

 

그때 느낀 절망감은 진짜 말로 표현 못 함

 

근데 맘 한 켠으론 “일베각” 생각에 조금

싱글벙글함 나도 미친놈이지 

 

집에서 혼자 물 퍼내는데 

이때 완전 삶의 의욕을 상실함

 

집은 물에 잠기고 잘 곳도 없어서

며칠을 찜질방에서 잤다가 

 

역시 재수 더럽게 없는 내 인생 답게

코로나까지 걸림 

 

돈도 없고 삶의 의욕도 완전히 잃어서

아직까지 이 집에 4년째 살고 있다

 


 

암은 5년간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로 본다더라

근데 암에 백프로 완치는 없대

 

완치 판정을 받아도 재발 가능성이 있는 게

암이라서 진짜 무서운 병인 거래

 

아무튼 나는 5년간 암이 재발하지는 않았다 

 

암이 아닌 장유착으로 수술도 하고 퇴원 후

몇 번 더 이 병으로 병원에 입원을 했었지만;

 

병과 여러가지 불운들로

지난 5년간 삶에 의욕을 완전히 잃고

우여골절도 많았다

 

다시 병이 도지면 돈도 없고

도와줄 사람도 없기에

그땐 진짜 죽자는 마인드로 대충 살았다 

 

지금도 뭐 이 생각에 변함은 없다

 

보다시피 몸은 많이 좋아졌지만 

암도 장유착도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병이기에 

항상 긴장하면서 살아야지 

 

5년 동안 많은 일게이들에게 위로를 받았다

정말 고맙다

 

앞으로 거창한 목표는 없다 

만약 또 병으로 죽음을 앞둔 순간이 온다면 

 

그때까지 내가 좋아하는 피자 브랜드 종류 별로

다 한 번쯤은 먹어보는 거랑 전기면도기 좋은 거

써보는 게 꿈이다 

 

 

5년간 나의 불운한 행보를 지켜봐 주고 

위로해준 일게이들 정말 고맙다

 

다가오는 2025년에도

새해 복 많이 받고 항상 건강해라 이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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