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6시간 만에 국회의 계엄 해제 요청을 수용해 해제한 행위를 두고 내란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해서는 국민감정과는 별개로 법적 요건을 엄밀히 따져야 한다. 대통령의 구체적 행위 등 엄정한 수사를 통한 증거 수집이 필요하다. 형법상 내란죄는 고의로 국가 권력을 배제하고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계엄 이후 담화를 통해 대통령은 고의로 모든 국가권력을 배제하고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오히려 국헌을 지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취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실패한 군사정변(쿠데타)이 대표적인 내란죄다. 다만 세계 헌정사를 살펴보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대통령의 과잉 ‘국가 긴급권’ 행사에 대해 내란죄로 처벌한 사례는 아직 없다.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엔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를 다퉈야 한다. 성립된다고 해도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으로 수사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대통령 정상적 국정 운영 불가 상황
지금의 정치 상황이 대통령의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거대 야당은 검사와 장관에 대해 16회 탄핵을 남발하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감사원장을 탄핵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무력화했다. 그에 더해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악용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 단독으로 대통령실·검찰·경찰 등 주요 행정기관의 불가피한 특활비 예산 등 4조1000억원의 예산을 삭감해 국정 수행을 어렵게 했다.
국책사업인 대왕고래 석유 시추 예산도 거의 삭감해 산유국의 꿈이 무산될 위기다. 대통령은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극복해 헌정 질서를 바로잡으려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계엄의 법적인 요건 충족과는 별개로 정치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본다.
법적으로 보면 현 상황을 비상계엄이 필요한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하는 주체는 대통령이다. 따라서 대통령을 내란죄와 직권남용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하려는 검찰·경찰·공수처의 수사권 쟁탈전은 자칫 과잉으로 볼 여지도 있다. 수사권 남용 논란도 있다. 현직 국가원수를 체포해 국정을 완전히 마비시킨다면 또 다른 위법 시비가 생길 수도 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여러 가지 범죄 혐의를 받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소환조사조차 못 한 수사기관들이 현직 대통령을 체포해 조사하겠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이 현 시국을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한 것이 국민의 눈높이와 다르다고 해서 내란죄로 단죄하려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맞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서 국정을 위임받은 대통령은 국민의 신임과 민주적인 정당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판단과 책임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고 임기가 끝나면 주권자에게 책임을 지는 통치원리다. 여론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정책을 수행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자칫 중우(衆愚) 정치로 몰아갈 위험이 있다.
https://m.news.nate.com/view/20241213n0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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