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비상계엄 해제에 눈물 흘린 백수들........txt +26

그들은 생애 가장 중요한 밤을 맞이했다

오랜만에 세상이 자신들에게 의미를 부여해준 밤이었다 비상계엄령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어느 가정집 방한칸의 침대 위, 쌓인 컵라면 용기를 옆으로 밀어내며 한 남자가 외쳤다.

그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어딘가 진지했다. 그의 눈빛엔 기묘한 활기가 돌았다.

평소엔 아무도 자신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존재를 의식조차 하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비상계엄령? 이건 다르다. 이건 그들을 위한 무대였다. 스스로 그렇게 믿었다.

“나라가 망한다.” “이제 다 끝났어.” “우리가 나서야 할 때야!”

각자의 좁은 방에서, 각자의 더러운 키보드를 두드리며 그들은 각성했다.

그동안 한 번도 자신의 중요성을 의심하지 않았던 손가락들이 이제야 사명을 다하는 듯 움직였다.

시간은 흐르고, 새벽 6시. 비상계엄령이 해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뭐야, 끝났어?"

그들 중 한 명이 화면을 새로고침하며 중얼거렸다.

그때, 방 안에 가득 찬 공기가 달라졌다. 텅 비었다. 마치 존재의 이유가 사라진 것 같았다.

“...역시 우리는 희망이 없어.”

그러나 그 말조차 희미하게 들렸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배달음식을 주문해야 할 시간이었고, 부모님 몰래 집 밖에 나가는 것도 생각해야 했다.

해방은 그들을 구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스스로에게 갇혀있었으니까.

그리고 오늘도 그들은 다시 누웠다.

잠깐의 빛 속에서 그들이 바라보던 '자신만의 드라마'는 끝났지만,

다시금 찾아올 아무도 보지 않는 무대 위에 서기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