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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V1067 | 24/11/21 14:02 | 추천 37

일진이었던 내가 전학생한테 얻어맞고 서로 운명이 바뀌어버렸던 건에 대하여.jotbob +18

원문링크 https://www.ilbe.com/11558309225




중3때 까지 나는 완전 우리반 엄석대음.

쉬는 시간에 엎드려 자다가 애들이 떠들고 시끄럽게 굴면 살짝 고개 들어서 "조용히 좀 해라" 하고 다시 자면

교실이 싸 해지면서 조용해지는 그런 분위기 상상하면됨

그렇게 1학기를 꺼드럭거리면서 잘 보내고 2학기가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진짜 키 180넘고 생긴게 정확히 강호동 중딩때랑 똑같이 생긴 멧돼지가 한마리 전학을 온거임


근데 생긴거에 비해 걍 어린애처럼 장난치는거 좋아하고 나름 나의 엄석대 룰에 잘 따르고 해서 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존재감이 자꾸만 거슬리는거임.

내가 잘때 끼요옷~ 거리고 이상한 소리 지르면서 시끄럽게 한다던가 몇몇 애들이 강호동 그놈 힘이 장사라고

호들갑떨면서 이야기한다던지

암튼 점점 존재 자체만으로 나의 존엄을 위협하는게 느껴짐


그래서 더이상 안되겠다, 언제 한번 날 잡고 한번 조져야 겠다 벼르고 있었는데

때마침 체육 시간에 얘가 던진 농구공이 나한테 날라온거임

별로 열받을 일도 아니지만 괜히 "이 씨발새끼가!!" 오바하면서 공을 걔 면상에 던지고 아구창을 날렸는데..


그다음부턴 기억이 안남

앞뒤 기억 없이 양호실에서 눈을 떴는데 우리반 반장이 "베충아 누워 있어... 움직이지 않는게 좋을거 같아'

이러면서 다시 눕히는거임

진짜 어리둥절하더라

난생 처음 기절해본거고 그 이후에도 그런 경험은 없었다.

'반장아...내가 왜 여기 있는거야?'ㅋㅋㅋㅋ진짜 이런 만화 같은 대사가 나오더라.

암튼 이 일 이후로 엄석대 자진 하야 하고 이후 고등학교 가서도 얌전히 안깝치고 잘 살았음


여기까지가 내가 자주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개과천선한 썰' 이라면서 꿀잼으로 풀던 썰이었는데 

얘를 고딩 졸업후 20여년만에 진짜 우연히 어떤 카페에서 만난거임. 

근데 시벌 얘가 해 준 얘기가 존나 충격적이었음


나 뚜드려 팬 사건 이후 얼마 안있어서 우린 중학교를 졸업하고 각각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했는데 

그 학교에서 '야 니가 김베충이 한방에 기절시켰다며?' 이러면서 선배 일진들이 얘를 스카웃 하고

또 몇몇이랑 "야 김베충 깐 강호동이 너냐?" 이런식으로 시비건 애들이랑 싸워서 이기고 하면서 점점 

유명해져가지고 급기야는 지역 건달들한테 스카웃 되고 인생이 완전 바뀌었다고함ㅋㅋㅋㅋㅋㅋ


학교 졸업하고는 아예 조폭 생활을 하다가 큰 싸움에서 칼을 맞고 죽을뻔한 경험을 한 뒤

정신이 번쩍 들면서 손을 씻었다고 하더라ㄷㄷ

그러면서 허벅지를 까서 칼자국을 보여주는데 정말 놀랬다.

진짜 얘가 그런 삶을 살았을지 상상도 못했거든. 어릴땐 그냥 덩치 크고 유쾌한 애였는데...

암튼 얘도 나 보더니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반가워 하면서 막 울라카더라.

나한테 할 말이 엄청 많았던지 어떤 감정이 휘몰아쳤던건지 얘기 하는 내내 악수도 여러번 하고

포옹도 한 다섯번은 한 거같음. 

야...와, 진짜 여기서 너를 보네...와아...이러면서 포옹하고. '나 결혼도 했어' 하면서

아기 사진 보여주고 또 잘 됐다고 포옹하고..ㅋㅋ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그 짧은 사건으로,

내가 집어던진 농구공과 거기에 맞받아친 그 친구의 주먹 한방으로 인해

두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채 변해버렸다는게 약간 소름 돋기도 하면서

기분 묘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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