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역사상 최초의 나라는 고조선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으로부터 2,600년전인 대략 기원전 600년 경 무렵, 요동에는 "정가와자" 라는 문화 양식이 출현한다.
이 정가와자 양식은 이후 200년 동안 이질성이 강했던 다른 요동의 문화를 누르고
기원전 400년전 쯤에는 요동 지역의 통합적인 양식이 되는데
고고학적으로는 바로 이 지배적인 양식이 바로 고조선 인 것이다.
즉 고고학적으로 고조선은 늦어도 BC 4세기에는 확실한 실체를 보이고 있다.
그보다 앞선 기원전 900년 무렵부터의 '십이대영자 문화' 가 정기와자 유형의 직계 조상이라며
기원전 9세기경 십이대영자 - 기원전 6세기 경 정기와자 유형 - 기원전 4세기 쯤 요동을 통일하는 국가의 형성
같은 식으로 보는 경우도 있으나
길게 가면 끝이 없으니 생략한다,
애초에 이 시기의 이런 단계의 나라들은 고려, 조선처럼 정확히 언제 날 잡아서 건국했다고 할 수가 없고,
작은 공동체가 점점 커져가며 나라의 형태가 되어가는 긴 시간과 과정이 걸리는 만큼
고조선의 '원류' 라고 분명하게 말 할 수 있는 집단이 정확히 언제부터 출현했는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성립 연대가 왔다갔다 하겠지만,
최소한 고조선이 어느정도 제대로 된 실체를 가진,
방귀 좀 끼는 집단으로서 역사에 모습을 보인게 BC 4세기 쯤이라는 것이다.
마침 중국 사서에서 최초로 고조선이 기록에 언급되는 것도 바로 이 시기 쯤이다.
춘추시대 명재상 "관중" 의 언행을 담은 "관자" 라는 책에서 고조선이 언급 되는데,
관중은 BC 7세기 인물이지만 이 책 자체는 BC 4세기 물건으로 여겨진다.
그러다가 고조선은 BC 3세기경 전국칠웅 중 하나인 연나라와의 전쟁에서
연나라 장수 진개秦開에게 대패하여 2천리가 넘는 영토를 상실하는데,
실제로 고고학적으로 이 무렵 요동에서 연나라의 양식이 곳곳에서 출현하고 있기에, 이는 사실로 보인다.
이떄문에 고조선은 한동안 요동 대부분을 상실하고 평안도에 황해도의 일부 지역 정도만을 장악하는 정도로 밀려나게 된다.
이후 진한교체기의 혼란을 기회로 삼아 유민을 흡수하며 어느정도 세력을 회복하기는 한다.
요동에서 연나라 영향이 점점 커지면서 역으로 한반도로 유입되는 점토대토기 문화
한편 고조선이 연나라 진개에게 크게 타격을 입었을 무렵,
지금의 금강-만경강 유역을 기점으로 '점토대토기' 라는 토기 문화 양식이 나타나게 된다.
헌데 이 점토대토기 문화는 바로 요동 정기와자 문화, 즉 고조선 양식에서도 보이는 양식이다.
시기를 고려해보면, (그게 모든 원인은 아니더라도) 고조선이 진개에게 타격을 입고 남쪽으로 좀 더 밀려나면서
그 와중에 여기까지 문화가 전파되는 영향을 받은듯 해 보이는것.
그리고 BC 3세기 무렵을 바탕으로 출현한 금강-만경강 유역의 점토대토기 문화는
이후 크게 발전하면서 지배적인 문화가 되며, 후세의 한반도 문화에도 계속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요동에서 시작된 점토대토기 문화가 BC 3세기 쯤을 기점으로 지금 남한 땅에도 영향을 주면서 퍼진건 알겠다.
그러면 그 전에는 남한 땅에는 뭐 아무것도 없었냐, 하는 것이다.
아마도 진개에게 패배한 여파로 추정되는 고조선 유민들의 남하로 인해 점토대토기 문화가 이땅에서 발전했는데,
그러면 그 사람들 오기전에는 여기 사람들 아무도 없는 빈 땅이었나?
뭐 다른거 해먹던 사람들은 없었냐고 생각해볼 수 있는것.
송국리 문화 취락의 대체적인 구조.
이 점토대토기 문화의 '이방인' 들이 북방에서 오기전,
우리가 실질적으로 살고 있는 바로 이 땅에는 '송국리 문화' 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고고학계는 기원전 15세기부터 기원전 4세기 무렵까지를 '청동기시대'로 본다.
이 청동기 시대에서도 가장 중요한것이 바로 송국리 문화의 등장이다.
송국리 문화의 탄생 시기는 BC 10세기 정도까지도 올라가서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점토대토기 문화가 대량 침투하기전 무려 700여년이나 이 땅에서 전성기를 누린 셈이다.
이 송국리 문화인들은 벼와 조를 재배하여 농경을 하면서 수백여년간 우리가 살고 이 땅에서 문화를 향유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생각하면 송국리가 문화가 점진적으로 이어지며 우리가 그들의 후신(後身)처럼 느껴진다.
근데 꼭 그게 그렇지만도 않다.
수백여년간 유지되던 송국리 문화는, 어느 시점을 계기로 갑자기 뚝 사라진다.
정확히 말하면, 점토대토기 문화가 한반도 땅에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는 BC 3세기 무렵에 송국리 문화는
역으로 한반도 땅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된다.
탄소측정을 바탕으로 한 현 남한 지역과 규수 북부의 인구 변동률, X축은 보정연대
선사시대부터 꾸준히 늘어나던 남한 지역 인구가 좀 답보하다가 점토대토기 문화가 시작될 무렵,
반대로 말하면 송국리 문화가 약해져서 파고들어갈 틈이 생길 무렵부터 확 줄어들고,
역으로 일본 규슈 지역 인구는 갑자기 확 늘어나기 시작
과거 우리가 살고 있던 이 땅에 있던 송국리인들의 문화는 어느시점부터 갑자기 쇠퇴하게 된다.
당시 전체 인구숫자가 크게 줄어들게 되는데, 이 말은 송국리 문화의 대형마을들이 해체 되었다는 뜻이다.
고고학적으로 집단의 성세를 잘 알려주는 무덤의 규모나 무덤 부장품의 수준도,
급격하게 몰락에 가까울 정도로 약해지기 시작한다.
송국리 문화와 점토대토기 문화가 같이 존재하던 초기에는,
점토대토기 문화권이 산 정상과 같은 높은곳에서나 존재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토대토기 문화는 낮은 구릉지 지대로 이주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즉 초기에는 송국리 문화권을 피해 눈치보면서 존재하고 있다가,
송국리 문화의 대형 마을들이 해체되는 틈을 타서 내려온 것이다.
역사에서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에게 헤게모니를 넘겨주는것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주 보여지는 일이다.
문제는 과정인데, 저 인구 변화 그래프에서도 보면 알 수 있지만,
송국리 문화에서 점토대토기 문화로 주도권이 바뀌는 과정은 그냥 자연스레 간판이 바뀌는 과정이라기보다는
한 집단이 갑자기 완전히 몰락해버리고 땅 비워주면서 다른 집단이 그곳을 차지하게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대격변인 셈.
우리가 살던 땅에서 무려 수백년간 존재하던 송국리 문화는
이 시점을 기점으로 놀랍게도 후대에 연속성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
반면에 북에서 내려온 점토대토기 문화는 후대의 문화에도 계속 연속성을 지녀 이어지게 되는데,
연속성에 방점을 찍고 역사를 보는 시각이라면,
결과적으로 그전에 거진 700년 가량이나 이 땅을 오래 향유하던 송국리 문화는 우리과 거진 상관이 없고,
이 점토대토기 문화가 주도권을 잡는 이 시기부터야 말로 남한 땅에서 한국인들 역사의 시작처럼 되는것이다.
이 왜 멀쩡하던 하나의 문화가, 마치 신기루처럼 갑자기 사라졌는지에 대해선 여러 논의가 있다.
기후 변화 때문에 그럴것 같다는 말도 있고,
외부인과 현지인의 투쟁으로 보는 관점도 있고,
사실 생각보다는 덜 급격하고 점진적이었다는 말도 있고 여하간 말이야 많은데
정확하게 말하면 그냥 모른다고 말하는게 옳다.
그냥 아무도 모른다.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할뿐.
실제로 그걸 이론의 여지도 없이 명쾌하게 결론이 날 가능성은 드물기 때문에
그냥 모른다로 정리하는편이 더 나을 것이다.
경상도 지역에 면이 처진건 해당 이미지가 "경상도 지역의 점토대토기 분포도" 를 다루는 이미지여서.
그냥 점 찍히면 다 점토대토기 권이라고 보면 됨.
요동의 문화권과 별개로 반천년 가까이 독자적인 문화를 이 땅에서 꽃피우던 송국리 문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별다른 이어짐을 남기지 못한채 그 물질문화 자체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고,
그 빈자리를 요동에서 내려온 점토대토기 문화가 차지며 이후의 문화에 연속적인 영향을 주면서
현대 한반도, 콕 찝어서 남한 지역 역사의 흐름은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이들의 영향보다는
오히려 그 뒤에 들어온 집단의 영향이 이어지는 격변을 맞이했던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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