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밑에 요약있으니 그것만 봐도 괜춘
결론
만보충 = 틀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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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만보, Why?가 직접 걸어보니…
스마트폰 건강 관련 앱으로 하루 몇 보를 걸었는지 체크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앱을 보면 한국뿐 아니라 세계인이 순위 경쟁까지 하며 걸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기준이 있다. 하루에 1만 보(步) 걷기다. 그런데 이 기준이 언제 생겨난 것인지, 건강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우리가 믿는 ‘하루 1만보 건강론’, 정말 효과가 있는지 기자가 생체 실험(?)을 해봤다.
"건강 비결은 하루 1만보 걷기다. 당(黨)에서 (만보를 걷는지) 직접 챙긴다."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맞춰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북한 김영남(90)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우리 정부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한다. 북한뿐 아니다. 하루 1만보 걷기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건강 상식이다. 매일 1만보씩 걸으면 체중이 감소하고 혈액순환과 심폐 기능이 좋아진다는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학계나 다수의 헬스트레이너들은 "하루 1만보 걷기는 운동 효과가 거의 없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건강 관련 권고 사항에도 '만보 걷기'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과연 이 '만보 걷기'는 진실일까 허상일까.
'하루 1만보'는 마케팅의 산물
지난달 31일 영국 BBC는 특집 기사와 자체 제작 다큐멘터리를 통해 '하루 1만보 걷기'가 건강 상식으로 통용된 과정을 파헤쳤다. 그에 따르면 '1만보 건강론'의 시초는 일본 규슈보건대 요시히로 하타노 교수다. 요시히로 교수는 1960년대 초 일본 성인들의 비만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당시 일본 성인들이 하루 평균 3500~5000보가량 걷는데 이를 1만보까지 늘리면 평소보다 20~30%가량 칼로리를 더 소모할 수 있어 비만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요시히로 교수의 주장이 전 세계에 퍼진 건 1964년 열린 도쿄올림픽 덕분이었다. 당시 일본 '야마사(Yamasa)'란 제조 업체에서 걸음 수를 측정해주는 제품을 기획했다. 야마사는 이 제품에 '만보계'라는 이름을 붙인 뒤 요시히로 교수를 내세워 '하루 1만보 걷기'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만보계는 올림픽과 스포츠 붐을 타고 출시 첫해에만 100만대 넘게 팔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BBC는 "이 '하루 만보 걷기'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마케팅의 승리"라며 "그 당시라면 몰라도 건강 지식과 운동법이 훨씬 진보한 지금도 정말 이 방법이 최선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상 생활에서 하루 만보 걷기 어려워
BBC의 의문을 풀기 위해 기자가 직접 생체 실험에 나섰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에 자문해 20일간 매일 교대로 1만보 걷기와 근력 운동 20분을 진행한 뒤 그 효과를 비교했다. 근력 운동은 미국심장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가 추천하는 '인터벌(interval) 운동'으로 했다. 팔 벌려 뛰기, 벽에 등 대고 앉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스쿼트, 플랭크, 제자리 뛰기, 런지 등 총 13가지 동작의 맨손 운동을 차례대로 30초씩 번갈아 하면서 동작 사이사이 10초씩 쉬는 방식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만보 걷기는 효율이 너무 낮은 운동이었다.
만보를 걷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1시간 52분. 열량 소비는 400~430kcal 정도였다. 정확한 운동 효과 측정을 위해 실험 기간에 하루는 시속 3.2㎞(성인 평균 보행 속도)로 러닝머신에서 1만보를 걸어봤다. 운동 강도를 측정하는 데 쓰는 심박 수는 1만보를 걸어도 분당 87회로 보통 때(분당 75회)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
스포츠의학 전문가인 삼성서울병원 박원하 교수는 "운동 능력이 저하된 노년층이면 몰라도 평균적인 20~50대 성인은 하루 1만보 걸어봤자 열량 소비 외의 운동 효과는 제로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1만보 운동의 가장 큰 단점은 일상에서 달성하기 상당히 어려운 목표라는 점이었다.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일부러 계단을 사용하는 등 노력을 해도 5000~6000보 걷는 게 고작이었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30~40분가량 따로 걷는 시간을 내야 1만보를 걸을 수 있었다.
반대로 근력 운동은 20분밖에 하지 않아도 운동 효과는 더 컸다. 운동 후 심박 수가 분당 143회로 두 배쯤 늘었다. WHO가 권장하는 중간 강도의 운동을 했을 때 나오는 수치였다. 열량 소비는 만보 걷기보다 다소 덜했다. 일상생활에서 보통 5000보가량 걷는 걸 감안하면 만보 걷기와 전체 열량 소비도 얼추 비슷했다.
기자가 지난 2년간 스마트폰에 기록한 운동 및 건강 상태도 이 결과를 뒷받침한다.
기자는 2016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 17일을 제외하고 매일 1만보 이상 걸었다.
그 결과 몸무게는 1㎏ 줄었지만 체지방, 근육량 등 주요 신체 지표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2017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은 25일을 제외하고 매일 10~20분가량 근력 운동을 한 것은 효과가 컸다.
체지방 4㎏이 빠졌고 근육량이 2㎏ 늘었다. 전체 몸무게도 5㎏ 빠졌다.
하루 10분씩 3회 운동이 만보 걷기보다 낫다
BBC 의학전문기자 마이클 모슬리와 영국 셰필드할람대 롭 코플랜드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도 이와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연구팀은 셰필드 지역 성인 1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하루 1만보를 걷게 하고, 다른 그룹은 하루 10분씩 세 번 숨이 찰 정도의 활동을 하도록 했다. 한 달간의 실험 결과 1만보 그룹 참가자의 3분의 1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목표를 달성한 나머지 3분의 2도 둘째 그룹보다 운동량이 30%가량 적다는 결과가 나왔다.
박 교수는 "신체 건강이 증진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보면 심폐 기능과 폐활량, 근육량 등이 증가한다는 것"이라며 "이 중 심폐 기능과 근육량은 일정 강도 이상의 운동으로 단련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런 단련을 하려면 평소보다 더 격렬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건강 연구들이 쌓이면서 이 가이드라인에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만보 걷기의 본격적인 시발점도 과학적 연구 결과라기보다는 일본 만보계 업체의 마케팅 캠페인이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일본의 야마사란 시계부품 제조업체가 1965년 세계 처음으로 웨어러블형 보수계(걸음 수를 재는 기기)를 내놓으면서 붙인 이름이 ‘만포 메타’(Manpo Meter), 즉 만보계(萬步計)였다. 하루 1만보라는 똑 떨어지는 숫자는 소비자들에게 쉽게 각인됐고, 당시 일기 시작한 1만보 걷기 운동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제품명 ‘만보계’는 걸음 수 측정기를 통칭하는 보통명사와도 같은 위상을 차지하게 됐다.
미국의학협회(AMA)가 발행하는 ‘내과학 저널’에 발표된 리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1만8천명의 미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걸음 수와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걸음 수가 늘어날수록 조기사망 위험이 낮아졌지만, 하루 7500보 언저리부터는 더이상 좋아지지 않았다.
특히 5천보까지는 걸음수 증가에 따라 건강 효과가 크게 높아졌다. 예컨대 하루에 4400보를 걷는 70대 여성은 2700보 이하를 걷는 여성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약 40% 감소했다. 그러나 그 이후엔 개선 효과가 약해지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매사추세츠대 연구진이 최근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새로운 연구 결과를 추가했다. 연구진은 11년 동안 다양한 인종의 미국 중년(38~50세) 남녀 2110명을 추적한 연구에서, 하루 7000보를 걷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50~ 7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분석에 사용한 데이터는 2005~2006년의 걸음 수 측정치와 이후 2018년까지의 사망률 및 건강 지표였다. 이 연구에서 더 흥미로운 점은 사망 위험이 걸음 강도와는 관련이 없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하루 1만보를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미국이나 유럽 연구들이 밝히는 그 지역 성인들의 하루 걸음 수는 대략 5천보 안팎이다.
하루 1만보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성취로 끝나는 경향이 있다. 벨기에의 한 지역 연구에 따르면 2005년 마을 주민들에게 만보계를 나눠 주고 1년 동안 하루 1만보 이상을 걷도록 권장한 결과, 참가자 660명 가운데 약 8%가 끝까지 1만보 걷기를 실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4년 후 다시 조사해보니 이들 가운데 그때까지 하루 1만보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대부분은 연구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생활운동 기준은 걸음 수가 아닌 시간이다. 중간 강도로 일주일에 150분(하루 30분) 운동하라고 권한다.
하버드대 리 교수에 따르면, 150분 운동을 걸음 수로 환산하면 1주일에 1만6천보다. 쇼핑이나 집안일 같은 일상 활동 중에 걷는 걸음을 5천보로 볼 경우 하루 2천~3천보를 추가로 걸으면 되는 수준이다. 2천보는 거리로 대략 1마일(1.6km)에 해당한다.
실험 결과, 하루 1만 보를 걸은 그룹은 참가자 중 60%만 목표를 달성했고, 달성한 사람들도 하루에 1만 보를 걷는 게 쉽지 않았다며 목표 달성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10분 빠르게 걷기를 한 사람들은 바쁜 일상생활 중에도 상대적으로 쉽게 목표를 달성했다. 그들은 걷기 소모임을 만들어 하루 중 편한 시간에 함께 걸었다.
1만 보를 거리와 시간으로 계산해보면 약 2시간, 8km 정도인데 반해, 하루 세 번의 액티브10 걷기는 거리로 약 2.4km, 걸음 수로는 3,000보를 걷는 것으로 측정됐다. 순수 운동량을 봤을 때는 1만 보 걷기가 앞섰다. 하지만 활동량은 정반대 결과를 보였다. 액티브10 그룹이 중?고강도 신체활동을 30% 정도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난 것. 심장 박동, 호흡 등에서 더 많은 변화를 보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10분씩 3회 빠르게 걷는 것이 1만 보를 걷는 것보다 강도 높은 신체활동을 더 많이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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