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부 고속도로 공사때,박정희 대통령하고 얘기 도중 깜빡 존 적이 있어요.
박 대통령이란 분이 얼마나 무섭고 위엄있는 분입니까.
근데, 그런 어른 앞에서 나 혼자 앉아 이야기를 듣다가 깜박 졸았어.
아마 내가 태어나 엿새 동안 양말을 못 갈아 신은 것이 그때가 처음일 거예요.
그럴 정도로 고속도로 현장에서 날밤을 새고 그랬어요.
그때 나 뿐 아니라 당시 경부 고속도로 멤버들은 전부 양말을 벗겨보면
발가락 사이가 붙었을 정도였어.
내가 작업화를 벗어놓고 자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하여간 그렇게 현장에서 살다가 박 대통령이 호출해서 만났는데,
박 대통령이 말씀을 하는 도중에 나도 모르게 너무 피곤해서 깜박 존 거지요.
근데 그게 2~3분? 길어야 4분이 안 될 거야. 근데 어찌나 맛있게 잤던지,
나중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잠을 깼지. 참, 박 대통령을 잊지 못하는 얘긴데,
그때 청와대 응접실 탁자가 조그만 했어. 그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말씀을 하시는데
바로 앞에서 내가 졸았으니 말이야...
졸고나서 내가 아주 당황했거든? 대통령께서도 말씀을 하시다 내가 졸고 있으니
기가 막혔을 거 아니야? 하던 얘기도 중단 하셨을 거고 말이지.
그러니 이건 뭐 어쩔 줄을 모르겠어.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못하는거야.
그런데 웬만한 사람 같으면 내가 졸고 있을 때 자리를 떴거나 언짢은 얼굴을 했을거야.
내가 놀래가지고 정신이 번쩍 들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그 자리에 그대로 계셨던
대통령께서 내 손을 꾹 잡으시더니 "정 사장, 내가 미안하구만." 이러시는 거예요.
참…. 정말 대단한 분이야.... 그때를 잊지 못하겠어....
이러니 안빨수가있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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