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아오면서 발자취를 남긴 모든곳을
다녀왔어요
추억여행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사실 살면서 즐거웠던 시절이 딱히 없었어서
추억이랄건 없고 그냥 과거여행...
동네에 도착하자마자
묘한 설레임에 괄약근이 오그라들고
엷은 미소가 띄워진다
그 동네에서 산책하는 시간만큼은
현재와 단절되면서
과거로 돌아온 기분
현실에 대한 걱정,고민,불안감 같은것들은 잠깐 멀리 보내놓는거야
그때 걸어다니던 길
그때 지나치던 건물들
그때 늘상 보던 풍경을
느끼면서 걷다보면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르고
이 장소에서 내가 무얼했었고
누구와 주로 있었고
이런 기억과 장면들이
홀로그램처럼 눈앞에 아른거리면서
너무 그리우면서도
그 어린시절의 내가 보던
시야와 느끼던 감정들이 지금의 나와
동화되는 기분이 들면서 서글픈 미소가 지어지고
추억이랄것도 없지만
그냥 너무 그리운 과거회상에 흠뻑 젖어
최면이라도 걸린냥 몽롱하게 한참을 걷는거지
어떤 감정이라고 정확히
표현을 못하겠어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 추억 아련함
이런 오묘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면서
그 시절을 생각하고
그 시절에 어울리던 사람들과
내가 살아가던 모습들을 떠올리고
그립고 아쉽고 후회스럽고 그런 마음에 잠겨서 몇시간을 그렇게 산책을 하는것 같에요
과거를 생각하는 만큼 현재에 대한 씁쓸함과 초라함도 더 크게 느껴지고
산책을 하다보면 옛날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나
학교, 학원 선생님들 이런 과거에 스쳐지나갔던 인연들을
오늘 다시 마주친다면 어떨까 하는 망상? 도 하면서 걷게 되요
다들 어떻게 살고 있을까,
누구는 공부 잘했었는데 지금 성공가도를 달리겠지
누구는 뭐가 꿈이랬는데 지금쯤 이뤘을까
누구는 어땠는데 지금은 어떻게 살까
그 선생님은 어땠는데 지금은 은퇴 하셨을까
이때 여러가지 쓸대없는 생각도 같이 하죠
내가 지금 떠올리는 사람들을
오늘이라도 우연히 다시 만난다면
정말 신기하고 반갑고
듣고싶은얘기 들려주고싶은얘기가 산더미일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현재의 볼품없는 내 모습으로 그 옛날 지인들을 만나게 된다면
난 마냥 반갑게 인사하면서 그들과 근황을 주고받고
당당하게 내 현재에 대해 말해줄수 있을까
지금은 아마 부끄러워서 숨거나 모르는 사람인척 하는게 맞을거 같은데
그냥 우연히라도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걷는게 맞을거같다
어릴땐 내가 이렇게 살게될줄 몰랐는데
어쩌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도
내 사정을 들으면 어쩌다 그렇게 되었냐고
안타까워 하고 실망하고
다른사람에게 내 소식을 전할일이 있으면
"아, 걔는 잘 안풀린것 같더라" 정도로 이야기하게 되겠지
뚱뚱해진데다 아직도 모솔에
직업도 변변찮고 소득은 최저임금 언저리
너무나도 분명하고 명백한 인생의 오점과 치부들이
비참한 현재의 신세가 하찮은 내 모습이
뚜렷하게 자각이 되면서 그 누구도 만나기가 두려워지는거야
이런 사람은 절대 누구를 다시 만나도 되는 상태가 아닌거야
과거로 돌아가고싶어 정말 진심으로 과거로 돌아가서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원히 그시절에 갇혀있고싶다
현재의 나는 모든게 다 싫고 살아가는것이 괴롭다
어쩌다 이런꼴이 된건지
나 만약 지금보다 좀 더 잘 살게 된다면
그리운 옛 지인들과 재회하는 망상을
좀 더 즐겁고 긍정적으로 할수 있게될까
이 초라한 현실을 탈피하고나면
오히려 제발 우연히라도 그리운 사람들 중 한명이라도
오늘 만날수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을까,
그래서 만약 만나게 된다면
서스럼없이 내 현재를 말해주고,
또 열등감 없이 그사람의 근황을 들어주고
정말 편하고 즐겁게 대화할수 있게 되겠지
그때는 정말 사람을 만날 자신이 생길거같아
이런 정말 쓸대없는 잡생각들을 하면서 또 한참을 걸어요
그리고
이제 가볼때도 다 가보고
어둑어둑해져서 집에 돌아가려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딱 타는 순간
시간이 과거에서 현재로 체인지 되면서
마치 현실에서 거의 다 벗어날뻔 했을때
도피에 성공하기 직전이었을때
뒷덜미를 잡혀서 순식간에 현실로 끌려온 기분
아까 잠시 멀리 보내놨던 걱정,고민,불안감들이 엄습하고
지금의 내 한심한 현실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하게 되고
과거에 대한 미련과 다시 암울한 일상으로 복귀할 생각에
조금 우울해지면서 하루를 마무리 해요
나중에라도 정말
남들한테 부끄러울것 없는
떳떳한 모습이 되면
지금 내 현실에 대한 아쉬움 열등감 자괴감 이런것들 없이
정말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기분좋게 다녀올수 있을거같다
떳떳한 인생이 돼서 과거의 장소를 다시 찾아간다면
과거를 즐겁게 회상하다가도 현재의 내 모습을 돌아보면 흐뭇해하고
누구를 다시 만나더라도 "그랬던 내가 지금은 이렇게 그럭저럭 잘 살게 되었어"
라고 당당하게 내 현재를 말해주며
시간 가는줄 모르게 서로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을수 있을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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