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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의 한 산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녀 김은경 양은 2021년 5월 10일 인천의 한 고시원에서 향년 35세의 나이에 스스로 고통 없는 곳을 찾아 우리 곁을 떠났다. 고인은 18살에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갔고, 부산, 광주, 울산을 거처 인천 미추홀구에 오기까지 주로 성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였으며, 수천이 넘는 남자들에게 정복감과 쾌락을 주고 댓가로 모욕과 비참함, 임질과 매독 그리고 약간의 돈을 얻었다. 고인의 꿈은 집을 나가며 해어진 어머니와 재회하여 시골 언덕에 붉은 벽돌로 집을 짓고, 어머니와 함께 늙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고인의 어머니는 고인이 집을 나간 직후 아버지와 이혼하였고, 지금껏 스스로 행방을 감추어 고인의 부고도 받아 보지 못하였다.
??2020년 4월 고인은 전지구적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해 노래방 도우미를 그만두었고 잠시나마 성노동에서 해방되어 신체의 자유를 얻었다. 고인은 2020년 8월에 체인점 써브웨이의 점원이 되었으며 직원만 아는 꿀조합으로 샌드위치를 조립해서 먹고, 한가할 때는 직장 동료와 수다를 떨며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고인의 카드빛의 월 부담금은 160만원 수준이었는데, 써브웨이의 월급만으로는 이를 갚기에도 부족하였으며, 써브웨이에서 점심과 저녁 두 끼를 모두 해결하였지만 주거비와 통신비, 교통비 등은 모아둔 돈에서 지속적으로 지출될 수 밖에 없었다.
??2021년 2월 고인은 써브웨이를 그만두었으며 빛을 해결하면 바로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하고 다시 퇴폐 영업을 하는 안마시술소에 나갔다. 그러나 2021년 3월 12일 금요일 밤에 술을 마신 손님이 고인의 클리토리스를 깨물어 클리토리스의 절반 정도를 훼손하였고 이 일로 충격을 받은 고인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게임을 하다가 굶어 죽기를 결심하였으며, 가지고 있던 돈을 털어 6개월의 고시원비를 선납하고 고시원에서 제공하는 라면을 먹으며 하루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고 게임과 인터넷 커뮤니티를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물론 카드빛은 연체되었지만 카드사는 연락 수단을 모두 끊은 고인에게 어떠한 방해도 되지 못했다.
??2021년 4월 고인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상화폐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으며, 작은 희망의 불씨를 본 고인은 유튜브를 통해 많은 매매기법들을 공부하였고, 남은 돈 250만원으로 바이낸스에서 가상화폐 마진거래를 시작하였다. 10여일 만에 원금을 380만원까지 불린 고인은 자신감을 되찾았고, 2021년 5월 5일 어린이날 10배의 레버리지로 도지코인 롱 포지션을 잡았다. 수익이 제법 발생하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고인은 오래전 즐겨 마시던 립톤 음료수를 사러 잠시 편의점을 다녀왔고, 그 사이에 도지코인이 폭락하여 40% 가까운 손실을 보았다. 이성을 잃은 고인은 충동적으로 몇번의 매매를 더 한 끝에 모든 돈을 순식간에 잃었다.
??전 재산을 잃은 고인은 하루종일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며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하였고, 친구라고 부를만한 이들을 그리워했다. 고인은 먼저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으며, 중학교 시절 3년 내내 같은 학급이었던 학교 친구 둘,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 수업을 같이 듣던 학원 친구, 키스방에서 성노동을 하던 때 유일하게 동등한 인격체로 대해 주었으며 여기서 나오게 도와주겠다 말하던 단골 손님, 써브웨이 알바를 하던 때 만난 직장 동료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들을 부족한 그림솜씨로 A4 용지에 옮겼다. 이들 중 연락처를 아는 이는 지금까지도 써브웨이 알바를 하고 있으며 이 글을 적고 있는 본인 이하영 뿐이었다. 고인은 이틀간 고민하다 근처 공중전화로 이하영에게 전화를 세 차례 걸었으며, 모르는 전화를 받지 않던 이하영은 세 번째에 와서야 전화를 받았다. 고인과 이하영은 5월 9일 밤 9시 이하영의 원룸에서 만났다. 고인은 즐거웠던 기억을 중심으로 고인의 삶을 말하였으며 괴로웠던 기억은 언급하지 않으면 다음 사건이 이해가 되지 않아 꼭 필요할 때만 말했다. 고인과 이하영은 고인이 가저온 그림 속 중학생 얼굴의 소녀들이 지금은 어떤 얼굴을 하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를 궁금해하며 한참을 웃었다. 둘의 대화에서는 반이 웃음이었다. 고인의 옷 속에 손을 넣어 유두를 꼬집기를 즐겨 하던 아버지를 견디다 못해 고2 여름방학 때 인터넷에서 오랫동안 교류하던 부산대 학생의 자취방으로 도망치던 일을 말하기 전까지는. 이 때쯤 이하영은 고인에게 소주를 권하였지만 고인은 취한 상태가 아닌 멀쩡한 정신으로 이야기하고 싶다고 강조하였고, 이하영도 고인의 의사를 존중해 멀쩡한 정신으로 고인이 겪었던 모든 일을 들었다. 칠흑같은 새벽에 고인과 이하영은 채무조정제도를 검색하며 걱정 반, 희망 반인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화를 끝냈다.
??2021년 5월 10일 이하영의 원룸에서 밤을 보낸 고인은 잠을 설처서 빨리 자고 싶다며 국밥이라도 먹고 가라던 이하영의 권유를 뿌리치고 고시원으로 향했고, 같은 날 이하영에게 전하는 짧은 쪽지를 남기고 모든 짐을 버리고 사라젔다. 고인의 모든 물건과 노트북 컴퓨터, 심지어 고인의 방 열쇠까지 분리수거장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긴 고시원 총무가 고인의 방을 열었으며 고인의 메모를 발견했다. 고인의 몸은 멀지 않은 산에서 행인이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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