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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e | 18/12/30 18:28 | 추천 12 | 조회 1040

재미로 써 보는 올해 결산 위스키도르 +89 [17]

디시인사이드 원문링크 https://m.dcinside.com/view.php?id=superidea&no=168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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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 (주류갤 유저분들 하이라는 뜻)

심심해서 뻘글로 올 한 해 내가 맛본 위스키 중 인상적이었던 것 3개만 골라봤어. 기준은 딱히 없음. 맛 만으로는 더 맛있던 술들도 있지만 (올해 알마냑과 리슬링으로 외도를 많이 해서 많지는 않음), 맛, 컨디션 (보틀 보관상태와 내 몸 상태, 세팅 모두 포함), 분위기 (마신 장소, 바텐더나 다른 손님 등 옆에 있던 사람들 포함) 등을 아주 지극히 주관적으로 고려했어.

은상:
Mortlach 1989 10y Wilson & Morgan (57.2%, Sherry Butt)
시가, 허브, 건포도 등등 묵직한 향이 기분 좋게 느껴지는 셰리 위스키 고수 모트라의 어린 위스키. 한국에서 잘 나가는 맥켈란이나 드로낙 등의 (비록 거기에서도 꾸득하고 힘찬 향이 터지는걸 선호한다지만) 맑은 계열의 향은 아니야. 그렇다고 황, 구두 밑창 냄새가 쁌쁌 터지는 더티셰리도 아니고. 마시다보면 오렌지같은 신선한 과실향도 조금 느껴지는데 밸런스가 맞으면서도 힘도 있고, 다양한 모습도 보여줘서 참 좋았어.

금상:
The Macallan 1973 Fine & Rare (30y, 60.6%)
너무 맛있고 특이하게도 한국에서는 정말 흔한 맥이지만, 이상하게도 1973과는 인연이 잘 닿지 않아왔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귀인께서 맛 볼 기회를 주셔서 얻어마심. 이런 술에 대해선 주정뱅이 아조씨가 사족을 다는게 참 죄송스러워 길게 향이 어떠네 맛이 어떠네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아. 다른 전설적인 맥켈란에 비해 커피, 코코아 등의 중후한 캐릭터는 조금 약하지만 밀크 캬라멜, 오렌지, 커스타드 크림 등의 달고 화사한 느낌이 가득해. 5년 사이 가격이 거의 5배가 되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구하는 게 가장 싸니 한 번 찾아봐도 나쁘지는 않을거야.

대상:
Springbank 12y 100 proof (57.1%, imported by Samaroli)
이것도 사실 내가 감히 주절거릴 술은 아닌데 취해서 휘갈겨둔 노트가 있길래 그대로 옮겨볼게. 난 갑자기 어느 잠이 오지 않던 밤 삘이 차올라서 다음 날 새벽에, 이거 마시러 급작스레 파리로 1박 2일 여행을 갔었어. 돈은 정말 무진장 깨졌었지만 전설을 만나고 온 것은 뭐... 돌이켜보니 즐거운 경험이었지.



이미 개봉한 지 시간이 꽤 흘렀지만 복잡한 향이 무척 느릿하면서 강하게 밀려온다. 청사과, 붉게 익은 능금, 잘 마른 사과칩, 배, 무화과, 말린 자두... 십수종의 산뜻하고 달콤한 과일향과 말린 과일의 꾸득함이 계속 스쳐지나간다. 틈틈이 코코아 파우더, 밀랍, 젖은 가죽의 냄새도 섞여있다. 사과 콤포트, 마말레이드, 과일 타르트, 뒤따르는 열대과일 - 리치, 파파야... 너무나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다.


입에 머금어본다. 꿀물처럼 진하고 달다! 몰트즙의 쩐 냄새, 조청이나 엿의 냄새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 속에서 다크초콜렛으로 시작되는 씁쓸한 맛이 섞이기 시작해 점점 달콤하게 녹아내린다. 나중에는 밀크초코나 거품을 듬뿍 낸 핫초코를 먹는 것처럼 매끄럽고 고소하고 달콤하다. 너트맥, 후추의 스파이시한 느낌도 강한 도수와 어우러져 입을 쉴 새 없이 자극한다.


흰 꽃이 만개한 들판에 누워서 낡은 가죽구두를 물어뜯는 미묘한 느낌도 든다. 요상하게도 화사하고 달콤하고 온화한 가운데 가죽, 나무껍질의 쿰쿰한 냄새가 섞인다. 그런데 조화로워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꾸득한 쉐리의 원두, 초콜렛 느낌, 과일 잼의 단 내음이 끝없이 이어진다......


피니시에는 엷은 스모키한 느낌이 깊게 바닥에 깔려있다. 마른 낙엽을 태우는 것 같기도 하고, 설탕을 태운 것 같기도 하다. 복잡한 허브의 느낌 ㅡ 헤더, 라벤더를 위시하여 민트, 로즈마리의 느낌도 옅게 나는 것 같다.


입과 혀가 얼얼해질 정도로 강한 도수와 스파이시함이 입 안을 꽉 조여준다.


그런데 맛이 또 변한다. 시럽을 듬뿍 끼얹은 푸딩, 겉바속촉 에그타르트 같은 고소하고 달콤한 디저트... 가 이어지는 것 같더니 갑자기 불을 질렀다. 마른 장작, 잘 익은 시가를 위시한 스모키함 속에 엷게 크레졸과 페트롤이 섞여든다. 점점 스모키한 피니시가 힘을 더해간다. 말이 필요없는 위스키 한 잔은 기나긴 여운만을 남기고 뱃속으로 속절없이 사라진다...


한 줄 총평 : 천의 얼굴을 가진 변화무쌍한 방화범.



잡소리가 길었지만 올해도 많이 먹고 마셨네. 남은 30, 31일도 신나게 먹고 마시다, 해가 바뀔 때에는 꼭 어딘가에서 한 잔 하고 있길 바랄게. 옆나라 동조선에선 2년 참배란걸 한다던데 우린 2년 건배라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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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주류 갤러리 [원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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