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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 18/12/23 23:30 | 추천 131 | 조회 1816

마리 퀴리 후기...제작진은 원톱극 만드는 법 공부해라(스포있음) +77 [25]

디시인사이드 원문링크 https://m.dcinside.com/view.php?id=superidea&no=167708

일단 이 어처구니 없는 작품을 살펴보기에 앞서 마리 퀴리에 대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음.


1. 마리 퀴리에 관한 역사적 사실

1) 마리의 첫째 언니가 장티푸스 전염으로 사망, 어머니는 결핵으로 사망

2) 최초의 노벨상 2회 수상자 : 물리학상 1회(1903년), 화학상 1회(1912년)

3) 남편이 마차 사고로 사망(1906년 4월) 후 남편 후임으로 교수 임용 : 프랑스 고등교육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학 교수(1906년 11월)

4) 초엘리트 가문 육성가 : 남편 1회, 본인 2회, 딸 1회, 사위 2명 각 1회 노벨상 수상

5) 불륜 의혹 : 남편의 제자이자 유부남인 폴 랑주뱅과의 불륜

6) 성차별 피해자 : 최초 물리학상 수상시 남편 덕에 무임승차했다고 비난받았고, 1911년 1월,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 후보에서 탈락

7) 라듐걸 사건 법정 소송(1927년) : 라듐 시계 공장 직공들의 원인 불명의 사망

8) 방사능 과다 노출로 사망(1937년) : 라듐 중독


1)에 대해서 이 극에서는 나오지 않음. 단지 마리가 장티푸스에 대해서 말하는 부분이 그냥 자기랑은 상관없는 남 일 얘기하듯이 한다는 점이 제작진이 사전 조사를 안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음.


4), 5), 8)에 대해서도 이 극에서 나오지 않음.


2)와 6)에 대해서는 처음 물리학상 받을 때 이야기만 나옴.


3)과 7)에 대해서 이 극에서는 7)이 시간상 먼저 일어나고 3)에서 남편이 마차 사고로 죽는 부분만 나옴.


결국 이 극은 마리 퀴리에 대한 역사적 사실에서 제작진의 입맛에 맞는 부분을 몇가지 골라온 뒤에 시간축을 꼬아서 구성한 "허구의 마리 퀴리와 허구의 스토리"임. 실제로 라듐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라듐은 암세포와 세균을 죽이는 특성으로 인해 "신비의 영약" 취급을 받으며, 의약품, 화장품, 치약, 비누, 초콜렛, 심지어 생수에까지 첨가되어 팔려나갔음. 그러니까 "마리와 피에르가 라듐의 유해성에 대해 미리 알았더라면???"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극이 만들어진 걸로 보면 됨. 마리 퀴리의 생애를 조명하는 것도 아니고, 마리 퀴리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하는 것도 아님. 이 극에서 그리는 마리 퀴리를 보면 한마디로 "제작진은 원톱극을 만드는 법을 모르는 수준 이하"로 보임.


2. 원톱극에서 주인공의 특성

우선 이 극은 마리 원톱극임. 극의 구성 인물은 퀴리 부부측과 언다크 측으로 나위고 거기서 마리 vs 피에르, 루벤 vs 안느로 대립 관계가 구축되나 피에르, 루벤, 안느 모두 극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음. 일단 등장 인물의 비중 부터가 마리>>안느≥루벤≥피에르로 마리가 압도적이고, 나머지 3명이 나름 처음부터 끝까지 확고한 생각과 의지를 표출하는 것에 비해 마리만 고뇌와 갈등을 보여줌. 낮은 비중과 평면적인 캐릭터상을 가진 나머지 3명은 극의 중심에 설 수가 없음. 따라서 오로지 마리만 극의 중심에 서있는 원톱극의 형태가 됨.


원톱극은 주인공이 극의 중심에 있고, 주인공으로부터 주요한 사건의 전개와 해결이 이루어져야 하고, 주인공이 가장 입체적이며, "가장 매력있게 설정"되어야 함. 나머지 인물들은 때로는 주인공과 협력하며, 때로는 주인공과 대립하며 주인공을 더 부각시키는 역할을 해줘야 함. 이게 안되면 원톱극이 아니라 투톱, 쓰리톱극이 되는거임.


3. 캐릭터 설정

1) 가장 착한 캐릭터 : 피에르...인데 착하기만 함

2) 가장 나쁜 캐릭터 : 루벤...인데 나쁘기만 함

3) 가장 순수한 캐릭터 : 안느...인데 순수하기만 함

4) 가장 애매한 캐릭터 : 마리


하...캐릭터 설정에 할 말을 잃었음. 피에르, 루벤, 안느 다 원톱극에서는 캐릭터 설정이 저렇게 평면적이어도 됨. 문제는 마리...피에르보다 착하지도 않고, 루벤보다 나쁘지도 않고, 안느보다 순수하지도 않고...도대체 뭘로 매력 어필하라는 거임? 이러면 차라리 미친듯이 고뇌하면서 안느 vs 루벤 사이에서 양쪽 왔다갔다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지, 실질적으로는 루벤측에 붙어 있으면서 루벤 비난하면 뭐 좀 나아지나? 마리가 루벤측에 붙어 있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을 바탕으로 부정적인 측면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고, "지금와서 중단하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 이 상태를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논리"임. 이런 모습을 지닌 캐릭터는 선역 측 주인공에 대비되는 악역 측 중심 인물이나 선역 측 주요 인물이 흑화해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에나 써야할 캐릭터지, 이런 캐릭터를 원톱 주인공에게 부여하다니...뭐라 할 말이 없었음.


4. 극의 전개

이제 할 말이 없는 단계를 지나 욕이 나오는 단계임.


라듐의 의학적 효능은 피에르가 자신에게 행한 생체 실험을 토대로 발견됨. 즉 마리가 발견해 낸 것이 아님. 자기가 발견한 것도 아니면서 발견자인 피에르보다 더 집착한다고??? 이 모습이 설득력있게 나타나려면 어렸을 적에 자기 가족이 병에 걸려 죽은 가정사를 언급하면서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이라도 나왔어야지.


라듐의 위험성이 점점 실험으로 증명되는걸 보면서도 마리는 라듐의 위험성을 공표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었음. 그러면서 피에르가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하려고 하자 미쳤냐고 말리고 있음. 진짜 제작진 미쳤음??? 자기 가족은 못하게 말리면서 남은 하게 냅둔다고??? 이게 도대체 제정신인 전개임? 이건 마리가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시도하면서 "이렇게라도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는 마리의 의지 표현"을 피에르가 막는 걸로 했었어야지, 도대체 뭐하는 짓임?


피에르가 마차 사고로 사망하고 난 뒤에...그제서야 마리는 라듐의 위험성을 공표함. 그러니까 생각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가족의 사망"임. 그러니까 "자기가 스스로 미친듯이 고뇌해서 결론내는게 아니고 남이 죽어서 떠먹여준 것"임. 아니 도대체 이딴 전개가 주인공한테 무슨 도움이 됨? 아 차라리 피에르가 몰래 생체 실험하다 라듐 중독으로 죽었으면 그나마 이해라도 가겠네. 이게 도대체 무슨 전개인지...


캐릭터 설정이나 극의 전개나 제작진은 원톱극 만드는 법을 모르는 것으로 보임. 가져다 쓸 수 있는 부분이 엄청 많은 인물을 가지고 이딴 식으로 그려내다니...제작진은 루벤이 말한대로..."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되는지 생각 좀 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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