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마시고 할 일도 없는데 술기운도 빠져서 진짜 오랜만에 주갤 돌아와서 글 한 번 작성함
여기는 원래 음식들도 대체로 엄청 괜찮고, 가격도 적당하며 직원들도 친절해서 종종 가던 미국식 바베큐 전문 식당임
물론 본인이 위스키, 브랜디 등 브라운 스피릿을 좋아하기 때문에 첫 방문 때 백바에 패피 시리즈들과 BTAC가 있어서 깜짝 놀라서 메뉴를 봤더니 가격도 혜자(밑에 설명)라 놀라서 바로 시켜먹었음 그 이후로는 단골임
오늘 점심에 다음주 or 다다음주 식당 예약을 위해 그냥 워크인으로 식사는 하지 않을 요량으로 방문했는데 메뉴보니까 술쟁이 마음이라는 게 또 동하기 때문에 그냥 바에 앉겠다고 하고 술부터 주문함. 처음 계획은 그냥 패피('파피'가 맞는 것 같지만 다들 이렇게 적길래) 반 윙클 15년으로 시작
(한 잔 기준은 25ml 이며 더블은 50ml 그리고 가격 표기는 보통 50ml 기준으로 되어있고 싱글은 더블 가격의 딱 절반)
패피 반 윙클 15년 (53.5%) 더블 - 4.8만
아무래도 도수가 50도가 넘어가다 보니 (그렇지만 평소에 이 정도 도수를 자주 마시니까 강하게 느껴지거나 거부감은 없음) 역시 한 모금 마시면 혀에서부터 조금씩 찌릿찌릿하고 묵직함이 정말 좋음. 버번 특유의 바닐라 향이 펑펑 터지지만 비교적 저가형 버번에서 나는 부담스럽고 느끼할 수도 있는 그런 바닐라 향은 아니었음.
원래 한 잔만 마시고 음식 먹고 가려고 했는데 (역시나) 너무 맛있어서 그냥 눌러 앉자고 결심함
돼지 볼살을 그릴에 구운건데, 아래에 살코기 부분이 있고, 위에는 크리스피한 지방부분, 사이드는 사과로 만든 달달한 케쳡, 옆에는 본 매로우와 매시 포테이토 주문함
음식도 일부러 소스 너무 안 심한 걸로 골라서 시켜서 버번이랑 쭉쭉 잘 넘어감 맛이야 역시 맛있고 촉촉하고 바삭함
패피 반 윙클 20년 (45.2%) 더블 - 6.2만
예전에 여기 처음 왔을 때 마셨던 버번이 티스택이랑 20년인데, 그 때는 20년 막잔을 시켜서 공병이 생겼는데 바텐더가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라개서 공병까지 가져갔었음 아직도 집에 있고. 딱히 쓸 데는 없지만.
이건 처음 시킨 15년 보다는 조금 더 진중해지고 얌전해진 느낌이라고 적어 놨음. 그도 그럴 것이 소스가 첨가된 음식도 먹었고(물로 입을 자꾸 헹구긴 했지만), 15년은 53도에 육박하기 때문에 그만한 첫 임팩트는 약했음. 그렇지만 한모금 넘기면 나는 한약향 살짝과 물로 입을 다시 헹구기 전까지 10분 동안이나 입안에 아른거리면서 코로 숨을 내뱉을 때마다 나오는 은은한 바닐라 향은 정말 끝내줬음. 이 시점까지는 이게 최고라고 생각했음.
한 잔 두 잔씩 마시니까 조금 취기가 올라서 자제력이 사라지고 봉인이 해제돼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23년도 걍 시키자고 마음먹고 바텐더한테 23년도 달라고 하니까 '좀 마실 줄 아는 놈인가?' 하는 눈빛으로 다른 직원이 쳐다보고 낮부터 이렇게 술마시니까 사람들도 조금 쳐다 보긴함
패피 반 윙클 23년 (47.8%) 싱글 - 3.8만
조지 티 스택(아마 2016릴리즈, 64.6%) 싱글 - 1.7만원
패피 반 윙클 세 가지를 다 마셔보니까 그래도 가성비 좋은 티스택도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역시나 싱글로 한 잔 달라고 함.
이거야 비교적 접근성도 낮고 해서 여러 번 마셔봐서 알지만 묵직하고 임팩트 있는거 좋아하는 바닐라 뉘앙스 마니아라면 누구든 좋아할 맛임. 끝에 남는 향과 여운도 매력적이고 길기도 하고 좋은 버번이라고 생각함
여기까지 네 병을 쭉 세워놓고 마시면서 혼자 시간 두면서 번갈아 마시면서 즐기고 있는데, 옆에 사장으로 보이는 (혹은 아마 사장) 직원이 지나가면서 나보고 '니가 마신 라인업에서 한 가지 제일 좋은 버번이 빠져있다' 라고 하면서 보여준 게 다음 병임.
The Whistle Pig The Boss Hog: The Black Prince (59.6%) - 무료로 받은 거라 실제 지불 가격은 없음(가격 상으로는 패피 23년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음;5.3만)
그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추천하시길래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걸 마셔야 한다는 건가'라는 생각으로 향만 한 번 맡게 해달라고 다른 바텐더님한테 부탁드렸는데 '그냥 향만 맡지말고 조금 마셔봐라' 라고 하시면서 따라 주심. 당연히 감사한 마음으로 마셨음. 향은 화사하진 않고 낮게 깔리는데 존재감이 없지는 않고 묵직묵직함. 그런데 개인 취향인지, 경험 부족인지, 술기운이 올라서 그런 건지 나는 패피 반 윙클 23년이 비교불가능 할 정도로 맛있었음.
이건 내가 위에서 공짜로 조금 받은 술을 홀짝거리고 있으니까, 아까 이 버번 추천해준 직원분이 지나가시면서 나랑 농담 따먹기 조금 하시다가 좀 더 마셔보래서 20ml 정도 다시 따라주고 지나가심. 참 사람들 좋아, 이렇게 인심 좋은 바는 한남동에 있는 한 곳이 생각남.
음식까지 해서 싱글, 더블, 공짜술(은 가격에 당연히 미포함) 까지 전부해서 약 21만원 정도 나왔는데, 시장가로 보통 바에서 마시려면 거의 300만원 정도 나올 술들을 마셨으니 절대적인 금액 자체는 싸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가성비는 끝판왕이라고 생각함. 술이야 뭐 역시 천국과도 같이 맛있었지만 바에서나 식당에서나 역시 사람 좋은 게 최고라고 생각함. 감사했습니다 사장님 및 직원분들.
당연히 여기는 뭐 매주 갈 예정(이래놓고 내일도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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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4)
ㅋㅋ 글은 좋았고 부러웠는데 리플은 왜 자따우짓하지
ㅋㅋ영국맨 부럽슴다
분탕 = 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