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다녀와서 짤 올릴 정신도 생겼어.(짤은 재탕)
결론부터 말 하면 큰 병은 아니고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추측.
병원 다녀와서 아주 조금이지만 간식을 스스로 먹음.
아래부터는 스크롤 압박이니 필요한 사람만 읽어도 좋아..
1시에 조퇴 신청해놓고 점심시간 시작할 때 집에 옴.
주책맞게 지하철에서 계속 눈물이 남.
아침에 샤워할 때도 혼자 울었는데 참 병신이 다 되었구나 싶었음.
오만가지 상상 속에서 현관을 박차고 들어가서 제리를 열 번 넘게 부르나 안 보임.
-이런 시발..싶어서 드넓지도 않은 집 안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다가 화장실에서 나오는 냥이 발견;
먹은 것도 없는데 무슨 똥을 쌌나 싶어 봤더니 설사... 식욕은 없었어도 똥은 멀쩡히 쌌는데 설사를 하다니!!!
부랴부랴 하네스 메서 이동장에 넣고,
간식이랑 사료 사진 찍고, 지갑, 지도, 상태 정리한 것 대충 챙겨서 냥갤 확인은 개뿔;; 조낸 뛰쳐나감.
되게 유명한 병원이라해서 가는데 정말..
위치가 애매해서 택시를 탈 수도 없고 걍 언덕길을 무작정 걸어감.
사람, 차 많은 곳에 나와본 적이 별로 없는 냥이는 기분이 좋지 않아 울어댐.(그나마도 힘이 없음)
이동장 문 살짝 열고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한 시간을 걸어감.
찻길, 사람많은 곳에서는 지퍼 다 잠궜는데 어느 순간 보니 뒤쪽 지퍼 어떻게 열었는지 열고 나오려고 하더라;;;
이동장에 넣을 때 하네스 필수.
조퇴는 12시 전에 했는데 집에 들렀다 병원 도착하니 거의 1시 반.
병원이 정말 작음.
들어가는데 다행히 손님이 나 밖에 없어서 대기없이 바로 진료 봄.
뭐라뭐라 말 하는데 귀가 멍해서 잘 안 들리고
혈액검사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함.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정말 많이 든다 함.
얼마냐고 다시 물으니 13만원 가량...
회사에서 계속 고민하던게 병원비였는데
다행히 나의 악몽(?) 속에서 예상했던 금액보다 준수해서 해달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서 의사샘이 쳐다 봄.
..사실 나도 놀람.
어제 밤부터 오늘까지 내도록 무슨 상상을 했냐면 얘가 없어지는 거.
밤바다 내 왼쪽 겨드랑이에 코 박고 그릉그릉 꾹꾹이 하는 얘 없이 어찌 살지?
순간 아..난 얘가 없으면 안되겠구나 싶었음.
사람들이 병원비에 200, 300 쓴다할 때, 나는 저렇게까지는 못할 거 같다 싶었음.
내 월급보다 많은 돈을 턱 하니 쓰면 당장 생활도 힘들고,
시골에서 커서 그런지 키우던 동물과의 이별도 많이 겪은 편이라
주어진 생명 다 하면 어쩔 수 없는 거라 생각한 것도 있었음. 몇 백씩 들일 자신이 솔직히 없었음.
근데 이게 웬 걸.
다 필요없고 내 고양이 살려만 준다면 시발 100이든 200이든 다 줄게. 싶었음.
오늘도 사실 호기롭게 검사 해달라고 할 수 있었던 게 천만다행으로 오늘이 월급날이라 당장 통장에 돈이 있기도 했고..
아침에 회사 가서 적금 탈 거 없나, 여윳돈 없나 비상금 통장 뒤지고 덜덜 떠는 마음으로 병원간 거 였는데 13만원이라니 당장해주쇼!
혈액검사 하는 동안 내 불안을 풀어주기 위해선지 의사샘이 냥이가 ..잉글리시? 무슨 종 믹스라고 했는데 잘 기억이 안남.
(고양이수첩에는 n.sh로 적어놓으셨네. 이게 뭐지..)
기억이 다 단편적이야;; 기억이 안 나;
암튼 무슨 종 믹스고, 그래서 털 많이 빠질 거라고 뭐 그런 얘기 했고
간호사샘은 내가 적어간 냥이 정보를 죽- 보더니
매달 먹이는 구충제인 파나쿠어산은이랑 이즈칸캣은 안 주는 게 좋겠다고 함.
의사샘도 성묘의 경우는 파나쿠어산 먹여도 되는데, 이즈칸캣은 안 주는게 좋겠다고 함.
파나쿠어산의 경우 용법에는 매달 주라고 되어 있지만 걍 봄가을에만 해주라고 했음.
이즈칸 전에는 레오나르도랑 캘내 먹였다고 하니까 그게 더 좋다고 하셔서 앞으로는 레오나르도를 구입해서
남아있는 이즈칸이랑 교대로 줘서 이즈칸 소진하려고.
검사는 1. 혈구분석, 2. 혈액화학검사를 했는데 혈구분석이 비교적 결과가 빨리 나옴.
혈구분석은 숲을 보고, 혈액화학검사는 나무를 보는 거라 했음.
먼저 나온 검사 결과를 보면서
이 결과를 보시면, 우리가 제일 무서워 하는 게 백혈병, 범백이라고도 하는데
여기까지 듣고 눈물이 펑펑 쏟아짐.
주책맞게 멈춰지지 않음.
말의 늬앙스로 봐서는 범백이 아니라는 거 같은데, 범백 단어만 들었는데 걍 갑자기 눈물이 남.
의사샘도 깜짝 놀라서
아니아니 수치를 보면 정상이라구요. 범백이 아니라구요
하시는데, 간신히 진정시키고.
다음 결과 나오는거 까지 보고 다시 설명 들음.
증상은
- 탈수증상 : 몇 일 식사를 못 했기 때문으로 추정
- 근손실 : 마찬가지로 식사를 못 하면 고양이는 지방이 빠지는 게 아니라 근육이 먼저 빠진다고 함.
- 염소수치 다소 높음: 수돗물을 먹어서 수돗물 내의 염소가 축적되었기 때문.
- 혈당이 높음
저 혈당이 문제였음.
냥이 나이가 어려서 정말 당뇨로 보기엔 어렵고, 고양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저 수치가 올라간다고 했음.
근데 이사, 주변 공사, 손님맞이 등 그 어떤 변화도 없었는데...
그래서 결론은 일단 스트레스로 인한 가벼운 장염..
만약 약 먹어서 안 나을 경우,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하므로 그 때는 요검사(당뇨확인)를 해보자고 했음.
초진비 3천원
혈구분석검사 3만원
혈액화학검사 11만원
피하주사 2종 각 1만원, 5천원
알약 3개(스트레스관련) 1만 5천원 - 1알은 병원에서 먹임.
수액60cc 1만 5천원
총액 188,000원에 부가세 10% 붙어서 206,800원.
신용카드가 있어서 다행이야...
주사맞기 전에 아파서 울 수도 있다고 3번이나 경고하셨는데
제리는 의연히 입 한 번 열지 않았다..
의사샘도 감탄하고..
너이색히..ㅜㅜ
자꾸 나 눈물나게 할 거야.
알약도 1알 먹였는데 스트레스 감소시키는 약이랬음.
이거 먹으면 단점이 시끄러울 수 있다고.
기분 좋아서 울어제낀다며.(글을 쓰는 현재까지는 조용하다.)
소프트 강제급여 교육(?) 해주시면서 사용한 캔 1개와 캔 새것 1개,
그리고 고양이 수첩, 검사결과자료, 스트레스 줄이는 보조제 홍보지, 영수증을 받아왔음.
어제 오늘 내가 강제로 불린사료 알약 먹이듯 먹였다고 하니까 자꾸 그러면 싫어할테니
숟가락으로 입천장에 발라 먹이는 소프트한 방법을 알려주심.
심하면 주사기로 급여해야되지만 안 심할 때는 입에 발라주고 코 앞에 대주는 식으로 먹이는 게 좋다고.
정신빠진 상태에서 집으로 다시 1시간 걸어서(그 와중에 길도 잃어버리고) 돌아옴.
오자마자 제리는 화장실에 가서 쉬를 하고
혹시나 싶어 늘 배변 후 상으로 주는 건간식을 줬더니 흥미를 보임.
입으로 반 잘라 줬더니 받아먹음!!!!ㅜㅜㅜㅜㅜ
그거 한 5알 먹고 지금은 휴식 중.
어떻게 주사 2대 맞고, 약 먹고, 수액 맞고 오자마자 이렇게 좋아지나.
물론 병아리 오줌만큼 먹었지만.. 일단 한숨 돌렸음.
8시에 의사샘이 전화주신다 했음.
그 때까지 냥이가 사료를 먹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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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얼른 냥이가 건강해지길 진심으로 바람.
심정 알것 같다. 제리야 밥 많이 먹고 건장
건강하자
금방 좋아질거야 횽도 잘 챙겨먹어 걱정하고...병원 다녀오고...울고...그러다 횽이 몸살나겠다...제리 소식 자주 올려줘
제리야 빨리 낫자
에구 고생했네 이동장 메고 두시간 왕복이라니 ㅠㅠ래도 애기 큰 일은 아니라 다행이다 얼릉 나아라 예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