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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속빠진.. | 26/10/12 18:44 | 추천 0 | 조회 864

웃대에서 사이버 스토킹 당해서 고소한 썰 +8 [29]

웃긴대학 원글보기

일이 마무리된 지는 몇 달 됐는데, 개인적인 일도 처리하고 생각도 정리하다 보니 이제야 글을 쓰게 됐네.변호사님께 이런 글을 써도 괜찮겠냐고 여쭤봤는데, 가해자를 자극하거나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지나치게 공개하지 않는 선에서 개인의 명예 회복을 위한 글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해 보자면, 1년 전쯤 회사에서 팀장이랑 갈등이 생겨서 웃대에 하소연하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날부터 어떤 사람이 본인이 같은 회사 사람이라면서 내 글이 사실과 다르다, 내가 회사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 너무 공격적이라 회사 사람들이 싫어한다는 등의 비방을 하기 시작했음.
처음에는 그냥 인터넷에서 시비 거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가볍게 생각해서 무시했는데, 이게 며칠을 넘어 몇 달 동안 반복되니까 점점 신경 쓰이고 스트레스도 받더라구. 특히 현실에서 나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내가 쓰는 글마다 쫓아다니면서 댓글을 다니까 기분이 굉장히 불쾌했음.
어차피 곧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기도 했고, 최대한 좋게 해결하고 싶어서 그만하라고 경고도 하고 아이디도 차단해 봤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어서 계속 쫓아다녔음.
그렇게 계속 상대를 안 해주니까 점점 선을 넘기 시작했는데 내 개인 이메일로도 본인이 웃대에서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의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고, 심지어 내 실명으로 아이디를 만들어서 쫓아다니기까지 했음.
상황이 여기까지 오니까 더 이상 단순한 인터넷상의 시비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고 내가 계속 가만히 있으면 이 사람이 어디까지 선을 넘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고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음.
그동안 모아둔 증거를 정리해서 변호사님과 상담을 진행했고, 스토킹범죄 성립을 검토해 볼 만한 충분한 정황이 있다는 의견을 듣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음.
웃대가 실명 사이트다 보니 빠르게 가해자의 신원이 특정됐는데, 알고 보니 회사 사람이 아니라 내 지인이었음.
평소에 내가 웃대를 한다는 걸 알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나랑 다툰 이후 회사 사람인 척하면서 나를 비방하고 다녔던 거였음.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사람이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 아니라 주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까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
가해자가 특정된 이후에는 경찰에서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진행해 주셨고, 접근금지 등의 조치도 이루어졌음.
접근금지 명령 때문에 가해자가 나에게 연락하거나 접근할 수 없어서 가해자 부모님과 사건을 진행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합의 없이 끝까지 강하게 대응할 생각이었는데, 가해자 부모님께서 계속 사과하시고 낮은 자세로 나오시니까 결국 마음이 약해지더라.
오래 고민한 끝에 합의를 진행했고, 처벌불원서도 제출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하게 됐음.
혹시 몰라서 합의서에 비밀유지 조항은 넣지 않았지만, 변호사님께서 합의 조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그 부분은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사이버 스토킹도 스토킹으로 들어가고 스토킹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서 사이버 스토킹도 생각보다 무겁게 다뤄질 수 있다 정도?

그리고 혹시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사건을 진행하면서 도움이 됐던 부분을 두 가지 정도 이야기해 주고 싶음.
1. 상대방에게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
2. 차단 등 상대방의 접근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그 이후에도 괴롭힘이 계속된다면 관련 증거를 보관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상대방이 계속 접근했다는 증거가 됐고 다계정을 이용한 사이버 스토킹은 처벌이 강화될 수 있어서 양형 판결이나 합의에서 유리하게 작용해
처음에는 변호사 상담 비용이 엄청 비쌀 거라고 생각해서 걱정했는데, 친구가 로톡을 알려줘서 이용해 봤는데 생각보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상담 받을 수 있었고, 상담해 주신 변호사님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음. (광고 아님)
혹시 법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혼자 고민하기보다 가볍게 변호사 상담부터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혹시 모를 빌미를 주고 싶지 않아서 당분간은 웃대를 떠나 있으려고 글삭기를 돌리면서 예전에 내가 썼던 글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걸 보고 있으니까 기분이 참 그렇더라...
눈팅했던 기간까지 합치면 고등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이용했던 사이트인데 이런 일로 허무하게 떠나야 한다는 게 참 씁쓸하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지?
그때까지 웃대도, 웃대인들도 지금처럼 변하지 않고 잘 있었으면 좋겠다.
다들 건강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래.
그동안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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