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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 | 24/10/15 02:42 | 추천 12 | 조회 83

나도 기이이인 연애썰 +83 [6]

루리웹 원문링크 https://m.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8028921

새로 들어왔던 알바생이 굉장히 예뻤었는데

다른 남자애들이 어떻게든 말 붙여보겠다고 헉헉거릴때

찐따력이 푸틴 지지율 수준이던 나는 뭔 내주제에~ 하면서 대충 인사하고

그냥 내 할거나 하면서 퇴근시간 기다리고 있었음


그리고 일 끝나자마자 튀어나가서 버스정류장에 서 있으니

그 친구가 따라오더라고

얘도 버스타는구나~ 하고 핸드폰 하는데

같은 버스 탐

여기서도 발휘된 찐따력 덕에 

앞쪽 1인석에 앉아서 또 핸드폰만 들여다봄


그리고 같이 내림

이쯤되면 말이라도 붙여볼 만 하지만

나는 얘가 불편할수도+나도 불편함 이라는 기적의 논리로

오히려 일부러 길을 건너서 집까지 빙 돌아감


이런 상황이 며칠간 계속됐는데

여지없이 퇴근시간 되자마자 튀어가려던 나를 걔가 붙잡으면서 이게 깨짐

보니까 길 거의 같던데 같이 가자더라고

그래서 뭐 대충 예 하고 버스 탔는데 아무생각 없이 또 1인석 가려다 목덜미 잡혀서 뒷좌석으로 끌려감 ㅋㅋㅋ


내리고 대충 스몰토크 하면서 언제쯤 헤어지나~ 하고 있는데

계속 같이감

안떨어짐

거의 10분을 계속 같이 걸어가니까 얘도 뭔가 표정이 이상해짐

몇분 더 걷다가 드디어 내 집 보여서 다 왔네요 하고 가려니까

얘가 또 목덜미 잡고 뭘 또 먼저 가려고 하냐고 끌고감


그래서 거의 엎드려 절 받기 수준으로 집에 바래다주게 됐는데

뒷집이었음 ㅋㅋㅋㅋㅋ

서로 빵 터져서 집 앞에서 존나 웃음 ㅋㅋㅋ


그날 이후로 이제 출퇴근 같이 하고

한명이 늦잠자면 택시불러놓고 서로 전화로 개갈구고

그러면서 그냥 개찐친이 됨


그리고 이 관계가 미묘해지는 사건이 연속으로 터지는데

첫번째는 출근하느라 탔던 버스를

어떤 김여사가 뒤에서 레이로 들이박아서 승객 몇명 넘어진 일


나는 기둥 잡고있어서 멀쩡했고

옆에서 손잡이 잡고 있던 그 친구는 균형 잃고 넘어지려 하길래

냅다 끌어안아서 살려주고 내림


내려보니까 레이는 앞범퍼 절반이 개작살이 났고

어디가 샜는지 시뻘건 기름이 줄줄 나오더라


일은 터졌는데 그래도 출근은 해야 하니까 

몸 괜찮은지 살펴보고 다른 버스를 탔는데

점점 애가 상태가 안좋아짐


허리가 욱신욱신하다길래 자리 하나 여쭤보고 양보받아서 앉혔더니

내릴 때쯤엔 거의 걷지도 못하더라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발 동동거리다

에너지 드링크 하나랑 파스를 사옴

근데 내가, 밖에서 붙일수도 없으니 애물단지됨 ㅋㅋㅋㅋ


결국 사장님한테 전화해서 이러이러하다 하고 상황 설명을 했더니

걔 퇴근, 너도 혹시 모르니 퇴근 땅땅 박아버리심


갑자기 통짜 휴일이 생겨서 좋긴 했음

한 10초 정도


이야기 전해주니까 얘가 세상 불쌍한 표정으로

오늘만 좀 도와주면 안되겠냐고 하더라

얜 자취중이고 가족은 4시간 거리라 당장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


걍 가면 진짜 개쓰레기 될거 같아서 쿨한척 택시 부르고

내려서 업고 집까지 넣어줌


그러고 콜라 냉장고에 있으니까 먹으라길래 하나 까고 집에 가 보겠다고 하니까

아까 산 파스만 붙여달래


그렇게 발목잡히고

결국 집에 그날 못들어가고 하루종일 병수발 듬

환자 상태라 생각하는 그런 로맨틱한 기류는 없었음 ㅋㅋㅋ


병원에 물리치료에 맨날 같이 가주고

레이 차주 번호 버스회사에 전화해서 알아내가지고 합의금도 챙기고

그걸로 치킨사줘서 같이 또 뜯고 하다


두번째 일이 터짐

이 친구는 원래 투잡을 뜀

허리가 그렇게 되고 하나는 양해를 구하고서 잠깐 쉬었지만

좀 회복되고 나니 자신감이 샘솟았는지 다시 복귀함


그리고 그 일에서 중요한 행사 같은게 때마침 잡히는 바람에

진짜 갈리듯 일하다가

나랑 퇴근하던 날 쓰러짐

진짜 걍 쓰러짐


보도블럭에 머리 박는건 본능적으로 잡아채서 막았는데

막상 사람이 눈앞에서 쓰러지니까 정신이 멍해짐

끌어안고서 어...하고 있으니까


건너편 약국에서 사장님이 헐레벌떡 뛰어나오시더니 119 불러주심


앰뷸런스 처음 타는데도 나름 침착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원님이 나보고 떨지 말라고 웃으면서 등 두드려주더라


팔에 바늘꽂고 할때까지 정신 못차리길래 심각한 건가 하면서

얘 부모님들 올라오실 때까지 하루동안 대기했는데

결론적으로는 그냥 과로였더라


추가 검사 때문에 좀 오래 잡혀 있었던 거지 

정신은 금방 말짱해진 이 친구는 일주일 정도 후에 퇴원했고

얼굴도 못 보고 일 때문에 다시 내려가신 친구 부모님들은

나한테 소고기 한세트를 사주심 ㅋㅋㅋ


근데 이건 큰일이긴 했는데 찐친관계에 무슨 관련이 있었냐고?


응급실 대리접수를 하면 환자와의 관계를 물어보게 되는데

이게 한두번이 아니라 앰뷸 탈때, 내릴 때, 접수할 때, 환자 눕힐 때 등등 엄청나게 많이 물어봄


그런데 말했듯이 나는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고

대여섯번의 질문세례 속에서 대부분은 직장 동료나 친한 친구라고 대답해놓고

단 한번

딱 한번을 남자친구라고 했었음


문제는 쓰러졌던 이 친구는 사지가 컨트롤이 안 됐을 뿐이지

정신은 아주 멀쩡해서 주변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고

내가 남자친구라고 했던 걸 정확하게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는 거였음


퇴원하고서 바로 다음날

밤 시간에 이 친구는 맥주를 두 캔 든 채로 날 공원 벤치로 불렀고

드럽게 못마시는 술을 반이나 원샷 때리면서

그때 왜 그랬냐고 물어봤으며

어버버하며 횡설수설하던 나는 동시에 들어온 고백공격을 거절하지 못했고


그렇게 커플이 됐다

물론 지금은 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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