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 졸업하고 장기간 취직 준비를 하면서 생활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의 인터넷 돌아다니며 시간 때우고, 웃긴 것 찾아보는 것 같은 취미에서,
독서, 운동, 클래식 감상같은 무난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취미로 옮겨간 것이 그 중 하나다.
그 결과로 공허하고 힘빠지는 일이 줄어서인지, 이전보다 주변을 정리하고 내 먹을 밥 차려 먹을 에너지가 생기게 됐다.
일본 가정식 요리 책을 훑어서 쉬운 요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 도전한 건 다진 돼지고기 껍질콩 볶음.
생강과 파, 마늘을 다진 뒤 식용유에 볶으면 기름에 향이 남게 되는데,
그 기름으로 다진 돼지고기를 볶으니 돼지고기에 비린내 없이 은은한 향이 밴다.
5~10분 정도 끓여 익힌 껍질콩에선 아삭아삭하면서도 단 향이 나는데, 돼지고기와의 궁합이 썩 잘 맞아 밥이랑 무난히 먹기 좋은 요리였다.
된장국은 다싯물을 끓일 때도, 야채를 끓일 때도 좀 오래 끓여야 감칠맛이 우러나고
까나리액젓 약간, 간장을 약간 넣으면 깊은 맛이 나고, 된장을 넣을 때는 국자에 먼저 풀어서 국에 넣어야 하며,
재료가 조잡해질수록 깔끔한 맛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가볍게 먹기에는 감자와 양파만 넣은 된장국이 무난하다.
30대를 바라보게 되면서 점점 자극 없고 무난한 것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신체적으로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는 나이이니 그에 맞춰나갈 필요를 느끼게 된 것이다.
나는 이 변화가 싫지 않다.
적지 않은 시간을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서야 내 몸에 대해서 아주 조금씩 알아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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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먹고싶당.. - 뀰
음식처럼 글도정갈하네 껍질콩의 식감이 느껴진다
서른도안된아기
동생 가르쳐주려고 했는데 엄마가 한국에는 껍질콩 잘 안판다고 하시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