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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 15/04/28 12:29 | 추천 0 | 조회 2105

[연극, 뮤지컬] [취재파일] 관객의 적 '관크', 혹시 나도 '관크 유발자'? +5 [26]

디시인사이드 원문링크 m.dcinside.com/view.php?id=superidea&no=768434

요즘 저는 공연장 가기가 두렵습니다. 공연 담당 기자가 공연장 가는 걸 두려워하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으실텐데요, 최근 들어 유독 갖가지 관크에 시달렸기 때문입니다. 20년 가까이 공연 관람을 해왔지만, 요즘 집중적으로 당하고 있습니다. (일 때문에 공연장에 자주 가니, 그만큼 관크를 겪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2006~2007년에 공연 담당 기자를 할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관크가 뭐냐고요? 관크는 관람에 방해를 주는 다른 관객들의 행위를 뜻하는 속어입니다. 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로, critical의 여러 뜻 중 결정적이다는 내용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주로 온라인 게임에서 상대에게 결정적인 피해를 입힐 때 쓰였던 말인데, 갖가지 상황에 응용되다가, 관객이라는 말과 붙어 관크로 불리게 됐습니다.

● 관크1- 어디서나 촬영 본능

최근 제가 공연장에서 겪은 황당한 일 중 으뜸은 지난달에 열린 연주회에서 있었습니다. 세계적스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있었던 지난 달 25일, 객석은 들뜬 마음의 관객으로 가득했죠. 저 역시 자리에 앉아 프로그램북을 읽으며, 말러 교향곡 6번을 들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연 시작 직전, 제 앞자리에 웬 중년 남성이 엄청난 땀 냄새를 풍기며 허겁지겁 뛰어와 앉더군요. 그냥 늦게 온 관객인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객석의 불이 꺼지는 순간, 이 중년 남성은 갑자기 커다란 가방에서 삼각대를 꺼내 펼치지 뭐겠습니까. 그리고는 DSLR를 꺼내 삼각대 위에 올려 놓는데, 이 사람, 선수구나 싶더군요. DSLR을 들키지 않기 위해, 언뜻 보면 옷처럼 생긴 위장막을 씌웠고, 이 위장막엔 카메라 조작을 위해 두 손을 넣을 수 있는 구멍도 있었습니다. 이 때 무대에 지휘자 두다멜이 등장하면서 객석은 박수 소리로 가득찼지만, 제 눈은 이 정체 모를 이상한 관객에게 꽂혀 있었습니다.

이 관객은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녹화를 시작했습니다. 5분 정도 뒤, 저는 이 관객의 어깨를 치며, 카메라를 가리켰습니다.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는 듯 하더니, 연주 내내 카메라를 삼각대에 올렸다 내렸다… 비극적이라는 제목의 말러 6번을 어떻게 들었는지, 저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하필 이 날은 중간휴식시간이 없는 날이라, 중간에 하우스매니저에게 신고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안내원들에게 알렸지만, 의문의 관객은 카메라를 들고 그새 옆문으로 빠져나갔습니다. 그동안 연주회를 휴대전화로 몰래 몰래 녹음하는 사람은 몇 번 봤지만, 대놓고 DSLR로 찍는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대체 그는 주변 관객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이걸 찍어다 어디에 쓰려는 것이었을까요.



● 관크 2- 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폰

공연이나 영화 관람 때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적은 휴대전화입니다. 그나마 휴대전화로 전화만 하던 예전에는 벨소리나 통화가 전부였는데, 이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까똑 소리와, 거기에 일일이 메시지를 달고, 페이스북에 게시물도 올립니다.

제가 겪은 가장 지독한 휴대전화 공해는 지난 해 워 호스가 상영된 국립극장에서였습니다. 영국 국립극장의 연극 워 호스를 촬영한 영상을 국립극장에서 상영하는 날이었는데요, 무대 위에 실제 배우가 없으니, 휴대전화 좀 켠들 어떠랴 싶었던 걸까요. 제 옆자리 관객은 두 시간동안 카톡을 했습니다. 어둠 속을 훤히 밝히는 액정의 불빛... 중간에 두 번이나 불빛이 방해되요”라고 말했지만, 효과는 3분. 금세 다시 켜더군요.



● 관크 3- 어린이, 귀엽지만은 않은…

오늘 객석엔 어린이 관객들이 많습니다. 내 아이의 활발함이 다른 사람에겐 산만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독특한 안내 멘트로 명성이 자자한 LG아트센터의 하우스매니저 이선옥 씨는 어린이 관객이 많은 공연 때, 이 당부를 잊지 않습니다. 보호자께서는 어린이 관객들이 좋은 공연과 함께 공연 관람 예절까지 배워갈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도 더해집니다.

이 말대로만 된다면야 좋으련만, 모든 어린이 관객이 공연에 집중하는 건 아닙니다. 이건 어찌 보면 어린이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의 책임이 더 큰데, 어린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좋은 공연이니 무조건 데려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국립발레단의 지젤 공연. 제 뒷줄에 10대로 보이는 여학생 너댓명이 앉았습니다. 부모님들은 티켓만 사주고 아이들만 들여보낸 것 같았는데, 문제는 이들이 공연 내내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지금 지젤이 죽은거야?” 저 춤추는 건 그럼 뭐야? 귀신? 귀신 크크크크” 대략 이런 대화가 끝없이 오가는 도중, 이번엔 제 오른쪽 블록에서 초등 저학년생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신발의 찍찍이(밸크로)를 계속 떼었다 붙였다 하기 시작했습니다. 관객들은 비올라가 처연하게 지젤의 슬픔을 연주하는 사이 신발에서 나는 찍찍 찍찍 소리도 함께 들어야했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지만, 이럴 땐 보호자가 아이의 손을 꼭 잡는다든지, 적당히 제지를 했어야 맞다고 봅니다.

● 관크4? 지휘자 빙의? 냄새의 정체는? 그리고 애정행각

얼마 전 영화 위플래시를 보고 왔다는 한 연주회 기획자. 그녀는 영화관에서 뛰쳐나오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합니다. 옆자리 관객이 팔걸이 음료수칸에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영화 내내 손톱으로 따그닥따그닥 박자를 맞췄다는군요. 따그닥 따그닥 소리만으로도 영화에 집중이 어려웠는데, 심지어 박자가 하나도 안맞았던 게 이 기획자는 더 괴로웠다고 합니다.

박자 맞추기와 쌍벽을 이루는 괴로움은 옆자리 관객이 연주회 내내 지휘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본인은 음악에 심취해 끝없이 움직이는 손이, 다른 관객에게는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당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여기에 허밍 까지 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이쯤되면 옆 사람들은 내 티켓값 돌려줘란 말이 절로 나옵니다.

예상치 못한 냄새도 엄청난 복병입니다. 보통 발냄새나 술냄새, 방귀 냄새의 고통을 많이 토로하시는데, 그에 필적할 만한 것이 갓 뿌린 과다한 향수 냄새입니다.

대부분 향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데요, 저는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대형 뮤지컬을 보러 갔는데, 제 옆자리 여성 다섯 명 정도가 친구 사이로 보였습니다. 한 명이 새로 샀다며 고체 향수를 꺼내 친구들에게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다섯 명이 다같이 그 고체 향수를 팔뚝에 발랐지요. 저는 지금도 그 뮤지컬의 음악이, 배우의 연기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후각에 이어 집중력이 마비되고, 어지럽고 속이 울렁울렁해 집에 올 때 지하철을 못타고 택시를 탔던 기억이 남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애정 행각이 있습니다. 공연장은 영화관보다 앞 줄과 뒷 줄의 높이 차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좌석이 지그재그로 배치돼 있죠. 위 사진처럼요. 그렇지 않으면 앞사람 뒤통수만 보일테니까요. 애정 행각의 문제는 여기서 기인합니다. 두 사람이 좌석 중간에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두 세시간 동안 뒷사람은 무대가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 경우는, 뒷사람이 저 실례지만, 두 분 좀 떨어져 제대로 앉아주실래요?”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더 답답하게 마련입니다.

● 내 좌석 밖으로는 불빛도 냄새도 소음도 내보내지 말아야…

공연 포털 스테이지톡이 지난 해 내놨던 자료를 보면, 관객 4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변 관객 때문에 공연 관람에 방해를 받았다는 항목에 35%가 자주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거의 없다는 응답은 2%에 그쳤습니다. 관크는 저만 당했던 게 아니네요.

결국 배려의 문제입니다. 내가 내 돈 내고 표 사서 왔는데, 이 정도도 안 되나?라는 생각으로는 남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 역시, 소중한 돈, 귀중한 시간 들여 온 관객인데 말입니다. 내가 내 돈을 내고 산 것은, 내 좌석일 뿐, 다른 사람의 소중한 추억을 망칠 권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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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기산데 그럼 sbs 뉴스에도 나왔단 말인가??



그나저나 저 공연장 충무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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